☆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32장. 사랑하는 중입니다.]

권정선재 2016. 10. 10. 09:16

32. 사랑하는 중입니다.

소망아 안녕.”

 

소망은 오늘은 아예 무시하기로 나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추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더 밝게 웃었다.

 

친구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많이 놀란 건 아는데 그렇다고 너무 밀어내기만 하지 마라. ?”

 

소망은 우리를 힐낏 보더니 멀어졌다. 우리는 더 밝게 웃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무조건 부딪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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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죠?”

서우리 씨 일 잘 하니까 알아서 해야죠.”

아니죠. 선배님이 도와주셔야죠.”

 

우리의 능청에 직원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물러설 수 없었다. 더 잘 해야만 했다. 그래야 정식이 자신 때문에 욕을 먹지 않을 수 있었다.

 

제가 또 뭘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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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지쳐 보여.”

그래?”

 

은화의 걱정 어린 물음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요즘 일이 좀 많아.”

힘들어?”

아니요.”

 

우리는 일부러 더 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은화는 가만히 손을 내밀어 우리의 얼굴을 만졌다.

 

우리 딸 그렇게 고생 하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도 이제 일을 하니까 혼자 그렇게 무리 하지 마.”

엄마가 언제까지 나를 책임을 지려고 해요. 엄마, 이제 나도 내 일은 내가 할 수가 있어요. 알았죠?”

그래도.”

괜찮대도.”

 

우리는 은화의 손을 감쌌다. 그녀의 거친 손에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은화는 멋쩍게 웃으며 손을 감추려고 했지만 우리는 은화의 손을 꼭 잡은 채 놔주지 않았다.

 

우리 엄마 손 왜 이래? 다 나 때문이지. 내가 집안 일 하나 안 도와주니까 그런 거잖아요. 정말 내가 밉다.”

그런 말 하지 마. 남의 집처럼 호강도 못 시키는데. 가만 얼굴 상한 거 옆집 아들이 제대로 못 해줘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팀장님 정말 잘 해줘.”

개자식이라며.”

어허. 이제 아니에요.”

 

우리가 정식의 편을 들자 은화는 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창밖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조실 언니가 좋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불안하고 막 그렇다.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냥 두기는 하는데. 언제든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도 돼. 억지로 안 만나도 돼.”

그게 뭐야?”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은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도 은화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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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도 된다고 하시던데요?”

그게 뭐야?”

 

정식의 말에 우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우리의 반응에 정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웃는 거죠?”

어제 나도 엄마 말에 그렇게 대답했거든요. 그게 뭐냐고. 그런데 지금 팀장님도 그렇게 대답하시니까요.”

그럼 우리 결혼이라도 할까요?”

뭐래요?”

 

우리가 입을 쭉 내밀자 정식도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그런 정식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습니다. 저 좋아해줘서.”

저야 말로 고맙습니다. 서우리 씨가 내가 좋아하는 거 뭐라고 하지 않고 그냥 받아줬으니까요.”

 

정식은 우리의 얼굴을 보며 밝게 웃었다. 우리도 그런 정식을 보며 더 밝게 웃었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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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망. 안녕.”

 

소망은 또 우리를 못 본 척 했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소망에 밀리지 않고 더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너 너무 그러지 마라.”

너야 말로 이러지 마.”

? 대답했다.”

 

우리가 밝게 웃으며 자신을 가리키자 소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우리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너 너무 그러지 마라. 회사에 내가 친구라고 너 하나인데. 너까지 그러면 내가 너무 힘들다. 알지?”

한 마디도 안 해줬으면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뭐죠? 그래놓고 지금 친구라는 말이 나온다고 생각을 하세요?”

. 사귄지 2주도 안 됐어. 그런데 아. 팀장님이. 그걸 도대체 그 자리에서 왜 말을 하는 거냐고.”

 

우리가 볼을 부풀리면서 혼자 발을 동동 구르자 소망은 그녀를 힐낏 바라봤다. 우리는 바로 소망에게 팔짱을 꼈다.

 

이제 좀 괜찮아?”

너 그거 정말이야?”

. 진짜로.”

 

소망이 살짝 기분이 풀린 것 같자 우리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더욱 안겼다. 소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서우리 너 미워.”

내가 맛있는 거 살게. ?”

그래. 내가 이번 딱 한 번만 봐준다.”

이래야 내 친구지.”

 

소망은 우리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

뭐가?”

너한테 쌀쌀맞게 굴어서.”

아니야.”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소망의 상황이었어도 비슷하게 행동할 거였다. 일단 놀라는 게 우선이었을 테니까. 소망의 잘못이 아니었다. 미리 언질을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더 컸다.

 

내가 처음부터 대충 말을 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 그게 더 문제였던 거지.”

그래. 내가 뭔가 이상한 낌새라서 너랑 팀장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너는 절대로 아니라고 했잖아.”

그때는 아니었어.”

그래도.”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게 필요했다. 그래도 막혀있던 것들이 하나하나 해결이 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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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염소망 씨랑은 좀 풀었습니까?”

. 제가 소망이었어도 그랬을 거예요. 당연하죠.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해요. 당연한 거야. 팀장님 막 소망이 괴롭히고 그러는 거 아니죠?”

내가 뭐 애입니까?”

때때로?”

 

우리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정식은 일부러 입을 쭉 내밀어보였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팀장님 그런 모습 되게 귀여운 거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진짜 지금 이 모습은 우리 팀원들이 다 봐야 하는 건데. 그래야 팀장님 이미지가 싹 바뀌는 건데요.”

그러면 안 될 겁니다. 내가 만일 사무실에서 이런 애교를 부렸다가는 서우리 씨는 나를 독점하기 어려울 걸요?”

진짜 대박이다.”

 

우리는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식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다행이라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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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옆집 아가씨랑 친한 거 같아?”

. .”

 

정식은 모친의 물음에 살짝 긴장했다. 이미 모친도 우리의 집안 사정은 모두 알고 있었다. 싫다고 하실 수도 있는 일이었다.

 

왜요?”

잘 챙기라고.”

?”

 

모친의 갑작스러운 말에 정식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 챙기라니.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어머니.”

딸은 참 구김살이 없는 거 같던데. 아버지 잘못 만난 거 하나. 그거 하나 빼면 아무 문제도 없더만. 그러니까 빨리 좋은 사람이라도 만나고 행복한 걸 느껴야 할 텐데 말이야. 그런 사람들이 결혼도 싫어해요.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날까봐. 그러지 않았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저는요?”

?”

 

정식의 물음에 모친은 고개를 들어 그를 살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제가 만일 옆집 아가씨랑 사귀면 어떨 거 같으세요? 어머니도 싫으시죠? 아무래도 집안도 좀 그렇고.”

뗴끼.”

 

정식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그의 모친은 그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날렸다. 정식은 미간을 모았다.

 

뭐 하시는 거래요.”

내가 너를 그리 가르쳤어? 사람은 말이다. 사람 하나만 보면 되는 거야. 그러는 너는 뭐 내세울 것 있어? 너도 아버지 없잖냐. 그런데 무슨 남을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려고 해. 그런 거 하나 중요하지 않아.”

? 우리 엄마. 이러다가 내가 진짜로 옆집 아가씨 데리고 오면 그때는 또 반대하시려고 그러죠?”

데리고만 와라. 대찬성이지. 옆집 아가씨 너보다 한참 어린 거 아니야? 너 같이 늙은 아저씨 좋대?”

무슨. 친엄마 맞죠?”

 

그래. 내가 배 아파서 낳았다.”

 

정식의 능청스러움에 모친은 그의 등을 때렸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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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그래도요.”

 

정식이 자신의 모친에게도 둘의 교제 사실을 알려드리자는 이야기를 하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은화도 알고 있는 것이니 당연히 그의 어머니도 아셔야 하는 거였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싫어하시는 거 아니에요?”

왜요?”

아니.”

아닙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듯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미 우리 어머니는 서우리 씨 너무 좋아하시던 걸요?”

저를 왜요?”

저보다 나이도 어린 아가씨니까요. 괜히 아저씨가 꼬인다고 도망이나 가시지 않을까. 그거 걱정하시 더라고요.”

맞다.”

 

우리가 박수를 치며 그제야 나이 차이를 알은 채 하자 정식은 미간을 모았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정식에게 살짝 몸을 기댔다.

 

팀장님이 어른스러워서 좋으니까. 이 정도 나이 차는 뭐. 내가 애교로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

누가 넘겨주는 건데요. 서우리 씨 내가 서우리 씨를 조금 더 좋아한다고 요즘 되게 기고만장해졌어요.”

원래 연인 사이에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거든요.”

 

정식은 살짝 입을 내밀고 우리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얹었다. 그 기분 좋은 무게감에 우리는 눈을 감았다.

 

나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냥 막 만날 사이는 아니었다. 조금은 다음 단계로의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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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빠. 이 시간에 가게에 안 계시고?”

. 오늘 오븐이 고장이 났어. 그래서 뭐 쉬는 날이야. 너는 서점에 이 시간에 왜 왔어? 애인은?”

뭐 보고할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선재와 서점에서 만난 우리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재필이가 오빠한테 뭐라고 하죠?”

네 편 들지 말라고 하더라.”

하여간 유치해.”

그러니까.”

 

선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선재의 팔을 두드렸다. 정말 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