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 사랑하는 중입니다.
“소망아 안녕.”
소망은 오늘은 아예 무시하기로 나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추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더 밝게 웃었다.
“친구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많이 놀란 건 아는데 그렇다고 너무 밀어내기만 하지 마라. 응?”
소망은 우리를 힐낏 보더니 멀어졌다. 우리는 더 밝게 웃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무조건 부딪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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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죠?”
“서우리 씨 일 잘 하니까 알아서 해야죠.”
“아니죠. 선배님이 도와주셔야죠.”
우리의 능청에 직원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물러설 수 없었다. 더 잘 해야만 했다. 그래야 정식이 자신 때문에 욕을 먹지 않을 수 있었다.
“제가 또 뭘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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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지쳐 보여.”
“그래?”
은화의 걱정 어린 물음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요즘 일이 좀 많아.”
“힘들어?”
“아니요.”
우리는 일부러 더 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은화는 가만히 손을 내밀어 우리의 얼굴을 만졌다.
“우리 딸 그렇게 고생 하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도 이제 일을 하니까 혼자 그렇게 무리 하지 마.”
“엄마가 언제까지 나를 책임을 지려고 해요. 엄마, 이제 나도 내 일은 내가 할 수가 있어요. 알았죠?”
“그래도.”
“괜찮대도.”
우리는 은화의 손을 감쌌다. 그녀의 거친 손에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은화는 멋쩍게 웃으며 손을 감추려고 했지만 우리는 은화의 손을 꼭 잡은 채 놔주지 않았다.
“우리 엄마 손 왜 이래? 다 나 때문이지. 내가 집안 일 하나 안 도와주니까 그런 거잖아요. 정말 내가 밉다.”
“그런 말 하지 마. 남의 집처럼 호강도 못 시키는데. 가만 얼굴 상한 거 옆집 아들이 제대로 못 해줘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팀장님 정말 잘 해줘.”
“개자식이라며.”
“어허. 이제 아니에요.”
우리가 정식의 편을 들자 은화는 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창밖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조실 언니가 좋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불안하고 막 그렇다.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냥 두기는 하는데. 언제든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도 돼. 억지로 안 만나도 돼.”
“그게 뭐야?”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은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도 은화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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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도 된다고 하시던데요?”
“그게 뭐야?”
정식의 말에 우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우리의 반응에 정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웃는 거죠?”
“어제 나도 엄마 말에 그렇게 대답했거든요. 그게 뭐냐고. 그런데 지금 팀장님도 그렇게 대답하시니까요.”
“그럼 우리 결혼이라도 할까요?”
“뭐래요?”
우리가 입을 쭉 내밀자 정식도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그런 정식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습니다. 저 좋아해줘서.”
“저야 말로 고맙습니다. 서우리 씨가 내가 좋아하는 거 뭐라고 하지 않고 그냥 받아줬으니까요.”
정식은 우리의 얼굴을 보며 밝게 웃었다. 우리도 그런 정식을 보며 더 밝게 웃었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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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망. 안녕.”
소망은 또 우리를 못 본 척 했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소망에 밀리지 않고 더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너 너무 그러지 마라.”
“너야 말로 이러지 마.”
“어? 대답했다.”
우리가 밝게 웃으며 자신을 가리키자 소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우리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너 너무 그러지 마라. 회사에 내가 친구라고 너 하나인데. 너까지 그러면 내가 너무 힘들다. 알지?”
“한 마디도 안 해줬으면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뭐죠? 그래놓고 지금 친구라는 말이 나온다고 생각을 하세요?”
“야. 사귄지 2주도 안 됐어. 그런데 아. 팀장님이. 그걸 도대체 그 자리에서 왜 말을 하는 거냐고.”
우리가 볼을 부풀리면서 혼자 발을 동동 구르자 소망은 그녀를 힐낏 바라봤다. 우리는 바로 소망에게 팔짱을 꼈다.
“이제 좀 괜찮아?”
“너 그거 정말이야?”
“어. 진짜로.”
소망이 살짝 기분이 풀린 것 같자 우리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더욱 안겼다. 소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서우리 너 미워.”
“내가 맛있는 거 살게. 응?”
“그래. 내가 이번 딱 한 번만 봐준다.”
“이래야 내 친구지.”
소망은 우리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
“뭐가?”
“너한테 쌀쌀맞게 굴어서.”
“아니야.”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소망의 상황이었어도 비슷하게 행동할 거였다. 일단 놀라는 게 우선이었을 테니까. 소망의 잘못이 아니었다. 미리 언질을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더 컸다.
“내가 처음부터 대충 말을 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 그게 더 문제였던 거지.”
“그래. 내가 뭔가 이상한 낌새라서 너랑 팀장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너는 절대로 아니라고 했잖아.”
“그때는 아니었어.”
“그래도.”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게 필요했다. 그래도 막혀있던 것들이 하나하나 해결이 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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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염소망 씨랑은 좀 풀었습니까?”
“네. 제가 소망이었어도 그랬을 거예요. 당연하죠.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해요. 당연한 거야. 팀장님 막 소망이 괴롭히고 그러는 거 아니죠?”
“내가 뭐 애입니까?”
“때때로?”
우리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정식은 일부러 입을 쭉 내밀어보였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팀장님 그런 모습 되게 귀여운 거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진짜 지금 이 모습은 우리 팀원들이 다 봐야 하는 건데. 그래야 팀장님 이미지가 싹 바뀌는 건데요.”
“그러면 안 될 겁니다. 내가 만일 사무실에서 이런 애교를 부렸다가는 서우리 씨는 나를 독점하기 어려울 걸요?”
“진짜 대박이다.”
우리는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식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다행이라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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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옆집 아가씨랑 친한 거 같아?”
“아. 네.”
정식은 모친의 물음에 살짝 긴장했다. 이미 모친도 우리의 집안 사정은 모두 알고 있었다. 싫다고 하실 수도 있는 일이었다.
“왜요?”
“잘 챙기라고.”
“네?”
모친의 갑작스러운 말에 정식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 챙기라니.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어머니.”
“딸은 참 구김살이 없는 거 같던데. 아버지 잘못 만난 거 하나. 그거 하나 빼면 아무 문제도 없더만. 그러니까 빨리 좋은 사람이라도 만나고 행복한 걸 느껴야 할 텐데 말이야. 그런 사람들이 결혼도 싫어해요.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날까봐. 그러지 않았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저는요?”
“응?”
정식의 물음에 모친은 고개를 들어 그를 살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제가 만일 옆집 아가씨랑 사귀면 어떨 거 같으세요? 어머니도 싫으시죠? 아무래도 집안도 좀 그렇고.”
“뗴끼.”
정식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그의 모친은 그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날렸다. 정식은 미간을 모았다.
“뭐 하시는 거래요.”
“내가 너를 그리 가르쳤어? 사람은 말이다. 사람 하나만 보면 되는 거야. 그러는 너는 뭐 내세울 것 있어? 너도 아버지 없잖냐. 그런데 무슨 남을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려고 해. 그런 거 하나 중요하지 않아.”
“에? 우리 엄마. 이러다가 내가 진짜로 옆집 아가씨 데리고 오면 그때는 또 반대하시려고 그러죠?”
“데리고만 와라. 대찬성이지. 옆집 아가씨 너보다 한참 어린 거 아니야? 너 같이 늙은 아저씨 좋대?”
“무슨. 친엄마 맞죠?”
“그래. 내가 배 아파서 낳았다.”
정식의 능청스러움에 모친은 그의 등을 때렸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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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그래도요.”
정식이 자신의 모친에게도 둘의 교제 사실을 알려드리자는 이야기를 하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은화도 알고 있는 것이니 당연히 그의 어머니도 아셔야 하는 거였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싫어하시는 거 아니에요?”
“왜요?”
“아니.”
“아닙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듯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미 우리 어머니는 서우리 씨 너무 좋아하시던 걸요?”
“저를 왜요?”
“저보다 나이도 어린 아가씨니까요. 괜히 아저씨가 꼬인다고 도망이나 가시지 않을까. 그거 걱정하시 더라고요.”
“맞다.”
우리가 박수를 치며 그제야 나이 차이를 알은 채 하자 정식은 미간을 모았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정식에게 살짝 몸을 기댔다.
“팀장님이 어른스러워서 좋으니까. 이 정도 나이 차는 뭐. 내가 애교로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
“누가 넘겨주는 건데요. 서우리 씨 내가 서우리 씨를 조금 더 좋아한다고 요즘 되게 기고만장해졌어요.”
“원래 연인 사이에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거든요.”
정식은 살짝 입을 내밀고 우리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얹었다. 그 기분 좋은 무게감에 우리는 눈을 감았다.
“나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냥 막 만날 사이는 아니었다. 조금은 다음 단계로의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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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빠. 이 시간에 가게에 안 계시고?”
“아. 오늘 오븐이 고장이 났어. 그래서 뭐 쉬는 날이야. 너는 서점에 이 시간에 왜 왔어? 애인은?”
“뭐 보고할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선재와 서점에서 만난 우리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재필이가 오빠한테 뭐라고 하죠?”
“네 편 들지 말라고 하더라.”
“하여간 유치해.”
“그러니까.”
선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선재의 팔을 두드렸다. 정말 편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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