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34장. 평범한 연인]

권정선재 2016. 10. 13. 01:19

34. 평범한 연인

데이트라고요?”

왜요?”

아니.”

 

갑자기 데이트를 하자는 정식의 말에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뭔가 좀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그렇잖아요. 늘 이렇게 출근할 때 보고, 퇴근할 때도 또 보는데 굳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한다는 게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그게 데이트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도 우리가 사귀는데 뭔가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팀장님 어머니는?”

어머니는 저녁에 돌아와서 보면 됩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괜히 긴장하는 우리의 표정에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긴장되잖아요.”

뭐가요?”

아니.”

 

우리의 긴장된 표정에 정식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서 어깨를 두드렸다.

 

그럴 이유 없어요.”

팀장님이야 저랑 다르니 그렇죠.”

저는 이미 서우리 씨 어머니를 만났는 걸요?”

 

정식의 말에 그제야 정식과 은화가 이미 만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우리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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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갑자기 왜?”

팀장님이 자기 어머니를 보자고 해서.”

정말?”

 

소망은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금방 눈을 크게 뜨고 기대가 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너는 남자가 자기 어머니한테 여자친구를 소개해주는 의미를 몰라? 그건 다음 단계라는 거잖아.”

단계는 무슨.”

그리고 팀장님 나이가 몇이지? 서른일곱. . 이제 결혼을 진짜 생각해야 하는 나이야. 아마 그런 걸 거야.”

설마.”

 

우리는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정식이 결혼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결혼이라는 것은 그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더욱 긴장되었다.

 

아니 갑자기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하지? 나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거야?”

난들 아니? 나는 그런 소리 안 들었는데. 그리고 그 연하남은 나한테 결혼하자는 이야기도 절대로 하지 않을 거 같아. 도대체 눈치라는 게 하나도 없는 녀석이라서. 미래 같은 것도 이야기를 안 한다.”

 

소망이 한숨을 토해내자 우리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금 소망을 위로할 감정의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나 미워하시면 어떻게 하지?”

?”

아니. 솔직히 팀장님 잘 생겼잖아. 키도 크고. 그런데 나는. 이게 뭐야? 분명히 실망하실 거야. 팀장님 얼마나 속눈썹도 길고 코도 오똑한데. 나는 진짜. 여기저기 미운 거 투성이인 거 같아.”

뭐래?”

 

소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우리의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너 예뻐.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진짜지?”

그래.”

 

우리는 짧게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는 문제였다. 어차피 마주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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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 기다리는 동안 쇼핑을 하기로 한 겁니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쇼핑백을 등 뒤로 감췄다.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 안 그래도 예쁜 사람이기는 하지만 더 가꾼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겁니다.”

뭐가 예뻐요?”

예쁩니다.”

 

정식이 갑자기 허리를 숙여 얼굴 가까이 오자 우리는 얼굴을 붉힌 채 숙였다.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여운 거 알죠?”

뭐라고 해요? 나도 이제 스물아홉이에요.”

나보다 한참 어리네.”

 

정식은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입을 쭉 내밀고 그런 정식의 손을 잡았다. 정식의 손은 따뜻하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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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왜 이렇게 유난이야?”

? 엄마. 나 때문에 깼어? 미안.”

 

은화는 입을 내밀고 우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보더니 미간을 모으고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뭐 입고 있는 거야?”

? 이상해요?”

그래. 이상해. 너 이제 네 나이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 네가 무슨 애인 줄 알아? 너 조실 언니 아들하고 만나는구나?”

?”

 

당황하는 우리와 다르게 은화는 그녀에게 다가와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한 대 때렸다.

 

조금 더 어른스러운 옷 입어. 무슨 애도 아니고. 너 이러면 조실 언니 아들도 너에게 싫어 그러겠다. 매일 보던 옷으로 나가야지. 너 지금 너무 어려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 얼른 다시 입어.”

 

우리는 입을 쭉 내밀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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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입고 온 겁니까?”

.”

 

후드에 짧은 바지를 입었던 것이 생각이 난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식은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왜 그렇게 귀엽습니까?”

뭐래요?”

 

우리가 입을 내밀자 정식은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정식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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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죠. 거기에서 여자 주인공이 운 것은 뭔가 상실감 같은 거죠. 뭐 제자를 남자로 보고 그래서 그런 거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면 굳이 그 상황에서 울 필요는 없는 거 아닙니까? 꼭 그 상황에서 울지 않아도 되는 거죠. 하지만 그 장면에서 보면, 정확히 제자가 여자랑 같이 가는 걸 보고 나서 우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팀장님 영화 볼 줄 모르시네.”

뭐라고요?”

 

평소와 다르게 열을 올리는 우리의 모습에 정식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식의 이런 모습과 다르게 우리는 더욱 더 열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 전에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신 거잖아요. 그리고 남편이라는 사람은 어린 여자랑 바람이 난 거지. 거기다가 출판사에서는 이제 필요가 없다고 하지. 이 복합적인 상황들이 다 묶여서 그렇게 슬픈 거라고요. 거기에 고양이까지 말을 안 듣는 거잖아요. 그런데 무슨 연인이에요. 아니죠?”

그렇게 치죠.”

그게 아니라.”

 

정식의 능글맞은 대답에 우리는 입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서우리 씨랑은 영화를 보지 앟아야 겠습니다. 아니면 이런 종류의 영화 말고 다른 종류의 영화를 보던지요.”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팀장님의 그 태도가 문제라고요.”

. 그렇게 치죠.”

또 그렇게 빠져 나가시기는.”

 

그때 카페에서 나오는 노래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눈을 감았다.

 

이 노래 정말 좋아하는데.”

그렇습니까?”

.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하던 노래거든요. 그때 재필이가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음반을 사다줬었는데. .”

 

우리는 놀라서 입을 막았다. 잠시 멍하니 있던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비밀인 겁니까?”

그래도요.”

서우리 씨도 이제 나이가 있고 전에 누구를 사귀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그런 걸 가지고 놀랄 거 같습니까? 오히려 서우리 씨 나이에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죠.”

그래도 죄송해요.”

 

우리는 어색한 표정으로 남은 콜라를 모두 마셨다.

 

이런 말은 조심해야 하는 건데요.”

아니요.”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우리 씨. 전혀 미안하게 생각을 할 거 없는 겁니다. 나는 지금 좋아요. 그런 이야기도 다 들려준다는 거잖아요. 서우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겁니다. 그 동안의 서우리 씨 인생에서 내 자리가 없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나는 괜찮으니까.”

 

정식이 고마웠다.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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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사가야 한다니까요?”

아니요.”

 

우리가 과일 바구니를 집어들자 정식은 단호히 고개를 들었다.

 

그거 너무 과해요.”

하나도 안 과해요.”

 

우리는 입을 내밀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아들 여자친구를 처음 보시는 건데 빈손으로 가면 실망을 하실 거라고요. 어머니들은 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게 당연한 거죠. 내 자식이 만나는 사람인데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죠.”

그런 거 아니에요. 어머니는 서우리 씨가 더 아깝다고 생각을 하신다니까요? 그냥 가도 괜찮습니다.”

아니라니까요.”

 

우리의 고집에 정식은 웃음을 터뜨린 채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한손은 허리에 얹고 한손은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저도 사겠습니다.”

팀장님이 왜요?”

저는 지난번에 서우리 씨 어머니 만날 적에 아무 것도 사드리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당연히 사야 하는 거죠.”

아니요.”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이러려고 과일을 사겠다고 한 것이 아닌데 괜히 정식에게 어떤 부담을 준 거 같았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 팀장님이 우리 집에 아무 것도 사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요. 그러니까요.”

그런 이야기였습니까?”

? 아니요.”

 

우리가 손을 마구 흔들자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과일 바구니를 들었다.

 

같이 사요.”

팀장님.”

나도 뭔가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설마 내가 서우리 씨 어머니에게 점수 따는 게 싫은 거 아니죠?”

그럴 리가요.”

 

우리는 마지 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말려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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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화장 뭐 이상하지 않죠?”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에 정식은 입을 내밀며 창문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 하품을 하는 시늉을 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재촉하지 마요. 긴장된단 말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좋아하는 남자의 어머니인데 긴장이 되는 거죠.”

?”

 

정식이 자세를 바르게 잡자 우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요?”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긴장이 된다고요.”

그 전에요.”

그 전에요?”

 

자신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 떠올리던 우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정식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우리는 혹시라도 누가 정식의 웃음소리를 들을까 입에 검지를 가져갔지만 정식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난 정식은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 좋아한다는 말이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뭐 그런 말을 하는 거 아닙니까? 좋아합니다.”

 

정식은 우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허리를 숙여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