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12장]

권정선재 2016. 10. 19. 16:31

12

일어났어?”

뭐야.”

 

서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동우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안았다. 동우의 냄새. 서운은 얼굴이 붉어졌다.

 

채동우.”

이제 열이 좀 내린 거 같네.”

 

서운은 그제야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 보았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모습. 그리고 동우의 옆에는 작은 대야와 수건이 놓여있었다. 밤새 그녀를 간호라도 한 모양이었다. 서운은 미간을 모았다.

 

뭐 한 거야?”

아픈 사람을 둘 수 없잖아.”

멍청해.”

 

서운은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머리가 핑 도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동우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아직 몸이 좋지 않아.”

출근할 거야.”

한서운.”

 

서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순간 비틀. 그리고 뭔가를 잡으려고 하는데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앞으로 넘어지려고 하는데 동우가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잡고 허리를 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동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서운을 품에 들었다. 서운은 미간을 모았다.

 

내려놔.”

싫어.”

채동우.”

출근하게 할게.”

 

동우는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서운을 욕조에 내려놓은 후 조심스럽게 물을 틀었다. 딱 기분 좋은 온도.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동우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만졌다.

 

아침 준비할게.”

하지 마.”

 

하지만 동우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그냥 나가버렸다. 서운은 한숨을 토해내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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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어.”

늦었어.”

먹어.”

 

동우의 단호함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대한 적이 없는 동우였다. 서운은 한숨을 토해내고 마지못해 식탁에 앉았다. 따뜻한 죽이 한 그릇 놓여있었다. 서운은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많이 먹어.”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마지못해 죽을 한 입 먹었다. 따뜻했다. 동우는 맞은 편에 앉아 서운을 바라봤다.

 

됐어.”

 

서운은 대충 씹다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동우는 그녀의 손에 다시 숟가락을 들어주었다.

 

뭐 하자는 거야? 나 늦어.”

아직 출근시간 전이야. 그리고 늦으면 내가 회사에 데려다 줄 수도 있는 거고.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건데?”

 

동우는 미간을 모은 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운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너랑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내가 없으면 그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녀석이야. 내가 주워온 거니까. 백현. 그 녀석은 내가 책임질 거야. 안 그래도 이것저것 복잡한 것이 많은 상황이야.”

너를 봐주지 않잖아.”

 

서운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동우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뭔가 상처를 받은 것 같은 표정에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하지만 동우의 손을 단호하게 풀어냈다. 동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기다려.”

뭘 기다려?”

싸줄테니까.”

하지 마.”

 

동우가 찬장을 열자 서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동우가 자신에게 이러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래도 나는 너를 보지 않을 거야. 당신.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간이야. 그러니까 제발 이러지 마.”

그래.”

 

동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죽을 담았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순간 서운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한서운. 아직 집에 있나?”

 

백현이었다. 동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욕실로 들어갔다. 서운은 심호흡을 하고 현관을 열었다.

 

내가 늦었네.”

무슨 일이야?”

 

백현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서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별 거 아니야.”

죽인가?”

.”

 

백현은 서운의 어깨 너머러 식탁을 응시했다.

 

어디 아파?”

아니.”

 

백현은 가만히 서운의 이마를 짚었다. 아직 약하게 남아있는 열에 백현은 미간을 찌푸린 후 한숨을 토해냈다.

 

왜 아프다고 말을 하지 않는 거지?”

달라질 건 없으니까.”

 

서운은 백현을 밀어내고 먼저 집을 나섰다.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그런 서운의 뒤를 쫓았다.

 

멍청해.”

 

동우는 다시 식탁에 섰다. 서운은 그가 끓여준 죽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동우는 죽을 냄비 째로 냉장고에 넣었다.

 

바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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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건가?”

.”

 

백현의 물음에 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가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었다.

 

혹시라도 컨디션이 많이 나쁜 거라면 네가 없어도 괜찮아. 네가 없더라도 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아니요.”

 

서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백현은 한숨을 토해냈다. 서운은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을 여자였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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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거야.”

 

태화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백현은 그의 회사를 인수해버렸다. 그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은 채로. 그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까지 당한 상황이었다. 태화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두 년놈이 나를 가지고.”

 

나은은 결국 그 회사의 사장이 될 거였다. 태화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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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서를 말입니까?”

그래.”

 

유 회장의 대답에 백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서운이 그의 곁에 없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은 더 잘 하는 사람을 자네 곁에 붙여주지. 그리고 그 동안 내가 자네가 바라는 것들을 해줬으니 자네도 이 정도는 해줄 수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설마 그 동안의 거래가 아무 것도 내가 바라는 것 없이 그냥 들어준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아닙니다.”

 

유 회장의 차가운 목소리에 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렇게 쉽게 그의 편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은이를 다시 만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나은이는 내가 알아서 선을 보도록 할 거야. 그리고 나은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네도 모든 것을 잃게 될 거야.”

.”

 

이미 모든 것을 각오했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에 유 회장은 한숨을 토해낸 채 고개를 저었다.

 

거듭 말하지만 자네가 내 사위로 그냥 남았으면 하는군. 세상에는 자네 정도의 배짱을 품은 사내가 그리 많지 않아.”

많을 겁니다.”

건방지군.”

 

유 회장은 말은 날카롭게 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비서를 사랑하나?”

합니다.”

그런데 왜 곁에 두지 않는 거지?”

그건.”

 

백현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 회장이 마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하는 행동에 백현은 불편했지만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결국 유 회장이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옳을 테니까.

 

남녀 간의 사이는 정확한 시간에 잡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많아. 그것을 자네도 알았으면 좋겠군.”

명심하겠습니다.”

 

유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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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맡아도 되겠어요?”

방법이 있나?”

 

나은의 명랑한 목소리에 백현은 덤덤하게 반문했다. 나은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어차피 내가 당신을 돕지 않으면 당신도 위험한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다른 사람드도 이미 당신을 주목하고 있고요. 이 상황이 당신에게도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니니까. 뭐 어쩔 수 없겠죠.”

즐기는 거 같군.”

당연하죠.”

 

커피를 마시며 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당신이 나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내가 당신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아요. 당신은 늘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앞서는 사람이니까.”

대신 회장님께 약속을 받아냈어.”

무슨 약속이요?”

당신의 결혼.”

 

나은의 얼굴에 금이 갔다. 나은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백현을 응시했다. 백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나은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회장님께서 동의하셨을 리가 없어요. 그건 결국 이 회사를 망가뜨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인데.”

나라고 알겠나?”

 

백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하나를 얻어냈더군.”

그게 무슨 말이죠?”

한서운.”

 

나은의 눈이 반짝였다.

 

회장님께서 나를 돕는 대신 내거신 조건은 오직 하나. 한서운. 그 여자가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것. 뭐 그 정도를 얻어낸 거라면 당신도 많은 것을 받아낸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닌가?”

그러네요.”

 

나은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은 일이 엮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손에도 들린 무언가가 있었다. 이것만 있다면 앞으로 백현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어떤 이유가 될 거였다.

 

당신이 너무 나에게 날을 세우지 않으면 좋겠어요. 나는 정말로 당신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그래.”

 

백현은 평소와 다르게 그녀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백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은도 미소를 지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는 제가 설득할 거예요.”

그랬다가는 이 회사가 없어질 거야.”

 

백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건 회장님이 바라는 건 아니지.”

이 회사가 무너지지 않을 방법을 찾는다면 회장님은 내 편을 드시겠죠. 안 그래요? 너무 간단하잖아요.”

 

계약결혼과 위장이혼. 여기에 뭔가 더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주식회사가 무너질 이유는 충분하군.”

 

나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백현은 끝까지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고 도발하고자 하는 모양이었다. 나은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여기에서 부딪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 없었다.

 

. 좋아요. 우리 두 사람은 서로 하나씩 주고 받은 거니까. 이걸로 뭐든 되는 거겠죠. 안 그래요?”

그렇군.”

 

나은의 붉은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