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얼굴이 왜 이래?”
“놔.”
동우를 피하려고 했지만 동우는 서운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서운을 품에 꼭 안았다.
“너 아프지 마라.”
“너 때문에 더 아파.”
“내 여자 해라.”
“멍청한 새끼.”
서운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동우는 팔에 준 힘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서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서운. 백현 그 남자는 너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조금이라도 너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라고.”
“그게 당신은 아니야.”
“그렇겠지.”
서운의 단호한 말에 동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거 놔. 그 사람이 보면 오해할 거야.”
“그 사람은 너를 보러 오지 않아.”
동우의 단호한 말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그녀도 알고 있었다. 백현은 오지 않을 거였다.
“그 사람은 지금 다른 일에 더 바쁜 거잖아. 네가 뭘 하건 그런 거 하나 보고 있지 않을 텐데 왜 그러는 거지?”
“그 사람은 지금 자기 일이 바빠서 그런 거야. 그것만 풀리면. 그것만 끝이 나면 나를 봐줄 거야.”
“거짓말.”
동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서운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입술이 떨어진 후 다시 서운의 눈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토해내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당신도 알잖아.”
“뭘 알아?”
“백현은 당신에게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서운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 사람은 이제 점점 더 당신에게 멀어지고 있다는 거 알고 있잖아. 지금까지는 그래. 당신의 말처럼 다시 올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미 그 사람은 너무 큰 꿈을 꾸고 있어. 그리고 그 커다란 꿈에 당신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잖아. 이 상황에서 백현은 당신을 보지 않아.”
“괜찮아.”
서운은 애써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운은 있는 힘을 다해서 동우를 밀어냈다.
“당신이 이러면 그나마의 기회도 사라지는 거야. 그 약간의 희망. 그것마저도 망가뜨리지 말아줘.”
“이번에 계약금을 많이 받았어.”
동우는 덤덤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바라는 정도로 잘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잘 살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를 봐줘. 당신이 바라는 것. 그거 백현.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해줄 수 있어.”
“돈을 바라는 게 아냐.”
서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를 잡았다. 그런 그녀의 뒤를 동우가 안았다.
“이거 놔.”
“떨리잖아.”
서운은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떨림이 감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동우는 그녀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괴었다.
“사랑해.”
“미친 새끼.”
“알아.”
동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보더라도 절대로 나를 봐주지 않을 여자를 사랑하는 건 멍청한 거야. 너무나도 한심한 거지. 그런데 나는 그 상대가 한서운이라면 이 멍청한 짓을 그만 하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백현 그 사람은 당신을 볼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절대. 그 사람은 너를 보지 않아.”
“괜찮아.”
서운의 대답에 동우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서운은 심호흡을 하고 키패드를 누르려고 했지만 손이 떨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인 서운의 발치에 눈물 자국이 남았다.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서운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내가 먼저 그 사람을 밀어냈어. 그 멍청한 자식을 밀어냈다고. 그러니까 백현도 나를 밀어내는 게 당연한 거야. 그리고 백현도 나를 좋아하고 있어. 내가 그 녀석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백현은 진작 나에게 왔을 거야. 그냥 그 자식은 지금 머릿속에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답은 이미 나왔겠지.”
동우는 서운의 집 문을 열었다. 서운은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동우는 문을 닫고 한숨을 토해냈다.
“백현.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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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아침에 회의에 나선 백현은 미간을 모았다. 벌써 누군가 나선 모양인지 식품 회사의 주가가 형편없이 폭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시장에는 그의 회사가 자본을 챙길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모르겠습니다.”
서운의 대답에 백현은 주먹을 세게 쥐고 책상을 내리쳤다. 벌써 누군가가 알아차린 거였다. 그게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그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올 수도 있었다.
“유나은. 유나은은 어디에 있지?”
“사모님은 지금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유태화는?”
“유 사장님도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젠장.”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서운은 턱으로 다른 비서에게 가볍게 명령을 내렸다. 비서는 곧바로 그의 방을 나섰다.
“곧 찾을 겁니다.”
“유 회장. 유 회장에게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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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여기에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유 회장의 느긋한 질문에 백현은 날을 세웠다.
“회장님께서는 아시는 거죠?”
“무엇을 말인가?”
“이 모든 상황을 말입니다.”
백현의 대답에 유 회장의 눈이 묘하게 차갑게 변했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 늙은이가 도대체 뭘 알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지? 회사의 모든 일은 이미 자네에게 넘긴 것이 아닌가? 그런데 경영에 문제가 생긴 것을 지금 이 늙은이의 탓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백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인 채 어깨를 으쓱했다.
“식품회사 매각 해야 합니다.”
“기업의 시작이었던 회사네.”
“그렇다고 해서 살릴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거 살리려고 하다가는 기업 자체가 망하게 될 겁니다. 그거 바라시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회장님의 회사입니다.”
“이제는 자네의 회사지.”
유 회장의 능글맞은 미소에 백현은 구역질이 치밀었다. 이미 그는 이 모든 그림을 보고 결정을 내린 거였다.
“두 사람이 왔습니까?”
“한 사람이 왔네.”
“유나은.”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보다 영리하게 머리를 쓰고 상황을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유나은 그 사람이 회사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복수를 위해서 움직인다는 거 회장님께서 더 잘 아시는 거 아닙니까? 그거 그냥 봐주시다가는 결국 회장님의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는 여자입니다.”
“내 딸일세.”
유 회장의 대답에 백현은 침을 삼켰다. 유 회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가만히 나은의 사진을 바라봤다.
“나는 자네에게 그 회사를 주면 자네가 조금이라도 나은이를 다르게 생각을 해줄 거라고 믿었네. 하지만 여전히 자네는 자네 멋대로 행동하고 있고. 나도 나 나름대로 자네를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배임입니다.”
“배임이라.”
백현의 말에도 유 회장은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했는데 그의 방심이었다.
“식품 회사의 부실이 정말 엄청납니다.”
“그걸 지금 다 막은 게 내 딸이 아닌가?”
“먼저 매각한다고 해서 그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미 달라진 것 아닌가?”
유 회장이의 여유로운 표정 뒤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현을 응시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에 제대로 당한 거였다.
“그래도 매각 하겠습니다.”
“지금 손을 털면 오히려 자네가 바라는 결과는 얻을 수 없을 텐데? 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거야. 게다가 이미 회사가 문을 닫고 거래가 중단이 될 상황인데. 자네가 그게 되겠는가?”
“그래도 해야죠.”
백현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 회장은 소파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백현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유 회장님 회사가 망해도 상관없습니다.”
“뭐라고?”
“어차피 그것은 저의 회사가 아닙니다.”
백현의 느긋한 대답에 유 회장은 침을 삼켰다. 백현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기업이 사라진다면 결국 타격을 받을 것은 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미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누렸습니다.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놓으실 수 있습니까?”
백현은 여유롭게 유 회장의 방을 둘러보았다. 팔걸이를 잡은 유 회장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백현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가 나가려는 순간 그의 얼굴을 스쳐서 유리잔이 벽에 부딪쳤다.
“고얀 놈.”
“늙으셨습니다.”
백현은 미소를 지은 채로 돌아봤다. 그의 얼굴에 피가 한 방을 흘러내렸지만 백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전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위협은 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요. 이런 거 되게 저급하게 생각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바라는 게 무엇인가?”
“유나은이 그 회사를 얌전히 맡건. 아니면 매각. 둘 중 하나입니다. 회장님께서 결정을 하시죠.”
유 회장은 백현의 눈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러다 한숨을 토해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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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태화는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모조리 팔아치우는 중이었는데 다시 주가가 오른다는 소식이었다.
“기관이야?”
“아닙니다.”
“그럼.”
“유 회장님입니다.”
“아버지가?”
태화는 당황해서 나은을 바라봤다. 나은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태화는 나은의 멱살을 잡았다.
“너 뭐 하는 년이야!”
“이거 놔.”
나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태화는 손에 준 힘을 풀지 않았다. 나은은 한숨을 토해내고 태화의 정강이를 찼다. 태화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나은은 앞섬을 다시 매만졌다.
“저급하게.”
“이 개 같은 녀이.”
“아버지가 나설 줄은 몰랐네. 아버지가 오빠를 그렇게 미워하는 줄 몰랐어.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실 텐데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뭐. 이제 나는 오빠에게 볼 일이 없네.”
나은의 여유로운 미소에 태화는 뭔가에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그가 가지고 있던 지분가지도 팔아치워버린 지금 그는 식품 회사에 있어서 아무런 힘도 행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지. 나는 네가 시키는 대로 한 건데. 네가 하라는 대로 한 건데 이렇게 가면 안 되는 거지.”
“그런 증거 있어?”
“뭐라고?”
“증거가 없잖아.”
나은은 명랑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나 말을 잃은 태화의 어꺠를 가볍게 두드리고 그의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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