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19장]

권정선재 2016. 10. 28. 16:40

19

채동우.”

 

서운의 집을 나온 동우는 멈칫했다. 백현이 서운의 집 앞에 있었다. 그러나 서운이 눈치를 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우는 문을 먼저 닫았다.

 

뭐 하자는 거야?”

너야 말로 뭐 하자는 거지?”

 

백현의 물음에 동우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나야 뭐 아무런 것도 걸리는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여기에 와도 되지만. 백현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잖아. 너 때문에 한서운이 저렇게 힘들어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게 나는 이해가 안 가는데? 너는 한서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같은 것은 전혀 안 하는 거야?”

미안해야 하는 건가?”

그래.”

 

백현의 대답에 동우는 이를 악 물었다. 백현은 거꾸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건방지군.”

여기 금연이야.”

 

동우는 백현의 입에서 담배를 빼앗았다.

 

너 때문에 한서운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너는 이 상황을 그저 즐기고만 있는 거잖아.”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 그런 건 아니잖아.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뿐이야.”

그게 문제야.”

 

백현은 미간을 모았다. 동우는 그런 백현을 노려보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백현은 서운의 문을 두드리려다가 한숨을 토해내고 손을 내렸다.

 

젠장.”

 

동우의 말이 옳았다. 백현은 비틀비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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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행하는 군.”

.”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백현의 눈치를 살폈다. 백현은 검지로 책상을 몇 번 두드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 사장은 지금 뭐하지?”

아마 유 부사장님과 같이 계실 겁니다.”

그리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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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임명해서 얻는 게 뭐야?”

재미?”

 

나은의 대답에 태화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나은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다고 해서 그 녀석이 너에게 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 애초에 왜 그런 녀석에게 그렇게 목을 매는 거야. 너 정도면 훨씬 더 나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아니.”

 

나은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절대로 백현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오라버니도 알잖아. 내가 출생이 아주 천하다는 거. 멀쩡한 재벌이라는 새끼들 중에서 나 같은 여자를 반길 집은 없을 거고. 혹여나 나에 대해서 오케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유나은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유건욱을 보고 하는 거니까. 또 남자가 너무 잘나가면 나중에 내가 기가 죽어 살 수도 있는 거고.”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태화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몸을 뒤로 젖히고 테이블에 발을 얹었다.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 건데?”

아무 것도 하지 마.”

?”

할 줄 아는 거 없잖아.”

 

나은의 여유로운 표정에 태화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가 하나 부탁한 거 했니?”

?”

한서운을 유혹하는 거.”

그건.”

못 하잖아.”

 

나은은 태화의 변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하품르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피곤해.”

한서운만 없으면 백 사장이 너에게 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백 사장은 절대로 너에게 그런 관심 갖지 않아. 곁에 한서운이라는 사람이 있건 없건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해.”

 

나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고 입을 쭉 내밀었다가 아랫입술에 침을 바르며 한숨을 토해내고 가만히 아랫입술을 물었다.

 

왜 안 와?”

안 오는 거 아니야?”

올 거야.”

 

나은의 눈이 반짝였다.

 

나가 오빠를 임명했으니까.”

부사장.”

 

태화는 혀로 볼 안쪽을 훑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은은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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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가?”

사표입니다.”

 

유 회장은 미간을 모았다. 서운 역시 곁에서 놀라서 그것을 바라봤다. 백현은 그저 덤덤할 따름이었다.

 

이걸 왜 주는 거지?”

그만 두겠습니다.”

 

백현의 대답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랑 이야기 좀 하시죠.”

 

백현은 물끄러미 서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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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장 어디 갔니?”

회장님께 가셨습니다.”

 

비서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나은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비서는 당황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나은은 다시 한 번 손을 들어서 비서를 때렸다.

 

미친.”

사장님.”

거기에 가게 하면 어떻게 하는 거야. 젠장.”

 

그리고 나은이 돌아서자 그 앞을 영재가 막아섰다.

 

비켜.”

비킬 수 없습니다.”

 

나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내가 누구인지 아니?”

. KW 식품 사장님 아니십니까? 이곳은 KW 사장실입니다. 전 태화 식품. KW 식품 사장님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런 건방진.”

 

나은이 손을 들자 영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거칠게 옆으로 밀어냈다. 나은은 손목을 어루만졌다.

 

너 뭐하는 새끼야?”

저는 사장님이 계시지 않는 동안 사장실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백현 그 사람이 그러니?”

 

영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너 나랑 뭐 하자는 거야?”

?”

나 그 사람보다 강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재의 대답은 자꾸만 나은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다시 손을 들었지만 영재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나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시킨 건 잘 하는 거니?”

무슨?”

그 사람 친구 말이야.”

.”

 

영재의 여유로운 미소에 나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너 지금 그 표정은 뭐니?”

불쌍하십니다.”

뭐라고?”

 

나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불쌍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나은은 그대로 영재의 뺨을 때렸다.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영재는 그러나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나은을 응시했다.

 

너 뭐야?”

백 사장님의 친구입니다.”

내가 시켜서 하는 거잖아.”

아니요.”

 

영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백 사장님이 이미 저에게 부탁을 하셨습니다. 잔뜩 지치신 표정으로. 유 사장님 같은 여자가 있다는 게 뭔가 기분이 나빠서 더 이상 친구를 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백 사장님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나 같은 여자?”

이기적이죠.”

 

영재의 덤덤한 어조에 나은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주먹이 하얗게 되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럼 돌아가시죠.”

싫어.”

유 사장님.”

백 사장 만나고 갈 거야.”

그럼 회장실로 가시죠.”

 

나은은 영재를 노려봤다. 한쪽 얼굴이 붉어진 영재는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너 지금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네 앞에 있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그러는 거니?”

.”

아는데 그래?”

.”

 

영재의 대답에 나은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다시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 영재는 이번에도 단단히 버텼다.

 

건방져.”

.”

건방지다고!”

 

나은은 다시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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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자는 거야?”

뭐가?”

뭘 그만 둬?”

사장.”

 

백현의 단조로운 대답에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백현은 덤덤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내가 도대체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건데? 당신 하나 구하겠다고. 너 하나 지키겠다고 이러는 거야?”

채동우.”

 

백현의 말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니?”

 

서운은 백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자.”

?”

너는 나랑 자지 않을 거니까.”

 

서운의 간단한 대답에 백현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그는 그녀와 자지 않을 거였다.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는 건가?”

. 나는 남자가 필요해.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게 당신은 아닌 거니까.”

채동우는 당신을 사랑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 녀석은 당신에게 그런 관심은 없는 녀석이야.”

아니.”

 

백현의 대답에 서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가만히 백현의 얼굴을 만졌다.

 

질투라도 하는 거니?”

그래.”

 

서운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질투를 한다는 말이 고마웠다. 설렜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설렜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랑 자고 싶어.”

나랑 자고 싶다고?”

너를 안고 싶어.”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백현이 단 한 번도 그녀에게 하지 않았던 말. 아니 할 수 없었던 말이었다.

 

한서운 너를 갖고 싶어.”

 

백현은 서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에게로 끌면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뜨겁게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