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백현 너 여기에서 뭐하는 거야?”
“한서운 들어가.”
“백현 너 뭐 하는 거냐고.”
서운의 단호한 물음에 동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상황에서 그가 끼어들 자리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얘기 좀 해.”
“싫어.”
백현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서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백현을 응시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니?”
“한서운.”
“돌아가.”
서운의 말에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지만 뒤로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서운은 고개를 저었다.
“뭐 하자는 거야?”
“당신 원해.”
백현은 서운에게 한 발 다가섰다. 하지만 동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막아섰다. 백현은 그런 동우를 노려봤다.
“꺼져.”
“비켜.”
“채동우 비켜나.”
서운의 말에 동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운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어.”
“당신이 뭘 할 수 있어?”
“채동우.”
서운이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동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옆으로 비켜났다. 그리고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보다가 한숨을 토해내고 집으로 들어갔다. 서운은 백현을 노려봤다.
“당신 지금 뭐 하자는 거니?”
“사귀자.”
백현의 말에 서운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이내 웃음을 터뜨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쳤니?”
“미치다니?”
“당신과 내가?”
서운의 반응에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다가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백현의 가슴을 가볍게 밀어냈다. 백현은 그런 서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내 서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당신하고 내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안 될 건 뭐지?”
“안 돼.”
서운이 힘을 주어 말하자 백현은 주먹을 살짝 쥐었다. 서운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유나은이랑 도대체 무슨 사이가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내게 와서 이러지 마. 나는 당신이 유나은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아니야. 애초에 당신은 우리 둘 사이를 즐기는 거니까 뭐 이런 걸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내 말은 하나도 듣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기분이 나쁘거든.”
“그러니까 네가 나를 잡아.”
백현은 손을 내밀어 서운을 잡았다. 서운은 그곳이 불에 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뭐 하자는 거야?”
“한서운.”
“꺼져.”
서운의 낮은 욕설에 백현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다시 백현을 바라봤다.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거지?”
“당신 자리를 지켜.”
“싫어.”
백현의 단호한 대답.
“너를 갖기 위해서 나는 지금 사표까지 냈어. 더 이상 유나은이라는 여자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야.”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그만 둔 거지. 나를 갖기 위해서 그만 둔 게 아니잖아. 왜 내 탓을 하는 거니?”
서운의 대답에 백현은 멍해졌다. 서운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백현을 응시했다.
“너 지금 무슨 착각하고 있는 거니?”
서운의 말. 백현은 뭔가 자신을 탁 때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네가 사랑하자고 하면 다 받아주니?”
“한서운.”
“싫어.”
서운의 단호한 대답. 백현은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앞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서운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나 당신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되는 거 너무 기분 나빠. 당신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내가 그러는 거 너무 싫어.”
“나도 너에게 그래.”
“아니.”
서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살짝 훑고 아랫입술을 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다가 말고 백현을 본채로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에게 나는 그냥 필요가 있는 존재일 따름이야. 나를 사랑한다거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닐 거야.”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도대체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나 채동우랑 연애해.”
서운의 고백에 백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동우의 집을 가리켰다.
“저 새끼?”
“그래.”
“미친.”
“욕 하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백현의 다급한 목소리. 서운은 여유를 지킨 채로 그런 백현을 보며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은 늘 그런 식이야.”
“한서운. 너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거야? 네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거냐고?”
“그래.”
서운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내가 그렇게만 보이지?”
“뭐?”
“네가 나를 두고 이리저리 재고 있을 때. 채동우는 내가 좋다고 했어. 내게 무릎을 꿇었어. 그런 사람이야.”
“좋아해.”
백현은 서운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뜨겁게 입을 맞췄다. 마치 삼킬 것 같은. 불에 타버릴 것 같은 키스. 입술이 떨어지고 백현은 슬픈 눈으로 서운을 바라봤다.
“이제 나를 버리는 거야?”
“너는 내가 아니어도 살아.”
“아니.”
“채동우는 죽어.”
서운은 백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의 가슴을 밀어낸 후 집으로 들어갔다. 백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서운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없어.”
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서운의 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서운 나와. 이대로 들어가면 안 돼. 너 오늘이 아니면 나는 다시는 너를 보지 않을 거야. 나오라고.”
하지만 백현이 아무리 난리를 치더라도 닫힌 서운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백현의 손이 점점 느려졌다.
“한서운.”
백현은 문에 기대 천천히 미끄러졌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서운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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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저를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나랑 연애하자.”
나은의 말에 영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진짜로 나랑 무언가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야. 그저 아버지가 나에게 선을 보라고 하는 게 귀찮아서.”
“싫습니다.”
영재의 단호한 대답에 나은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영재는 덤덤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니?”
“사장님이야 말로 저에게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고용이 되어 있는 입장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만일 그러신 거라면 잘못 생각하시는 거라고 말씀을 드릴 겁니다. 저는 사장님의 생각처럼 그냥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건방져.”
나은은 혀로 이 안쪽을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뭘 해주면 내 부탁을 들어줄 거니?”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 않는다?”
나은의 목소리가 다소 기묘하게 변했다. 영재는 그런 나은을 두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나은이 그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마.”
“유 사장님.”
“가지 말라고.”
나은의 목소리에 물기가 젖어들자 영재는 그녀를 응시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 앉았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너도 알잖아. 백현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백현이 아닌 사람은 사랑하지 않아.”
“그래서 저입니까?”
“그래.”
“제가 유 사장님 곁에 있으면 백 사장님이 싫어하실 겁니다.”
“그렇겠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은을 보며 영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나은은 다른 손으로 마저 영재를 잡았다.
“가지 마.”
“유 사장님.”
“제발 가지 마.”
영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나은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은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백 사장님께 지금 마음을 솔직하게 말씀을 하십시오. 백 사장님이 아니면 그 어떤 사람도 의미가 없다고 말씀을 하세요.”
“이미 했어.”
나은은 영재를 붙잡던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었지.”
“그렇습니까?”
“그래.”
영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은은 그런 그를 간절하게 바라봤다. 영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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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요?”
태화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유 회장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 생각이 짧아?”
“네?”
“지금 백 사장이 아니면 그 회사를 누가 가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게냐?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으로는 나은이나 너를 지킬 수 없어. 백 사장이 일을 그만 둘 거라고 했지. 그 지분을 너를 위해서 쓰지도 않을 게다.”
“그 말씀은?”
태화의 눈이 순간 거칠게 흔들렸다. 유 회장은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태화는 침을 삼켰다.
“그럼 뭘 해야 하는 거죠?”
“백 사장을 잡아.”
“아버지.”
“잡으라고 했다.”
태화는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 회장의 말이 이해가 가는 그였다.
“그럼 제가 뭘 얻게 되는 거죠?”
“잃지 않는다.”
“아버지.”
“그게 다다.”
유 회장의 단호한 음성. 태화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면 안 해요.”
“하지 말아라.”
“아버지.”
“나는 이제 내 손에 있는 게 없어도 살 수 있어. 하지만 너는 내 손에 있는 게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네가 과연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모르겠구나. 너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
태화는 침을 꿀꺽 삼켰다. 유 회장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태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는 유 회장을 노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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