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18장]

권정선재 2016. 10. 28. 00:54

18

이제 와?”

기다렸니?”

.”

 

동우의 대답에 서운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고 동우는 익숙하게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서운은 그의 손길을 가만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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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한다고?”

.”

 

백현의 단호한 대답에 유 회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백현을 바라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원망인가?”

그게 무슨?”

내가 자네 여자를 데리고 왔으니 그 복수로 지금 내 아들을 그런 대우를 하겠다. 뭐 그런 것이 아니냐는 말이야.”

아닙니다.”

 

백현은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유 회장은 빙긋 웃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 아들이 부사장을 하기 바라.”

하지만.”

자네 밑에 두기를 바라나?”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유 회장은 그제야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백현을 응시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가 없는 법이네. 그건 그 누구보다도 자네가 잘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한심하게 구는 건가?”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유 회장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유 회장은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백현을 한참이나 더 응시했다. 백현은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안 된다?”

. 그렇게 하실 거면 저는 사장 자리를 그만 두겠습니다.”

 

백현의 선전포고에 유 회장의 얼굴이 구겨졌다.

 

진심인가?”

.”

후회를 할 거야.”

애초에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백현은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애초에 제 것이 아닌 것을 쥐고 있으니 그것을 내려놓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내려놓아도 됩니다.”

후회할 걸세.”

아니요. 대신 제가 그만 두게 되면 한서운을 다시 가져올 겁니다. 그 여자는 제 곁에 있어야 하니까요.”

한서운. 그 여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

 

백현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유 회장은 헛기침을 하며 가만히 팔걸이를 어루만지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가에 섰다. 한참을 거기에 있던 유 회장은 돌아서 백현을 응시했다.

 

자네는 나은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사람입니다.”

그게 전부인가?”

그게 전부입니다.”

그게 전부로군.”

그게 전부입니다.”

 

같은 말의 반복. 그리고 표정이 없는 백현. 유 회장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가 무엇을 하더라도 백현은 그의 딸을 봐주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그의 딸도 미련을 놓지는 못할 거였다.

 

나은이는 자네를 사랑하네.”

저는 사랑하지 않습니다.”

단언하는군.”

.”

그렇다면 왜 한서운이라는 여자를 지키지 않는 건가?”

 

유 회장의 말은 백현의 무언가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백현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 회장은 그대로 손에 잡히는 것을 백현에게 던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백현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회장님.”

대답하고 가게.”

뭐 하시는 겁니까?”

 

바닥에 백현의 피가 떨어졌다.

 

자네야 말로 지금 뭐 하는 건가? 지금 내 딸을 가지고 뭘 하는 건가? 그것이 지금 협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그것이 뭔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정말 그런 것이야?”

회장님.”

나은이 그 아이를 나는 지킬 걸세.”

지키십시오.”

자네는 한 비서를 지킬 건가?”

 

백현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유 회장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백현을 노려봤다.

 

자네는 무엇을 하는 건가?”

회장님.”

자네는 왜 자네에게 중요한 것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자네는 왜 자네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자네가 한 비서를 자네의 사람이라고 인정을 하면 나은이도 이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을 게야. 그런데 도대체 왜 자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야? 도대체 왜 자네는 그리 멍청한 행동만을 하는 것이야?”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뭐라고?”

제가 뭘 할 수 있는 거죠?”

 

백현은 흐르는 피를 닦지 않았고 백현의 발치에는 꽤나 많은 피가 있었다. 백현의 얼굴에도 피가 타고 흘렀다.

 

저는 그 사람을 지킬 수 없습니다. 제가 한서운을 먼저 택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백현의 솔직한 대답에 유 회장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다가는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할 걸세.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게 되겠지.”

그럼 회장님도 잃게 되실 겁니다.”

나는 무서울 게 없어.”

거짓말.”

 

백현의 단호함에 유 회장의 얼굴이 굳었다. 백현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대로 회장실을 나섰다. 유 회장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호랑이 새끼였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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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

버리지 마.”

버리는 게 아니야.”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저 네가 여기에 있는 게 불편해.”

?”

내가 사랑하는 건 네가 아니니까.”

 

서운의 말에 동우는 상처를 입은 표정을 지었다. 서운은 그 표정을 보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서운은 침을 삼켰다.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러는 거야?”

사랑해.”

 

동우는 서운에게 허리를 숙였다. 서운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동우는 그녀를 따라 가서 입을 맞췄다.

 

버리지 마.”

채동우.”

버리지 마.”

 

동우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서운은 손을 뻗어 그런 그의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고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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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퇴근하십니까? 얼굴이.”

괜찮아.”

 

영재의 걱정이 가득한 물음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백현은 차에 타서 눈을 감았다.

 

집으로 가지.”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집으로 가지.”

안 됩니다.”

 

백현은 미간을 모았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저는 사장님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사장님이 하시는 명령보다는 사장님의 안전이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죄송합니다.”

 

영재의 사과에 백현은 눈을 떠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런 말을 더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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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실대로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계단에서 넘어지신 게 아니라 회장님께서 그러신 거 아닙니까?”

건방지군.”

 

영재는 자신을 밀치고 나서는 백현을 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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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에 왔습니다.”

너 건방져.”

 

백현의 말에 영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나에게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거야? 너는 기사야. 기사라면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마.”

저에게 먼저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하신 분은 사장님이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제가 친구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겁니까?”

 

영재의 물음에 백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친구.”

정말 필요가 없으십니까?”

필요하지.”

 

백현은 혀로 아랫입술을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이내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영재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마워.”

사장님.”

그 순간 나를 그래도 병원에 데려다 준 것은 강 기사니까. 아니. 강영재 너니까. 일단 나는 들어가지. 내일 아침에 보지.”

그럼 들어가십시오.”

 

영재는 백현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나은의 명함을 꺼냈다.

 

유나은.”

 

지금 백현을 구해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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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

 

나은은 영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미소를 짓고 입을 내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너 뭐니?”

뭐가 말입니까?”

너 그 사람하고 너무 친한 거 같아. 불편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분은 저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외로우신 분께 그런 말씀이 하시고 싶으십니까?”

친구?”

 

나은은 마치 처음 듣는 단어라도 되는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그래?”

. 그러십니다.”

그래?”

 

나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방에서 돈을 꺼내 영재에 건넸다.

 

그럼 네가 그 사람 친구를 해줘.”

유 사장님.”

나는 그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없어. 너도 아는 것처럼 그 사람이 나를 너무나도 밀어내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저에게 돈을 주신다고 하더라도 저도 사장님의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아니. 될 수 있어.”

 

나은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영재의 손을 이끌어서 그의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친구를 해줘.”

하지만.”

.”

 

나은의 차가운 어조에 영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너는 그냥 내가 하라는 것만 하면 되는 거야. 도대체 왜 그렇게 질문이 많아?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영재는 멍하니 있었다. 백현이 불쌍했다. 그 사람은 그 동안 이런 취급을 당하고 산 거였다. 사장이라는 직함도 아무 소용이 없이.

 

알겠습니다.”

 

영재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어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