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46장]

권정선재 2016. 12. 7. 23:30

46

결국 두 사람 사이에는 달라질 것은 없었다. 두 사람은 그저 여전히 평행선일 따름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뭘 원하는 거야?”

그러게.”

 

동우는 자신의 문을 먼저 두드린 서운을 쳐다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많은 것이 있었다.

 

백현이지?”

.”

 

동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서운의 마음이 이해가 갔지만 결국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 아팠다.

 

일단 들어와.”

싫어.”

 

동우가 손을 내밀었지만 서운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꾸만 흔들렸고 아팠다.

 

한서운. 들어와.”

백현이 좋아서 미치겠어.”

 

서운의 고백에 동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당연한 거였다. 서운은 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동우의 입에서 피가 베어나왔다.

 

.”

당신 정말.”

매정하지?”

 

서운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걱정스러우 눈으로 동우를 바라봤다. 동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당신이 좋아.”

꺼져.”

한서운. 당신이 좋다고.”

 

동우는 서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운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나도 당신이 고마워. 너무 고마운데 우리 두 사람은 아니잖아. 우리 두 사람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렇다고 백현에게 갈 거야?”

아니.”

 

서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갈 수 없었다. 가면 안 되는 거였다. 결국 두 사람을 망가뜨리는 거였다.

 

가지 않아.”

그러면 나랑 있어.”

아니. 그럴 수 없어.”

 

이것도 안 될 거였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서 동우는 평생 아플 거였다. 자신이 보지도 않을 건데. 가지도 않을 건데, 자신을 기다리느라 동우가 아파하는 것이 이제야 눈에 보였다. 더 이상은 안 되는 거였다.

 

떠날 거야.”

가지 마.”

 

동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지 마.”

갈 거야.”

 

동우는 서운의 다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동우의 애절함에도 불구하고 서운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서 그의 팔을 떼어냈다.

 

내가 나로 설 수 있기를 바라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너는 내가 나로 서기를 바라면서 이러면 안 되는 거지. 나는 여기를 떠나야. 이곳에 있지 않아야지만 내 발로 설 수 있어.”

정말이야?”

.”

 

서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가득 채운 눈물샘이 터졌다. 그리고 양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말이야.”

 

동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더 이상 그는 서운을 잡을 수 없었다. 오직 서운의 처분을 기다릴 다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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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들.”

 

백현이 병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화자는 백현을 반겼다. 화자가 자신을 반기자 백현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아들 가지 마.”

정말 제 어머니에요?”

아들.”

하지 마!”

 

백현은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 백현의 고함에 화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백현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당신이 나의 어머니입니까? 도대체. 도대체 왜 당신이 나의 어머니인 겁니까?”

아들.”

도대체 왜.”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무나도 괴로었다.

 

나는 당신을 어머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괴로움입니다.”

아들.”

당신으로 인해서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내 유년 시절. 그리고 한서운.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화자는 마치 백현이 지금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기라도 한다는 듯 아랫입술을 물었다. 백현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살 수 없었다.

 

도대체 왜 당신이 내 어머니인 겁니까? 도대체 당신이 왜 나를 낳은 겁니까? 자식을 낳았으면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버려지지 않게. 잘 지키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왜 나를 버린 겁니까? 도대체 왜 한서운이 나를 버리도록 가만히 본 겁니까? 그리고 내가 다시 당신 곁으로 왔을 때.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면. 적어도 당신이 나를 낳았더라면 알아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도대체 왜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망가뜨린 겁니까?”

 

화자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화자의 모습에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겁니다.”

아들.”

아들이라고 부르지 마요.”

 

화자는 입을 막았다. 양손으로 입을 막는 그녀의 아이 같은 행동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엇었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당신을 찾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내 어머니가 아니라 나를 괴롭힌 사람이고. 나를 죽인 사람입니다. 내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내 모든 숨을 다하게 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이 정말 내 어머니라면. 그렇다면 그냥 죽어줘요.”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나도 잔인한 말이었지만 지금 자신의 마음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당신이 죽어야 내가 살아.”

아들.”

그래야. 내가 살아요.”

 

백현은 그대로 돌아섰다. 뒤에서 화자의 입을 막은 외침이 들렸지만 그것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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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

 

영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백현을 바라봤다. 아침에 병원에 다녀온 후 백현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다시 병원으로.”

아니.”

 

백현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정리해야 하는 것은 정리해야 하는 거였다. 이대로 뭐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다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 없는 거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마. 강 비서. 자네는 내 비서야.”

.”

물론 친구이기도 하지.”

 

영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백현의 비장한 표정에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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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서. 좀 괜찮나?”

.”

 

유 회장의 물음에 서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괜찮고 괜찮지 않고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나?”

.”

 

서운은 가만히 대꾸했다. 유 회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뭘 해야 할지 너무 복잡한 상황이었다.

 

나는 태화 녀석이 더 마음에 들어.”

 

서운이 고개를 들어 유 회장을 응시했다.

 

그러니 내 말을 들어주지 않겠나?”

회사의 명운보다 지금 그게 중요하십니까?”

그래.”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유 회장에 서운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결국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인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정말 내 말을 아는 건가?”

.”

 

서운의 대답에 그제야 유 회장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만 믿네.”

알겠습니다.”

 

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 회장에게 짧게 고개를 숙이고 회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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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 거야?”

비키시죠.”

 

태화가 앞을 막아서자 서운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태화는 입을 내밀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지금 회의 실에 가면 뭘 해야 하는 걸 알고 있어?”

. 알고 있습니다.”

하지 마.”

 

서운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를 찍으라고 하셨나?”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한 비서가 가지고 있는 위임장보다 무조건 적은 양의 주식을 갖고 있어. 나는 무조건 반대를 할 거야.”

그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실 겁니다. 결국 모든 것은 다 회장님의 주식이 정할 겁니다.”

. 그럴 테지.”

 

태화는 입을 내밀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그 누구보다도 그가 더 잘 알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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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백현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침묵에 휩싸였다.

 

어제 쓰러진 이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어제 검사 결과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불안하다는 생각이 우선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위해서 제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뭘 하지 않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장 자리에서 그만 두고 물러나려고 합니다.”

 

백현은 미소를 지으며 서운을 응시했다. 그리고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마다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았다. 모두 다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저에게도 꽤 많은 주식이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룹의 미래에 달린 지주 회사의 사장 자리에 저는 누가 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백현은 밝은 표정으로 서운의 눈을 바라봤다. 서운은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백현은 집요했다.

 

한 비서.”

?”

어떤 생각입니까?”

그게.”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자 서운은 입을 꾹 다물고 유 회장이 준 위임장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말에. 자신의 행동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묶여 있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유 회장이 생각하는 것. 그걸 내가 하게 할 겁니다. 내가 그것을 믿을 수 있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은 저에게 일임했습니다.”

그래요?”

 

백현의 입가에 미소가가 번졌다.

 

그럼 어떻게 할 겁니까?”

그러니까.”

 

선택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백현의 말에 다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백현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서운에게 건냈따. 서운은 그것을 바라본 후 눈이 커다래졌다.

 

이게 무슨?”

위임장입니다.”

 

백현은 미소를 지은 채 덤덤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모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