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16장. 불고기]

권정선재 2017. 1. 13. 15:35

16. 불고기

불고기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어떻게요?”

소스?”

농담이죠?”

당연하죠.”

 

태식의 굳은 표정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능숙하게 양파를 채 썰어서 볶았다. 색이 투명해지자 그 다음 설탕과 간장, 마늘과 파를 넣고 고기를 넣은 후 물을 살짝 붓고 뚜껑을 덮었다.

 

이게 우리집 식이에요.”

나쁘지 않네요.”

당연하죠.”

그런데 왜 안 내는 겁니까?”

? 비싸잖아요.”

 

지우의 대답에 태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를 가지고 딱히 비싸다고 할 것은 없을 거 같은데요? 그리고 오히려 손님들이 좋아하는 거나 그런 거 생각을 하면 오히려 더 잘 하는 것 그게 좋죠. 그리고 지금 달걀말이도 팔리지 않습니까?”

팔리죠.”

얘도 팔릴 수 있어요.”

 

태식의 말처럼 그럴 수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담이었다. 지금도 해야 하는 요리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도 어려워요.”

알바도 둘인데?”

?”

 

태식의 말처럼 형진 역시 아르바이트를 시작을 한 후였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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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둘이 사귀는 거야?”

아니.”

 

형진의 말에 준재는 입을 쭉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저 분은 그냥 컨설턴트이자 우리 집주인이야. 괜히 이상한 말 하고 그러지 마라. 부정탄다. 부정타.”

뭐야? ?”

뭐가?”

좋아해?”

당연하지.”

 

형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나이가 많은 그리고 뚱뚱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이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형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싸울 이유는 없으니까.

 

너무 예쁘지 않아?”

? .”

 

준재의 말에 형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뭐 본인이 좋다고 하는데 다른 말을 할 이유 같은 것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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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가지고 가요.”

됐습니다.”

가지고 가요.”

 

지우가 반찬을 챙겨주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내가 설마 저 망할 꼬맹이들 밥이라도 굶길 것 같아서 이러는 겁니까? 내가 이렇게 보여도 요리도 합니다.”

요리 잘 하는 거 알아요. 지금 우리 식당이 좋아진 거. 전부 다 그쪽 덕분이니까. 그냥 애들이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지금 쟤네 둘이 여기에서 있으니까 제대로 쉬지도 못할 거잖아요. 그런데 무슨 저녁까지 해요.”

 

지우의 대답에 태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우는 준재와 형진을 보며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월급은 나중에 너희가 성인이 되면 줄게. 이 통장은 준재 거. 이건 형진이 거.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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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잘 챙기는 스타일이더라.”

그렇지?”

 

준재와 형진의 대화를 듣는 태식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귀찮은 일을 떠맡은 것 같은데 또 다른 기분 좋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근데 직업이 뭐예요?”

.”

아저씨?”

 

형진의 질문에 태식은 미간을 모으며 뒤를 돌았다.

 

내가 왜 아저씨야?”

아저씨죠. 사장 누나보다도 k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형. 형이라는 좋은 단어가 있는데. 그렇게 싸가지 없게 아저씨. 아저씨. 그렇게 불러야 하냐?”

에이. 아저씨죠. 저희가 아직 고딩인데.”

 

형진의 되바라진 답에 태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준재가 그의 팔을 붙들었지만 형진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설마 형 소리 들으실 건 아니죠? 사장님도 누나 소리 듣기를 바라시지 않는데. 그건 양심에 어긋나신 거지.”

그렇지.”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사악하게 웃었다.

 

내가 형 소리를 들으면 안 되는 거지.”

. 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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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예요?”

뭐가?”

 

자신들의 앞에 놓인 반찬에 형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태식의 앞에는 고기가, 자신들의 앞에는 채소가 한 가득이었다.

 

이건 아니죠.”

요즘 소아 비만이 문제라고 하더라. 어릴 적부터 식습관이 아주 잘 들어야만 하는 거래. 내가 너희를 위해서 이렇게 희생을 한다. 성인병이 더 위험한데 말이야. 이 정도는 너희가 양보해야지.”

아저씨. 진짜 치사해.”

형 왜 그래요.”

 

준재의 말에 형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태식은 씩 웃더니 자신의 고기 절반을 덜어서 준재에게 건넸다.

 

하지만 우리 준재는 말랐으니까.”

그렇죠.”

이게 뭐냐고?”

 

형진은 입을 쭉 내밀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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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요즘 사람 사는 거 같지?”

 

지우개는 간을 하지 않은 소고기를 먹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나도 이렇게 사니까 뭔가 더 챙겨 먹고. 다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 같고. 되게 기분이 좋고 그렇다.”

 

지우개는 가볍게 지우의 손가락을 물었다.

 

지우개 고마워. 다 네 덕이야.”

 

지우개는 기분이 좋은지 자리에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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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불고기 아주 잘 먹었어요.”

맛있었어요.”

맛은 모르겠지만.”

?”

 

형진의 대답에 지우가 고개를 갸웃하자 준재가 재빨리 그의 옆구리를 쳤다. 지우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준재는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뭐 할까요?”

불고기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

양파 좀 깔 수 있어?”

당연하죠.”

 

준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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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까는 거 이거 쉽지 않은데?”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에 있냐? 그래도 우리 이렇게 집도 구해주고. 여기 되게 좋은 곳 아니야?”

. 그렇지.”

 

준재의 말에 형진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을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해주는지 신기했다.

 

그런데 너는 여기 어떻게 안 거야?”

여기 유정이 아줌마 가게야.”

?”

너 기억 안 나?”

.”

 

형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착한 아줌마.”

?”

그런데. 유정 아줌마는 되게 날씬하고 그러셨잖아. 그런데 지금 사장님. 정말 딸 맞아? 몸매가 너무 다르잖아.”

.”

 

준재는 곧바로 형진의 팔을 때렸다. 형진은 팔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내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너 왜 그래?”

다른 여자들이 너무 마른 거지. 우리 사장님 정도면 딱 표준인 거거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라고 했어. 우리 사장님이 어디가 표준이냐? 과체중인 거지. 안 그래?”

그래.”

 

주방으로 들어오며 지우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나는 내가 표준에서 넘었다고 해서 문제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뺐으면 좋겠지만 빼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러니까.”

 

형진이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형진이 사과를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없는 곳에서 한 이야기니까. 대신 사람 앞에서 대놓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야. 그거 상처야.”

.”

 

형진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든 여성들이 다 날씬해져야 한다는 거. 그거 매스컴의 잘못된 피해거든. 여성에게 뭔가 잘못된 올가미를 씌우는 거야. 성차별적인 거니까. 앞으로 그런 식의 시선은 갖지 않는 게 좋아.”

. 알겠습니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고 주방을 나섰다. 형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장님 뭐야?”

뭐가?”

무슨 말을 저렇게 잘 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미친.”

 

준재의 대답에 형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화도 내지 않고.

 

그런데 어릴 적부터 그런 이야기를 되게 많이 들었나보다. 별로 반응도 하지 않고 그러게 넘어가시는 거 보면.”

매일 그 단골 아저씨가 와서 장돼지라고 부르잖아. 그러면 학창시절부터 그랬고 별로 개의치 않으시나보지.”

쿨하시네.”

그래서 내가 좋아하잖아.”

미친.”

 

준재는 씩 웃으면서 양파를 까기 시작했다. 형진도 그런 준재에게 뒤쳐질 새로 열심히 손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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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 악의가 없이 아이들이 한 말이었다.

 

이런 거 가지고 화를 내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런데 묘하게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답답했다. 도대체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악의 없이 하는 말이라는 것이 더욱 속상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애들이 왜 저럴까?”

뭐가요?”

아니요.”

 

태식이 묻자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계속 저희 가게에만 있으세요?”

. 이제 나가려고 합니다.”

 

태식은 시간을 확인하고 눈에 띄게 허둥지둥하며 식당을 나섰다.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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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식당은 잘 운영이 되고 있나?”

그렇습니다.”

내가 도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나 그런 건.”

신경을 쓰지 않는 거 같습니다.”

 

준재는 중년의 사내에게 차분하게 보고했다. 중년의 사내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심각함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