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18장. 어색함]

권정선재 2017. 1. 20. 23:13

18. 어색함

도대체 뭘 한 겁니까?”

아니.”

 

태식이 식당에 왔을 때에는 이미 준재와 형진이 고주망태가 된 후였다. 지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애들이 이제 신년이고 그러니까 이제 어른이고. 그래서 술을 달라고 한 건데. 이건 좀?”

이거 나중에 영업정지 당합니다.”

판 게 아닌 걸요?”

그래도요.”

 

태식이 인상을 찌푸리자 지우는 입을 내밀었다. 태식은 그런 지우를 보다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 표정 뭡니까?”

아니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나한테만 막 뭐라고 하니까.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내밀었다.

 

일단 택시 좀 불러줄래요?”

알겠습니다.”

 

지우가 입을 쭉 내밀고 식당을 나서자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보면 볼수록 귀여운 사람이었다.

 

사장님 보고 웃지 마요.”

 

순간 들린 준재의 말에 태식은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사장님 보고 웃지 말라고요.”

 

준재의 진지한 눈빛에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알아요. 나도 내가 어린 거.”

그만.”

뭘요?”

너 지금 술 취해서 하는 이야기들 나중에 생각을 하면 다 되게 부끄러운 이야기다. 내일 나를 보고 후회하고 그러지 말고. 그런 말들을 하고 싶으면 맨정신에 하던가. 그거 지금 하는 거 아니야.”

후회 안 할 겁니다.”

 

준재는 태식을 밀어내고 비틀비틀 홀로 섰다. 그리고 물끄러미 태식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쪽은 사장님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잖아요. 안 그래요? 자기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말하지도 않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라이벌입니까? 사장님한테 웃지 마요. 내가 사장님 지킬 거니까.”

 

준재는 그대로 식당을 나섰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이처럼 장난스럽게 웃었다.

 

저 꼬맹이가 귀엽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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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야.”

괜찮아?”

? .”

 

준재는 자리에서 이러나서 형진이 건네는 물을 받아 마셨다. 목에 물이 들어가니 조금은 사는 거 같았다.

 

나 어제 많이 마셨나?”

많이 마셨지.”

젠장.”

사장 누나한테 어리지 않은 척 그거 멋있게 보인다고 술을 막 마셔놓고서는. 진짜 그건 아니지. 안 그래? 술도 못 마시는 놈이. 그리고 컨설턴트 아저씨한테도 누나 좋아하지 말라고 막 그러더라.”

?”

 

준재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변했다. 자신이 그런 말을 했을 거라는 기억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진짜야?”

진짜지 그럼.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해서 뭐하게?”

그렇지.”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몸을 둥글게 만 후 머리를 마구 만졌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나 왜 이런 거지. 미치겠네.”

얼른 나가. 아저씨가 지금 네 해장국 끓여.”

너는 괜찮아?”

그럼.”

 

형진은 자신의 갓믕르 두드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너처럼 그렇게 자기 제어 못하는 꼬맹이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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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괜찮아?”

? .”

 

태식의 물음에 준재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네 사랑의 라이벌이 주는 해장국 먹을 거야?”

?”

나도 이제 안 숨기려고.”

 

준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태식은 먼저 자리에 앉으면서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준재를 응시했다.

 

네 말처럼 뭔가 하지 않고서 그렇게 좋아하는 처 하는 거 우스운 일이더라고. 그래서 티를 내려고.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사람도 나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게. 그렇게 만들려고.”

그건.”

?”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반칙이잖아. 이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억울했다. 자신은 너무나도 작은 사람이었고 가진 게 없었다.

 

아니요.”

 

준재는 어색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았다. 태식은 열심히 밥만 먹을 따름이었다. 준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죄송해요.”

네가 왜?”

건방져서요.”

아니. .”

 

태식은 별 것 아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불편하고 또 부럽기도 했다. 준재는 모든 것에 솔직했다.

 

오히려 모자란 것은 나지. 아무 것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옆을 애매하게 맴돌기만 하는 사람인 거니까. 그래놓고서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거고. 나도 내가 되게 우습기는 한데.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나도 너처럼 그렇게 솔직할 수 있다면 뭐가 달라질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나는 그게 너무 궁금하네.”

좋아하는 거 맞네요.”

 

준재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헝클었다. 태식은 자신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저씨가 사장님 좋아하면 안 되는 건데.”

?”

내가 상대가 안 되니까.”

 

준재의 대답에 태식은 목을 뒤로 젖히고 이리저리 풀었다. 답답했다. 숨이 막히는 어떤 기분? 그러다 준재를 보고 밝게 웃었다.

 

너는 나보다 나아.”

뭐가 나아요?”

솔직하니까.”

솔직?”

그래. 그거 엄청난 무기거든. 네가 솔직한 거. 그거. 네가 생각을 하는 것보다 더 귀한 거거든. 그 무언가? 뭐가 있는 거거든. 너는 네가 솔직한 거.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그거 아무런 거거든.”

그런가?”

그런 거야.”

 

준재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태식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가 그래주니까 고맙기는 하네요.”

그런데 너는 내가 문제가 아닐 걸?”

?”

어제 엄청 취했던데?”

 

태식의 말에 준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우 씨에게도 무언가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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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뭔가 이상하지 않냐?”

?”

수상하거나 그런 거 말이야..”

 

다짜고짜 와서 자기 할 말만 하는 원종에 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지금 뭐라고 말을 하는 건지.

 

걔하고 또 무슨 시비가 붙어서 이러는 거야?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할 거면 그냥 가.”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야.”

그럼?”

어떤 차에서 내리더라.”

? 네가 뭐 그냥 아는 사람이 있나보지.”

아니.”

 

원종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물끄러미 원종을 응시했다.

 

그럼?”

뭔가 있는 거 같아?”

도대체 뭐가?”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한데?”

 

다짜고짜 식당을 돕겠다고 와서 아르바이트하고 그러는 거 이상하지 않아? 도대체 그 녀석이 뭔데 이렇게 돕는 건데. 그냥 어머니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거 뭔가 이상한 거잖아. 수상하잖아.?”

그건.”

 

원종의 말이 옳았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해준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뭐 일당을 받고 한다고는 하지만. 이상한 거라고. 도대체 네가 뭐라고. 여기가 뭐라고 그러는 건데?.”

그렇지.”

이상한 녀석이야.”

 

원종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지우는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을 가지고 굳이 준재를 의심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었다.

 

설마. 내가 뭐라고 뭐 이상한 사람이 붙을 일이 있어? 엄마도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겠지.”

 

원종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이마를 짚고 원종을 응시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뭐야? 너 이제 나 원망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나는 이제 네가 나를 안 볼 거라고 생각을 했어. 적어도 이렇게 일부러 찾아오는 건 대단한 거 같아.”

친구라며?”

?”

친구니까.”

 

원종의 밝은 미소에 지우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한다는 것이 더욱 미안했다.

 

친구라 말을 해주는 거야. 장지우. 너야 말로 지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뭐?”

뭔가 다른 거 바라는 거 같은데?”

아니거든.”

 

지우가 발끈하자 원종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살짝 목을 가다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나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다만 네가 그 사람을 너무 믿는 거 같으니까. 아주 약간은. 정말 아주 약간은 의심해도 좋다는 거야.”

그래. 고마워.”

그리고 나는 갈게. 꼬맹이들 왔네.”

 

원종이 문을 가리키자 지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안 들어오는 거야?”

어제 술을 좀 먹였거든. 기억이 안 나는지. 그거 묻고 있는 거 같은데?”

?”

그럴 일이 있었어.”

 

원종은 뭔가 더 물으려고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가 묻는다고 해서 지우가 말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간다.”

고마워.”

뭐가?”

이렇게 친구로 대해줘서.”

나에게 너는 언제든 친구야. 예전에도 친구였고. 지금도 친구고. 그리고 앞으로도 친구일 거야. 내가 너를 좋아하고. 네가 이 마음에 대해서 불편해 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그래.”

 

지우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자 원종도 그녀를 따라 웃었다.

 

나 내일은 비지 먹으러 올 거다.”

준비할게.”

그럼 간다.”

 

지우는 원종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고마웠다. 아무 것도 물어주지 않는다는 것이 더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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