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17장. 위로 불고기]

권정선재 2017. 1. 16. 15:37

17. 위로 불고기

앞으로도 잘 지켜보게.”

알겠습니다.”

 

준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저 아이가 자네나 나에 대해서 알지는 못하지?”

그럴 겁니다.”

그래.”

그래도 직접 나타나시는 것이.”

아니.”

 

준재의 제안의 중년의 사내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그 동안 저 아이에게 없던 사람이야. 이제 와서 뭘 도와준다고 해서 저 아이가 좋아하겠는가?”

나중에 뒤에서 이렇게 도우신 것을 알면 그걸 더 싫어하실 겁니다. 그것도 알고 계시는 거죠?”

그래.”

따님과의 만남을 미루면 미룰수록 나중에 두 분의 사이는 더 어색해질 수밖에 없는 사이일 겁니다.”

 

중년의 사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준재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가 멀어질 때까지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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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 뭐야?”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원종이 미간을 모았다.

 

저 자식 도대체 누구 차에서 내리는 거야?”

 

준재가 고개를 돌리자 원종은 재빨리 골목으로 숨었다.

 

저 자식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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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를 메뉴에 이렇게 내도 괜찮아요?”

. 지금 어차피 달걀이 비싸서 그건 내지도 못하고. 대신 이렇게 다른 메뉴를 넣는 거니까. 나쁘지는 않지?”

그래도 돼지를 쓰지.”

아니.”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입에 더 맛있는 것이 당연히 손님들 입에도 맛있을 거였다.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을 쓰면 우리 돼지보다도 오히려 저렴할 때도 있어. 그러니까 부담은 오히려 적어. 그리고 손님들도 이왕 드릴 거면 소고기를 드리는 걸 더 선호하는 거 같고. 나쁘지 않아.”

그렇구나.”

 

준재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확실히 처음의 지우보다 많은 것을 신경을 쓰는 모양새였다.

 

그나저나 그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거 같아?”

?”

집은 어때?”

. 좋아요.”

좋아?”

 

준재의 대답에 지우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돈도 주지 못하는데 어디에서 그 돈을 버는 건지 궁금했다.

 

뭐 하는 사람인지. 혹시 다른 직업은 있는지. 다른 식당은 가는지. 그런 거 알아낸 거 없어?”

없어요.”

 

준재는 한쪽 볼을 부풀린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준재의 대답에 지우는 어색하게 웃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애들에게 나쁜 짓을 시키는 거였다.

 

아니다. 내가 미쳤지.”

사장님이 왜요?”

그냥 너희 괴롭히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그나저나 너희 원래 있던 거기에는 다른 말은 안 해도 괜찮아?”

모르곘어요.”

 

준재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제 수능도 끝이 난 상황이고, 방학이라서 아무 문제도 없는 거지. 학교에 다녔으면 그리로 왔을 거예요.”

맞네. 너 대학은?”

?”

너랑 형진이는 대학은 정했어?”

아니요.”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상황에서 대학 같은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어떻게 대학을 가요? 등록금이 한두 푼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럴 돈이 있으면 일을 더 해야 하는 거죠. 저희는 자립을 할 수도 없는데. 일단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 돈을 모아야죠.”

그 사람 집이 있잖아.”

아니요.”

 

준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태식의 집은 어디까지나 그들을 임시로 보호를 해주는 곳이었다. 절대 그들의 집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거기에 있을 수 없잖아요. 분명히 모르는 남자 애들이 있으면 아저씨도 많이 힘들 거에요.”

그런 말을 해?”

아니요. 그럴 리가요.”

 

지우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준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지우가 태식을 오해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태식이 라이벌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잘 해주세요.”

그래?”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아니.”

 

화장실에 다녀온 형진이 묻자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이제 뭐 하면 될까요?”

오늘은 손님 더 오지 않을 거 같은데? 우리 미리 재워둔 불고기나 먹으면서 너희 아저씨나 기다릴까?”

.”

싫어요.”

 

형진이 손가락을 튕기며 반색하는 것과 다르게 준재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폐를 더 끼칠 수 없었다.

 

이거 팔아야 하는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저희 다 주고 그러면 사장님 남으시는 것도 없잖아요.”

너희 두 사람이 일을 하면서부터 좋은 기운을 가지고 온 건지 식당에 손님이 늘었어. 너희 옷에 쉰내가 날 정도로 손님 많았어.”

냄새가 나요?”

 

준재가 당황해서 티셔츠를 끌어당기자 지우는 가만히 미소를 짓고 그런 준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사장님.”

네가 아니었더라면 여기 오지도 못했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먼저 이렇게 먹어봐야지. 이게 정말 단일 메뉴로 괜찮을지. 그러니까 우리 같이 먹자. 맛있게. 그러면 되는 거야. 너희는 그러니까. 음 대접을 받는 게 아니라. 그래. 시식. 시식을 하는 거야. 신메뉴 개발. 그래 이게 좋다. 신메뉴를 개발하는 거지.”

 

지우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자 준재는 그녀를 따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거였다.

 

그럼 우리 맛있게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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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희에게 왜 잘해주세요.”

?”

?”

 

형진의 물음에 지우는 잠시 당황했다. 준재도 형진을 막으려고 했지만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 같아서?”

저희가 뭐 사장님 같아요? 사장님은 집도 있고. 다 가지고 있으면서. 이렇게 식당도 가지고 있고.”

그래도 아무도 없잖아. 나는 혼자인 걸. 너희도 혼자인 거고. 그래서 뭔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우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괜히 무거운 분위기가 된 거 같았다.

 

그런데 정말 지우개도 같이 있어도 괜찮아?”

그럼요.”

 

지우개는 준재의 발치에서 사료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만일 지우개가 없었더라면 나는 오늘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야. 아무튼 그냥 너희를 보면 다 해주고 싶더라고. 솔직히 너희 나이가 뭐든 다 할 수 있는 나이여야만 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 시선 같은 거 하나 중요하지 않고. 오롯이 너희에게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는 순간이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거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해보니까 이걸 그냥 해줄 수 있는 거더라고. 그리고 준재가 먼저 일을 하고 나서 나도 나아졌으니까.”

 

지우는 헛기침을 하고 목을 이리저리 풀었다.

 

나 무슨 말을 하는 거니.”

고마워요.”

 

준재는 덤덤한 목소리로 가만히 고백했다.

 

만일 사장님이 아니었더라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네가 먼저 나를 구한 거야.”

사장님.”

자 이제 고기 먹자.”

 

지우는 손뼉을 치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좀 그렇지.”

저희 술도 마셔도 돼요?”

아니.”

 

형진의 물음에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고등학생이잖아. 절대로 안 돼.”

이제 어엿한 사회의 한 구성원인데 너무한 거 아니에요? 18세도 넘었는데. 이거 정말 너무하네.”

맞아요.”

영업정지 당한다.”

 

지우는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무심하게 반응하자 준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맛있게 먹자.”

제가 구울게요.”

 

준재가 싹싹하게 지우에게서 집게를 받아들었다.

 

신기하네요.”

뭐가?”

이렇게 고기를 먹는다는 게.”

?”

 

지우의 표정이 순간 멍해지자 준재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다.

 

사장님 그런 표정 지으라고 한 게 아니에요.”

미안.”

 

지우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던 것을 지우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자신은 이 아이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거기에서 나오면 너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나중에 뭔가 다른.”

어차피 나왔어야 해요.”

?”

나이가 들었으니까요.”

 

형진의 대답에 지우는 침을 삼켰다. 형진은 이런 지우의 분위기를 살피지 못한 채 손에 상추를 들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고기다. 고기.”

고마워.”

 

지우는 준재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는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워?”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신 거요.”

그런 게 아니라니까.”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나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야. 네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뭔가를 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테니까. 컨설턴트. 그러니까 태식 씨가 오더라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야.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네가 여기에서 딱 버티고 있어주니까. 네 덕분이야. 너는 내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야.”

메뉴 이름을 바꿔요.”

?”

소주와 달걀말이. 그리고 위로 불고기.”

 

뭐야?”

 

지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왜요? 지난 번에 그 손님에게도 소주와 같이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되었던 거 아니에요? 어떤 특별한?”

그런가?”

그러니까요. 우리 뭔가를 하면 되는 거죠.”

그러게.”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개 식당이 조금 더 특별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그녀였다.

 

좋다. 그거.”

그러면 사람들 머릿속에도 더 잘 기억이 될 걸요?”

그러게.”

 

지우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또 하나 새로운 하루가 시작이 되는 것 같았다. 지우는 준재를 보고 장난스럽게 웃고 소주를 들이켜는 시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