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15장. 준재 이야기]

권정선재 2017. 1. 13. 15:34

15. 준재 이야기

알바는?”

월차?”

?”

 

지우의 말에 원종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뭐야? 이렇게 작은 가게에 무슨 월차?”

너는 왔으면 밥이나 먹어.”

 

지우는 카레를 가져와서 원종의 앞에 놓고 나란히 앉았다. 원종은 카레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내밀었다.

 

백반 먹을 건데?”

?”

백반 먹으면 네가 와서 이것저것 반찬도 집어먹고 하잖아. 하지만 이러면 네가 먹을 수 없잖아.”

네가 신경을 안 써도 나 다 잘 먹고 있어. 오히려 너무 잘 먹어서 걱정이다. 이제 다이어트를 좀 해야 할 거 같아. 이래서는 진자 시집도 못 가고 그냥 이대로 늙어죽으면 어떻게 하지?‘

아니 내가 너 좋다고 하는데 너는 뭐가 고민이냐?”

 

원종의 고백이 훅 들어오자 지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 자식이 지금 나랑 농담을 하자고 하는 건가?

 

너 나 좋아하는 거 그냥 진심 아닌 거잖아. 그냥 심심해서.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래놓고 무슨.”

미친. 어떤 사람이 심심해서 고백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 하여간 장지우. 사람 빈정 상하게 하는데 뭐가 있어.”

나는 아니야.”

 

원종의 말을 듣자마자 지우는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있어서 너는 너무나도 좋은 친구야. 그런데 네가 이러면 나는 너무 불편하잖아. 나는 친구도 없다? 그런데 네가 내 유일한 친구인데. 사실상 내 유일한 친구인데.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너야 말로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

너 너무 잔인해.”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돼지. 아니 장지우. 내가 너한테 이렇게 오는 이유. 네가 더 잘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도대체 너 왜 그러는 건데? 왜 내 마음을 전부 다 알고 있으면서.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다 알고 있으면서. 도대체 왜? 왜 이렇게 나를 밀어내김나 하는 건데. 내가 그렇게 부족해? 내가 왜 안 되는 건데?”

너무 좋으니까.”

 

지우의 고백에 원종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손님이 들어오자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을 멈추고 지폐를 꺼내서 식탁에 놓았다.

 

나 이제 안 온다.”

최원종!”

 

지우의 외침에도 원종은 멀어졌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머리를 마구 헝큰 후 뒤로 넘겼다. 따라가야 했지만 손님이 와버렸으니까. 지우는 손님에게로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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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거야?”

뭐가요?”

됐다.”

 

준재의 날카로운 대답에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물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뭐 할래?”

아무 것도요.”

그래.”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을 수도 있으니까. 반드시 뭔가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냥 쉬자.”

?”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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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의 집에 쭈뼛쭈뼛 따라들어온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태식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 잡아먹어.”

.”

 

준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집으로 들어섰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태식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우리 집에 온 게 처음이라.”

.”

갈아입을 옷 줄까?”

?”

잠시만.”

아니.”

 

준재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태식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준재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주위를 둘러봤다.

 

이리와 봐.”

 

태식의 부름에 준재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태식이 씩 웃으면서 여벌 옷을 들어보였다.

 

이거 입어.”

.”

 

준재는 쭈뼛거리며 그 옷을 받았다. 그런데 준재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기?”

. 옷 정리 좀 하려고.”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쪽을 보지는 않는 거 같으니까. 상의를 벗는 순간 찰칵 소리가 들렸다.

 

, 뭐하는 거예요?”

어떤 새끼냐?”

 

태식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도대체 어떤 미친 새끼가 너를 이렇게 한 거야?”

하지 마요.”

 

준재가 휴대전화를 가져가려고 하자 태식은 휴대전화를 뒤로 감췄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봐. 꼬맹이. 내가 그 식당에 꽤 관여를 하고 있는 거 알지? 그리고 사장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고 말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 편을 들어줄 어른도 있다는 이야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제 편이요?”

 

준재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편을 들어요? 누가 누구의 편을 들어줘요? 아저시가요? 아저씨가 무슨 자격으로요?”

?”

못 해요.”

아니.”

 

태식의 표정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마구 헝클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 다음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태식을 바라봤다.

 

도와줄 수 있어요?”

물론.”

어른으로 책임져 줄 수 있어요?”

여기 방 많아.”

 

태식의 대답에 준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죠?”

그래.”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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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아니야?”

너무 그러지 말고요.”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마구 털었다. 준재는 마치 벌이라도 받고 있는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네가 왜 고개를 숙여?”

?”

 

지우의 말에 준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잘못한 거 하나 없어. 도대체 네가 왜 그렇게 기가 팍 죽어 있는 거야? 네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녁에 같이 가자.”

?”

어차피 너 곧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학기도 다 끝났고. 거기에 더 이상 있을 이유도 없잖아. 거기 컨설턴트 씨. 이 꼬맹이 잘 수 있는 방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했죠? 지금 당장도 괜찮죠.”

.”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종이 너 못 입은 옷 같은 거 있으면 좀 가져다 줘. 어쩐지 애가 매일 비슷한 옷만 입고 오더라.”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돈은 얘가 일하는 거 있으니까. 용돈 같은 건 저거 하겠지만. 일단 먹는 건 내가 다 챙기고 할게요.”

그 정도로 먹고 싶지는 않은데요?‘

뭐라고요?”

잠깐만요.”

 

세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던 준재가 손을 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이 척척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 결정이 난 거지.”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브이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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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는 거야?”

경찰 불러요?”

 

원종의 말에 센터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준재를 보더니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너를 키워준 공로가 있는데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지. 네가 여기에서 나가면 갈 곳이 있어?”

있습니다.”

 

태식이 앞으로 나섰다. 센터장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엇다. 이대로 준재를 놓아주면 나오는 보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니지.”

당신이야 말로 이게 아니지.”

 

태식은 준재의 몸 사진을 보여주었다. 센터장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바로 안하무인의 자세로 나왔다.

 

이게 뭔데?”

뭐라고요?”

당신들이 얘 때리고 지금 나 협박하는 거 아니야? 준재야. 이리 와. 너 아직 미성년자야. 네 보호자는 나라고.”

내가 봤어요.”

 

순간 보호소에서 준재의 룸메이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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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갈 곳 있어?”

아니요.”

 

지우는 곧바로 태식을 바라봤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는 룸메이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네 소개해.”

김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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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겠다.”

 

지우는 기지개를 켜며 눈을 감았다. 그래도 원종과 다시 편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 최원종.”

말 걸지 마.”

 

원종은 식탁에 엎드린 채로 입을 삐쭉 내밀었다.

 

너는 나 절대 아니잖아.”

그렇지.”

잔인해.”

그래서 좋아.”

?”

이렇게 너는 내 친구니까.”

 

원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고작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 다른 사람보다도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아팠지만 어쩔 수가 없는 거였다. 강요할 수 없는 거니까.

 

됐다.”

미안.”

네가 왜 사과하냐?”

 

원종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사과를 할 거 없는 거야. 이건 내 일방적인 고백이니까. 그러니까 네가 받아줄 이유 같은 건 없는 거잖아. 네가 받아줄 필요 없는 거야. 받아줄 이유도 없는 거고. 아무튼 잘 된 거네.”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우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돼지 오빠 간다.”

네가 왜 오빠냐?”

너보다 어른스러우니까?”

얼씨구.”

 

원종의 미소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원종을 가만히 따라와서 물끄러미 바라봤다. 원종은 손을 들었다.

 

잘 가. 최돼지.”

잘 있어. 장돼지.”

 

원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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