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20장. 된장찌개]

권정선재 2017. 1. 23. 00:17

20. 된장찌개

요즘 들어서 다른 것들은 전부 다 맛이 좋아졌는데 이상하게 된장찌개 이건 엄마 맛이 안 나네.”

?”

어이고. 별 소리를 다 하네.”

 

중년 남성의 고백에 친구가 곧바로 타박했다.

 

사람이 할 이야기가 있고 하지 않을 이야기가 있지. 이 정도만 따라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지.”

그래도 더 나았으면 하는 법이지. 전 사장이 얼마나 잘했어?”

눈치도 없이. 얼마나 불편한 이야기겠어.”

아니요.”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입에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맛있게 드세요.”

 

지우는 주방에 들어와서 가만히 조리대를 바라봤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와 같을 수 없었다.

 

그게 당연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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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이제 다이어트 하는 거야?”

? . .”

 

그저 지우개가 너무 오랜 시간 묶여있는 거 같아서 같이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벌써 여덟 번째 들은 말이었다.

 

하긴 지우는 살만 빼면 예쁠 거야.”

그럼. 조금 굵기는 하지.”

가세요.”

 

아저씨들이 가고 나서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지나가다 있는 가게의 쇼윈도에 자신을 비췄다.

 

뚱뚱하네.”

 

키가 작고 뚱뚱했다.

 

뭐 하는 거야?”

 

지우는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그래.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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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있어요?”

아 멸치 볶고 있어요.”

애들은 안 왔어요?”

학교 가는 날 아니에요?”

.”

 

지우의 물음에 태식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게 들었는데 그 사이 그것을 벌써 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뭐 하고 있어요?”

멸치를 좀 볶고 있어요. 엄마가 하던 거랑 된장 맛이 좀 다르다고 해서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어서요.”

그래요?”

 

태식은 곁에 섰다. 지우는 괜히 그가 다가오는 것이 불편해서 옆으로 비켜났다. 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한테 냄새 납니까?”

아니요.”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멸치를 응시했다. 어느 정도 볶아져서 수분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가 되고 나서야 불을 끄고 믹서에 넣고 갈았다. 그리고 물을 끓이고 미리 썰어 둔 채소를 담갔다.

 

뭔가 찌개는 어렵지는 않은데 되게 어려워요. 맛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나는 음식이 아니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어떻게 하셨는지 기억이 납니까?”

아니요.”

 

지우는 고개를 흔들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엄마가 하는 걸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봐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 동안 엄마가 하는 걸 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몰라.”

누구나 그렇겠죠.”

 

미리 좀 봐뒀으면 그래도 도움이 되었을 텐데요. 나 엄마가 이렇게 빠르게 내 옆에 없을 줄 몰랐어.”

 

지우의 다소 쓸쓸한 말에 태식은 침을 삼켰다. 지우는 곧바로 미소를 지은 채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나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그쪽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죠?”

알겠는데요?”

알기는.”

 

지우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머리가 복잡해. 이것저것 따지기 너무 어려운 거 같고. 그냥 좋은 거만 생각을 하고 싶은데 말이죠.”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습니까?”

아니요.”

 

지우는 태식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된장을 국자로 떠서 숟가락으로 맛을 봤다. 그리고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음식이 빠진 거 같아요.”

오래 끓여요.”

?”

된장은 무조건 오래 끓어야 맛있어요.”

그게 될 리가 없잖아요.”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된장은 끓으면 끓을수록 더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당에서 무작정 된장을 오래 끓여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기는 어려우니까.”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

그래도요. 뭔가 간단하면서도 맛이 나는 비법이 있을 텐데. . 어서오세요.”

 

지우가 손님을 맞으러 나가자 태식은 입을 내밀었다.

 

뭔가 달라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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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사장님하고 이상해?”

뭐가?”

차였냐?”

닥쳐라.”

 

준재의 까칠한 반응에 형진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이렇게 바로 티가 날 수가 있는 건지.

 

하여간 유치해요.”

 

형진은 책상에 살짝 앉으면서 입을 내밀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을 하고 그래?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제 어른이잖아.”

이제 어른이라고 해도 아직 어른이 아니잖아. 아저씨는 이미 어른인 거고. 우리랑 다른 거지.”

그런 건가?”

 

준재는 입을 내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렇게 무작정 간단하기만 한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나는 네 편인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어.”

자식.”

 

준재는 씩 웃으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보며 입을 내밀었다. 머리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들어있었다.

 

우리는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야?”

뭘 하기는?”

계속 그렇게 식당에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우리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하나 찾아야 하는 건데.”

그런가?”

우리도 이제 우리의 일을 해야 하는 건데. 설마 너 평생 그 식당에서 같이 일을 하고 그럴 거 아니지?”

 

준재는 침을 삼켰다. 그런 것까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문제는 어떻게든 다 해결이 될 거였다.

 

일단 지금은 사장님을 돕는 게 우선이니까. 사장님이 더 나은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니까.”

그런데 너를 지금 보면 네 삶이 없는 거 같아. 네 삶을 우선 찾아. 네 삶을 찾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님의 삶을 찾는 거. 그거 아무 의미가 없는 거야.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그걸 먼저 알아야 하는 거잖아. 아니야? 무조건 사장님에게만 기댈 수 있는 문제. 그거 아니야.”

 

종이 울렸다. 형진은 자리로 돌아갔지만 준재의 머리는 계속 울렸다. 뭘 해야 하는 건지. 뭘 할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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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달걀말이 진짜 맛있어. 달걀말이 좀 더 주세요.”

. 네 잠시만요.”

 

지우는 혼자 바쁘게 서빙을 하고 음식을 준비했다. 준재와 형진이 얼마나 큰 사람인지 이제야 느껴지는 그녀였다.

 

장돼지 뭐. 야 손님 왜 이렇게 많아?”

모르겠어.”

여기 물 좀 주세요.”

.”

 

지우가 가려고 하자 원종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재빨리 물을 테이블에 가져다줬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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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블로그 보고 왔는데 진짜 좋네요.”

블로그요?”

. 모르셨어요?”

 

여자 손님은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도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한 블로거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모르셨구나.”

고맙습니다.”

 

지우는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종도 그녀를 따라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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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이렇게 사람 많은 거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거야.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당분간은?”

그건.”

 

지우는 침을 삼켰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당장 준재가 있다고 하지만 거기에 기댈 수는 없었다.

 

준재도 이제 자기 일을 할 테니까.”

그렇지. 대학도 가야 할 거고.”

그러니까.”

 

머리가 복잡했다. 혼자서 하기에 갑자기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또 다른 고민이었다.

 

잘 되도 고민이다.”

그러게.”

 

원종은 가만히 미소를 짓다가 입을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내가 도와줄까?”

네가 왜?”

어차피 방학이라 할 일도 없고. 어차피 나까지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사람이 많고. 안 그래?”

싫어.”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원종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었다. 잔인했다.

 

네가 왜 해?”

친구니까.”

친구라도.”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장돼지.”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원종의 말에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생각. 자신이 이미 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네 된장도 맛있어.”

?”

꼭 어머니 요리랑 같은 요리를 하려고 하지 마. 어머니는 달걀말이나 불고기를 팔지 않으셨어.”

그건.”

 

원종의 말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팔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 나름대로 식당을 이전과 같이 성공시키기 위해서 한 거였다. 이런 말을 들으니 뭔가 묘하고 특별한 기분이었다.

 

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장돼지. 내가 전에는 너 밥을 먹이려고 여기에 왔었거든? 그런데 이제 여기가 정말 맛있어서 오는 거야. 우리 엄마가 하는 거보다. 네가 하는 밥이 더 맛있어. 진심이야.”

그래?”

 

원종의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지우였다. 침을 삼켰다. 괜히 두근거리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도움을 받아.”

.”

 

지우는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더 이런 분위기일지 모르겠으나 일단은 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 우리 장돼지 착하네.”

나 원래 착하거든.”

 

지우는 심호흡을 하고 된장을 바라봤다. 자신의 앞에 놓인 된장. 이것은 유정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었다. 이제 정말로 장지우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그 순간.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조금은 더 이 식당의 무게가 무엇인지 그녀의 손으로 해야 할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