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어폴로지, 당신들에게 죄송합니다.
[어폴로지] 시사회에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어폴로지]는 여러모로 특별한 영화입니다. 우리는 보통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리면 한국에 있는 분들을 보통 떠올리게 마련인데 [어폴리지]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에게 낯선 필리핀의 위안부 할머니까지 다루면서 일본의 범죄가 얼마나 잔혹하고 넓은 범위에서 일어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덤덤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어폴로지]가 특별한 점은 억지로 그네들을 더 불쌍한 사람인 것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덤덤함이 묘하게 더 많은 슬픔을 만들어냅니다. 일부러 아프게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거. 그네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더 괴롭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부러 자신들의 아픔에 대해서 더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들이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는 세 장소에 있는 할머니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들려줍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세 할머니의 인생은 보통의 할머니들의 인생과는 다릅니다. 자식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평생 홀로 버티거나 가족에게 사실을 고백하지 않고 그 진실을 가슴에 묻어놓고 사시죠.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와 중국의 차오 할머니 그리고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이야기는 덤덤합니다. 길원옥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녀의 공동 생활체인 나눔의 집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집니다. 우리들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 그 곳에서 생활하시면서 세상에 위안부 문제를 갖고 싸우려고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죄송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반면 차오 할머니와 아델라 할머니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라서 또 다른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막이 할머니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서 딸을 입양했는데 그 딸에게 자신의 아픔을 전해주는 것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아무리 딸이라도. 자신이 길렀어도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가족에게 외면을 받고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주거든요. 아델라 할머니의 아프도 큽니다. 필리핀 정부에서 주던 보상금은 그녀가 스스로 위안부임을 밝히는 순간 사라지고 더 이상 성탄 파티 등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몸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델라 할머니는 자녀들에게 진실을 말하려고 하죠. 그것이 얼마나 힘든 고백인지는 알지만 그것을 누르고 사는 것보다 말을 해야 한다고 믿는 그 믿음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할머니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말합니다.
[어폴로지]는 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이기에 흥미롭지 않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다큐멘터리가 이야기 형식을 띄는 것과도 전혀 무관합니다. 그런데 이 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고,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게 되는 순간. 그리고 이 할머니들을 위해서 왜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싸워야 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 아! 하는 어떤 울림이 생깁니다.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야 하는 이유.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게 될 거니까. 이제 할머니들은 너무 나이가 많이 들어서 지치셨으니까. 할머니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그들에게 줘야 하니까 그런 거죠. 아무래도 한국의 감독이 만들지 않은 만큼 영상도 더 낯설고 굉장히 투박하게 편집이 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이 느낌이 더 마음을 울립니다. 우리가 평범하게 생활하면서 그저 책으로 읽고 영상을 통해서 접했던 것을 저 분들은 직접 몸으로 겪은 거구나. 그리고 그 고통의 한 복판에서 살아남은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저 그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함께 손을 잡게 하는 거죠. 억지로 충격을 주려고 하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면 멍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지금 당신이 바로 손을 잡아야 할 영화 [어폴로지]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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