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행복목욕탕,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입니까?
보통 혼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좋으면 누군가와 같이 보는데 [행복목욕탕]은 보자마자 당연히 엄마랑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본의 가족 영화입니다. 다만 한 가지 특별한 사실은 ‘후타바’가 죽음을 앞두고 완벽한 가족을 만들어주고 가족의 곁을 떠난다는 거. 꽤 슬픈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슬픈 영화를 보면 머리가 아픈데 [행복 목욕탕]은 너무나도 머리가 아픈 영화였습니다. 분명히 한 번 봤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 볼 때는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들의 사소한 행동들. 그리고 ‘후타바’의 모습 같은 것을 볼 때 그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거죠. 물론 일본 영화이니 만큼 여성의 모습이 다소 아쉽게 그려지는 것도 사실이기는 합니다. 모든 고생은 ‘후타바’ 혼자서 다 하는 거 같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아내가 여럿인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가즈히로’는 별로 하는 것은 없어 보이거든요. ‘후타바’가 죽지 못하는 이유도 모두 ‘가즈히로’가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점 때문인데 이는 관객으로도 꽤나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를 가장 뜨겁게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행복 목욕탕]입니다.
영화는 쉴 새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러면서도 관객에게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 아닙니다. ‘후타바’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영화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는 것처럼 다음 이야기를 쉬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기 전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후타바’가 ‘아즈미’에게 속옷을 선물하는 장면이라거나, ‘아즈미’가 반드시 감사 편지를 써야 하는 것. 그리고 ‘아즈미’가 수화를 할 줄 아는 것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행복 목욕탕]은 관객들이 이것을 궁금하게 만들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오래 기억에 남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뒷부분을 보고 나면 아! 하는 생각이 드는 만큼 그다지 거슬린다거나 하지는 않는데요. 영화의 모든 부분이 이토록 완벽하게 사용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푹 빠져서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각각의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순간을 보면 더욱 멍해집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한 가족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누군가가 얼마나 큰 희생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거든요.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기꺼이 ‘후타바’의 가족이 되고 그녀의 행보에 같이 걸어가게 됩니다.
전형적인 일본 영화인 데다가 ‘후타바’가 불치병에 걸린 상태로 시작이 되는 만큼 영화의 끝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 목욕탕]을 끝까지 지켜보게 되는 이유는 다소 이질적이었던 이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냈기 때문일 겁니다. 처음에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던 이들이 가족이 되고, 서서히 맞춰가면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대화를 하고 배려를 하는 그 모든 순간들. 그것들이 두 시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에 모두 설명이 되고 모두 납득이 가거든요. 아 그래서 이게 되는 거구나. 하는 순간이 오면 뭔가가 또 머리를 탁 치고 가는 기분입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을 하는 그런 것만으로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거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영화는 몇 장의 에피소드가 이어지지만 그 사이의 끊어짐이 느껴지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각각의 장이 이어질 때마다 인물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에 더욱 흐뭇하고 더욱 푹 빠져서 볼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감정의 고조가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기를 보다 보니 그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 봄, 당신의 감정을 툭 하고 터뜨릴 수 있는 영화 [행복 목욕탕]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파칭코 한다고 갔다가 집나간 남편에게 국자를 드는 ‘후타바’
둘 – ‘후타바’와 ‘아즈미’, ‘아유코’의 키다리 게를 먹기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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