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데스노트 더 뉴 월드, 세계관을 아슬아슬하게 공유하다.
고등학교 시절 [데스노트] 극장판을 흥미롭게 봤던 적이 있기에 기대했던 [데스노트 더 뉴 월드](이하 [더 뉴 월드])는 그 작품과 세계관만을 겨우 공유하는 작품이다. 물론 사신의 노트라는 것이 존재하는 세상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는 관객이라면 그 세계관이 아슬아슬하게라도 이어지는 것 자체에 의미를 가지게 될 거다. 만화책을 보지 않은 나 역시도 그렇게 세계관만을 공유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으니까. 다만 [더 뉴 월드]의 아쉬운 점은 한 편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몰아넣으려는데 있다. 무려 여섯 권의 데스노트가 떨어진 상황에서 영화는 무조건 앞으로만 달리려고 한다. 과연 그 책들이 어떻게 사용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그저 여섯 권의 책이 한 번에 모이면 봉인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만 달리기 시작하는 거다. 이렇게 달리기만 하는 영화에서 관객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란 그리 많지 않다. 관객은 그저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를 그저 보고 따라가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쉽게 영화에 뒤처지게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뒤처지게 되는 순간 이 영화는 재미를 잃어버린다. 혼자만 저 멀리 달린 채 나 재미있지? 라고 말을 하는 영화라니.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원래 [데스노트] 시리즈에 비해서 약한 데다가 영화 속 캐릭터도 이전 시리즈의 완벽하게 빚을 지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더 뉴 월드]는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시리즈가 더 나오기 위한 징검다리처럼 나온 영화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시리즈와의 연계성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 나온 것이 바로 극 중에 사람을 죽임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키라’의 정신을 잇는 후손과 그런 ‘키라’를 사냥하기 위해서 나서는 ‘L’의 후손이다. 이 두 사람의 대결이 영화의 큰 축을 가지는데, 이게 생각보다 심심하게 그려진다. 꽤나 타이트한 대결로 이어지던 전편과는 다르게, 한 편 안에서 여섯 권의 노트를 모두 다 처리하고, ‘키라’와 ‘L’의 대결까지 이뤄져야 하니 뭐 하나 관객에게 세세하게 설명을 할 겨를이 없다. 게다가 이전 편의 여자 주인공까지 불러와서 데스노트가 가지고 있는 비밀까지 알려주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해야 하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뭐 이리 많이 하려고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혹시라도 망할 것을 걱정하고 이렇게 달린 것일까? 그래도 이건 시리즈로 나왔어야만 했다. 최소 두 편으로 나와야 이해가 될 이야기가 한 편에 우겨지니 뭐 하나 건진 것이 없다.
그나마 [더 뉴 월드]는 후반부로 가면 인물의 수가 줄어들고 이야기가 정돈되면서 볼 맛이 생겨난다. 그리고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 사실 여기까지 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이 다 [데스노트] 시리즈에 대한 애정으로만 버티는 나 같은 얼치기 관객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세사한 부분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도대체 이 영화는 왜 이렇게 달려가는 거지? 에 대한 의문이라니. 그나마 이전 시리즈에 비해서 흥미로운 부분은 ‘사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다는 거다. [데스노트]는 기본적으로 사신이 흥미를 위해서 인간에게 죽음의 노트를 선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만큼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더 뉴 월드]에서는 사신의 행동을 통해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바. 앞으로 속편이 나올 때 완벽히 새로운 관계의 설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것은 그나마 속편이 기대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아쉽다. 너무 아쉬운 영화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다. [데스노트] 팬이라면 한 번은 볼 만한 그리 나쁘지 않은 킬링타임 영화 [데스노트 더 뉴 월드]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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