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미녀와 야수, 어릴 적 감동을 그대로 불러온다.
개봉하기 전부터 너무나도 기다렸던 영화가 [미녀와 야수]였고 [미녀와 야수]는 그 기다림을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이토록 어린 시절의 감동을 고스란히 불러올 수 있는 영화라니. 게다가 단순히 어린 시절의 감동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하는 부분들까지 한 가득이니 더욱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이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위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하고, 우리의 차별이라는 것.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 편의 영화에 모두 다 넣다니. 영화 자체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는 만큼 영화 자체가 새롭게 뻗어나갈 부분은 적지만, 새로운 시대에 돌아온 [미녀와 야수]는 완벽하게 달은 영화였다. 어린 시절 봤을 때는 이토록 주체적인지 몰랐던 여성 ‘벨’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있게 다가왔고, 흑인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 그리고 성소수자까지 등장한다는 것 자체에 신선한 충격이 다가왔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차별이 없는 사회. 그리고 사라져야만 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한 편의 가족 영화를 통해서 말하니까. [미녀와 야수]는 그 시대를 넘어서 온 세대에게 할 말을 가득 품고 있는 영화다.
[미녀와 야수]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애니메이션의 그 캐릭터들을 고스란히 살렸다는 점 덕분이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까지 본 팬으로 영화에 대해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시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뮤지컬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에 이내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수많은 넘버들은 영화를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달리게 만든다. 그리고 특정 캐릭터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를 진행한다는 것이 더욱 독특하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이 아마 뮤지컬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아닐까 싶은데, 뮤지컬 영화에서 인물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 관객의 모든 시선은 해당 부분으로 모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관객은 그 캐릭터에게 빠르게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미녀와 야수]는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만일 이런 식으로 노래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개스톤’이 얼마나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얼간이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고, ‘벨’이 얼마나 주체적인 여성인지도 알 수 없게 될 테니까. 마을 사람들이 머저리 같이 구는 것도 보기 답답하기는 하지만 극의 긴장감을 고조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고스란히 살리는 것의 위험을 감수한 것 이상의 매력을 뽑아낸다.
물론 현대적으로 해석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나아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기도 하다. 유색인종 여성은 있지만 유색인종 남성은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벨’은 영리하지만 보통의 여성들은 남성보다 아둔한 존재로 그려졌다는 점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것이 있다면 바로 유치하지만 사랑이 아닐까 싶다. [미녀와 야수]의 마법이 풀리게 되는 마지막 순간은 눈물까지 자아내게 할 정도로 뭉클하게 다가오는 어떤 지점이 있으니까. 영화는 사랑에 대해서 뭔가 새로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가장 투명하게 그 모습을 보여준다. 그를 통해서 중간중간 비어있는 부분이라거나, 이야기의 허술한 부분들도 그냥 넘어간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정도로 해결이 되지만 이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사랑할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외전이 나와서 각각의 이야기가 더 다뤄진다면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각자의 입장에 대해서 이해하기는 쉬워지겠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거슬리지 않고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미녀와 야수]에 대한 칭찬을 조금 더 보탠다면 환상적인 색에 있지 않나 싶다. 어린 시절을 디즈니에 빚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미녀와 야수]랑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벨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를 반갑게 맞아주는 성의 식구들
둘 – 벨과 야수의 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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