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45장. 자존감 2]

권정선재 2017. 3. 24. 15:13

45. 자존감 2

미안해요.”

뭐가 미안합니까?”

나 때문에.”

아니요.”

 

지우의 사과에 태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되는 거였어요. 그랬으면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넘길 거였는데. 그런 건데.”

도대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참습니까? 나도 못 참겠던데. 장지우 씨는 자기의 일인데 어떻게 참아요.”

그래도요.”

잘한 겁니다.”

 

태식의 미소에 지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태식이 이런 식으로 말을 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물 사러 어디까지 간 거야.”

저기.”

?”

저에게 장난은 하지 말아주세요.”

 

지우의 진지한 말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

 

지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을 할까 말까. 그렇게 망설이다가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저도 제가 얼마나 별로인지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를 좋아한다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장지우 씨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그쪽이야 말로 왜 그러는 건데요?”

 

지우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더 이상 상처를 입는 것은 싫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건 원하는 게 아니었다.

 

 

아까 그 여자들 말이 맞아요. 나랑 당신. 그리고 나랑 준재는 어울리지 않아. 나 같은 여자를 왜?”

장지우 씨가 뭐가 어때서요?”

키도 작고 뚱뚱하고.”

 

지우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자신의 발에 너무나도 작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이래서 그런 거구나.”

장지우 씨.”

이래서. 이래서 그런 거구나.”

 

정말 어울리지 않는 신발이었다.

 

이런 걸 신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 비웃지. 이러니까 다 나를 보고 우습다고 말을 하죠.”

그런 거 아닙니다. 장지우 씨는 우스운 사람이 아닙니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겁니까?”

정말 아니에요?”

아닙니다.”

 

태식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나는 내가 싫어요.”

왜요?”

못났으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도 나를 보기 싫어하는 거야.”

장지우 씨.”

그거 말고 이유가 있어요?”

 

지우의 단호한 물음에 태식은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자신의 딸을 보기 싫은 이유는 또 없을 거였다.

 

그거 말고 없어.”

하지만.”

됐어요.”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자신이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준재에게도 말을 할 거예요.”

그러지 마요.”

뭘 그러지 마요?”

우리 두 사람은 정말로 장지우 씨를 좋아하니까.”

그게 웃기다고요!”

 

지우가 고함을 지르자 준재가 곧바로 두 사람에게 뛰어왔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냥 갈래요. 나 그냥 갈게. 나 그냥 갈게요.”

 

지우는 고개를 푹 숙이고 멀어졌다. 준재가 따라가려고 하자 태식이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

그럴 수 없어요.”

?”

아저씨는 비겁해요.”

꼬맹이.”

 

준재는 그대로 태식의 손을 뿌리치고 지우에게 향했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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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예쁜 별이 떠있어요. 바람도 좋네요. , 저기 강아지가 지나간다. 자판기가 여기에도 있네요.”

 

준재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지우는 그런 준재의 말을 들으면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고양이다. 저는 어릴 적에 고양이를 기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형편은 되지 않으니까.”

그만.”

 

지우는 자리에 그대로 섰다.

 

그만해.”

사장님.”

동정하니?”

아니요.”

 

지우의 물음에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사장님을 동정할 자격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저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사장님을 동정할 자격을 갖고 있지 않아요. 도대체 뭐라고 사장님을 동정하고 불쌍하게 여기겠어요?”

그런데 왜 그래?”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너 내가 우습니?”

아니요.”

그런데 왜?”

좋아하니까.”

?”

좋아하니까요.”

 

준재는 이 고백을 하고 어색한 듯 코 아래를 비비며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잖아요. 사장님을 좋아한다고요.”

너 그게 무슨?”

 

농담으로 그냥 하는 말 아니에요.”

 

준재는 지우의 앞에 서서 그녀의 눈을 보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이 왜 제 말을 믿지 않는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틀린 건 아니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 그러니까.”

 

준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너 정말.”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준재를 외면하려고 했지만 준재는 다시 그녀의 앞에 서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너무 그러지 마요.”

뭘 너무 그러지 마? 못 생기고 뚱뚱해서. 그래서 아버지로부터도 외면을 받은 건데 그러지 마?”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그건.”

 

준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우는 그런 준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슴이 무너졌다.

 

너는 내가 우습지? 그러니까 네가 함부로 막 좋아한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안 그래? 그런 거잖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자격이라는 게 필요해요? 사장님이야 말로 그 말 되게 우스운 말인 거 알아요?”

뭐라고?”

제가 사장님을 좋아할 자격이 안 된다는 거죠?”

?”

 

지우는 침을 삼켰다. 그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준재의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은 그런 말을 한 거였다.

 

고아 주제에. 지금 사장님을 좋아하면 안 된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잖아요. 내 말이 틀렸어요?”

그러니까.”

아니에요?”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니었다. 아니라고 해야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 테니까. 그러니까 사장님은 저에게 과분한 사람이라는 거니까. 그거만으로도 다행이지 않아요.”

너 왜 그래?”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준재가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왜 좋니?”

장지우라서요.”

 

준재의 목소리는 덤덤했고 고백은 담백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게 전부야?”

그게 전부에요.”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너는 너무 어려.”

알아요. 그리고 언젠가는 사장님의 나이 차이가 별 게 아닌 순간이 되겠죠. 그 순간까지 기다리려고요.”

 

준재는 그 어느 순간보다도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