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 딸기 우유
“웬 딸기에요?”
“과일 가게 아주머니가 주셨어.”
“우와.”
준재는 해맑게 웃으면서 딸기를 받아들었다.
“이거 딸기 우유 할까요?”
“딸기 우유?”
“요즘에 인터넷에 유명한 것들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거요.”
준재는 인스타그램에서 딸기우유 사진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보며 웃는 준재에게 뭐라고 해야 하는 걸까?
“맛있겠죠?”
“미안.”
“네?”
“미안해.”
갑작스러운 지우의 사과에 준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장님이 왜 사과를 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저에게 사과를 할 이유가 하나 없어요. 이건 제가 결정한 거고. 제가 사장님을 좋아한 거니까요.”
“미안해.”
“아니에요.”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건 딸기우유를 할게요.”
“내가 밉지 않아?”
“사장님이 왜 미워요?”
“그래도.”
“아니요.”
지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준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께서는 지금 뭔가 잘못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저는 사장님이 오히려 제대로 대답을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괜히 혼자서 기대하고 설레고 그런 순간이 계속 될 테니까.”
“나 정말 나쁘다.”
“아니요.”
준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게 더 문제인 거지. 사장님은 아무 문제도 없어요. 아니 애초에 그런 걸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 게 문제겠네.”
“그럼 문제네.”
“그러게요.”
준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지우는 자신을 달래려고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밀었다.
“고마워.”
“그럼 얘는 딸기 우유 할게요. 사장님 드실 거만 좀 씻어올까요?”
“아니. 나도 그 딸기 우유가 먹고 싶어.”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건 갑자기 왜 사오라고 하는 거야?”
“역시 아저씨 말 잘 들어요.”
은행을 다녀올 일이 있어서 안 그래도 늦었는데 준재의 심부름을 하느라 더 늦은 태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너 나를 너무 부려먹는 경향이 있어.”
“다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거예요.”
“뭐라고?”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준재는 유리 병 세 개를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쟤 왜 저래요?”
“그러게요.”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콩나물을 다듬었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고 화장실로 향했다.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아니 저 사람이 왜 좋은 거냐고.”
“어때요?”
“예쁘다.”
분홍색으로 물들어서 딸기가 안에 보이는 우유였다. 게다가 유리병에 있으니 더 예쁘게 느껴졌다.
“이런 건 어떻게 하는 거야?”
“요즘 인스타그램이니 뭐 그런 데 아주 난리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가서 사기에는 바쁘니까요.”
“그러니까.”
지우는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식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준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이 자식은 마음에 안 들어.”
“왜요?”
“이런 걸 혼자서 하고 그래?”
“아.”
지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저씨는 이런 거 못 하시죠?”
“안 하는 거야.”
“그게 다른 건가요?”
“다르지.”
태식이 힘을 주어 말하자 준재는 쿡 하고 웃었다.
“하긴 아저씨 요리도 잘 하시니까요.”
“그렇지.”
“그리고 이것도 사왔고.”
“그럼.”
준재는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곧 11시였다.
“우유는 일단 냉장고에 넣어들게요.”
“그래.”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밖에 그림자가 보였다. 손님들이 벌써 줄을 선 모양이다.
“어서 오세요. 지우개 식당입니다.”
“생선 가게는 제가 다녀올게요.”
“그래.”
생선이 떨어질 때가 되자 준재가 먼저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두 시. 늘 비슷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이제 대충 예측 가능해지네요.”
“그래요?”
“네. 11시에서 2시까지 장사를 하면 생선이 스무 마리가 모두 나간다. 카레는 절반 조금 더 나가고. 불고기는 늘 약간 많아요. 오후에 불고기는 오히려 더 잘 나가는 거 같아요. 달걀말이도 저녁에는 주문이 있지만 낮에는 주문이 없고. 하이라이스는 찾으시는 분이 두 분이니까 빼야겠네요.”
“아직 모르죠.”
“아니요.”
태식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잘 몰라서 그럴 겁니다.”
“그러니까 해야죠.”
“그러니까 빼야죠. 이제 봄이니까 이것저것 채소도 늘려야 하는데. 미나리 같은 것도 좀 나물로 내고.”
“미나리도 나물로 먹어요?”
“몰라요?”
“네.”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보여줄게요.”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미나리는 왜요?”
“장지우 씨가 미나리를 그저 매운탕에만 들어가는 채소로 알고 계시더라고. 그런 거 아니라고 하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에?”
준재까지 이렇게 나오자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밥집을 하는 사람들이 이걸 몰라?”
“모를 수도 있죠.”
“두 사람 주방으로 들어와요.”
“손님은요?”
“맞네.”
태식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보여줄게요.”
태식이 성을 내며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지우와 준재는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하기도 하는 구나.”
“꽤 괜찮아요.”
새콤달콤한 간장에 미나리를 샐러드처럼 먹는 거였다. 그다지 나쁜 느낌이 아니었다. 미나리의 향도 좋았다.
“미나리를 이렇게 먹기도 하는군요.”
“전도 부치는 걸요?”
“전도 부쳐요?”
지우는 배를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랑 준재랑 술 사올 테니까 준비 좀 해줄래요?”
“네? 그게 무슨?”
“그럼 부탁해요.”
“장지우 씨!”
태식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지우와 준재는 그대로 식당을 나가버렸다.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러면서도 전을 부칠 준비를 하는 태식이었다.
“역시 아저씨는 재주가 좋아요.”
“나 미치겠어.”
“왜요?”
“그러니까.”
지우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말은 준재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태식이 설렌다는 말이었으니.
“괜찮아요.”
“어? 뭐가?”
“아저씨가 좋다는 거잖아요.”
“어? 그게.”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준재는 모든 것을 다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저를 너무 가볍게 보시는 거 같아요.”
“그런 거 아니야.”
“저 애 아니거든요.”
“너 애야.”
“에?”
지우의 말에 준재는 상처를 받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왜 애에요? 이제 성인인데요.”
“성인이라고 해서 모두 다 어른은 아니야. 나도 아직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
“그래요?”
“응.”
지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적에는 그냥 나이만 들면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는 것과 성인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였다. 자신은 나이만 먹은 거였다.
“미안해.”
“또 사과.”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쭉 내밀었다.
“사장님이 자꾸 그러면 저 속상해요.”
“고마워.”
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었다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준재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나 심장이 뛰어.”
“그거 안 뛰면 죽어요.”
“농담이 아니고.”
지우의 말에 준재는 잠시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좋네요.”
“뭐가 좋아?”
“사장님이 심장을 뛰게 할 사람을 만난 거잖아요.”
“아니 그게 좋은 건 아니잖아. 아니 세상에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 나 정말 주태식 씨랑 단 둘이 있으면 내 심장 소리가 들릴 거 같아서 겁이 나.”
“사장님 설마 첫사랑이에요?”
“어?”
지우가 놀란 눈으로 하고 준재를 쳐다봤다.
'☆ 소설 창고 > 지우개 식당[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64장. 이상한 남자] (0) | 2017.05.13 |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63장. 미나리 전 (0) | 2017.05.11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61장. 거울아 거울아] (0) | 2017.05.01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60장. 두 사람이다.] (0) | 2017.05.01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9장.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 2] (0) | 2017.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