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장.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 2
“공부를 하려고요.”
“공부?”
“네. 뭐가 됐건 일단 공부를 좀 하고 싶어요. 학교 다닐 적에도 공부하는 거 하나만 재미있었으니까.”
“뭐. 그래.”
준재의 말에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식당에 있으면 편할 거 같은데.”
“그럼 전혀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그렇지.”
“아저씨가 하는 지우개 식당은 또 다른 모습일 테니까.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할 거 같아서요.”
“뭐. 그렇지.”
태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가 없어진 곳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무슨 공부를 할지는 정했어?”
“그건 정하려고요.”
“그게 뭐야?”
“뭐 사장님께서 주신 돈도 있고. 이것저것 갖고 있는 돈이 있으니까 당분간은 쉬어도 될 것 같아요.”
“그래.”
준재는 방으로 들어가려다 다시 몸을 돌렸다.
“아저씨. 그리고 이건 경고에요.”
“무슨 경고?”
“아저씨 없어도 되니까. 제가 사장님하고 사귀어도 아저씨에게 하나 미안하지 않을 거라는 경고요.”
잠시 멍하니 있던 태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니까 마음대로 해.”
준재는 씩 웃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대단한 녀석이었다.
“꼬맹이는 이길 수가 없다니까.”
“어서 오세요. 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다.”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식당에 들어섰다.
“언니가 여기 어쩐 일이에요? 그리고 얘는?”
“딸.”
“어머.”
학교 다닐 때 그나마 지우를 챙겨두던 언니였다.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지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을 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내가 찾아올 염치가 있어야지. 이제야 시간이 나고 그래서 온다.”
“에이. 이렇게라도 와주셔서 고마워요.”
“내 친구도 곧 온대.”
“네. 알겠습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다.”
“뭐가 대단해요?”
“그럼 안 대단해?”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물을 마셨다.
“맛있어.”
“그렇죠?”
“신경을 쓰네?”
“그럼요.”
기연은 잠을 자는 딸을 보고 손을 잡았다.
“아기가 순해요.”
“수민이야.”
“이름이 수민이에요?”
“어. 그런데 집에서는 얼마나 장난꾸러기인지. 이상하게 밖에 오면 얌전하더라고. 그래서 좀 데리고 다녀야 해.”
“언니도 고생이에요.”
“다들 그렇지 뭐.”
식당 문이 열리고 아는 얼굴이 들어왔다. 지우가 아는 척을 하려고 하자 우리가 자리에 와서 기연의 옆에 앉았다.
“네가 말한 식당이 여기야?”
“어? 너도 알아?”
“그럼.”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지우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여기 덕분에 남자랑 잘 되고 있거든.”
“아 그래?”
“그럼.”
우리의 칭찬에 지우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서비스 팍팍 드릴게요.”
“그래야지. 나는 백반.”
“나도 이제 주문할게. 백반.”
“네. 백반 두 개요.”
지우는 밝게 웃어 보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는 사람들을 식당에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다음에 또 올게.”
“네. 손님이 많아서 언니랑 더 얘기를 못 해서 미안해요.”
“아니야.”
기연은 눈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기연을 보내고 나서 지우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일이 한 가득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아는 사람을 식당에서 만나니 인정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게 뭐야?”
“아까 사장님 아는 언니라는 분이 주고 가셨어요.”
“어?”
준재가 건네는 케이크에 지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연에게 밥값을 받지 않은 것이 미안한 모양이었다.
“하여간 그 언니도.”
“부럽다고 하시던데요?”
“그래?”
지우는 씩 웃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케이크 먹으면 되겠다. 얼른 뒷정리할게.”
“제가 다 했어요.”
“어?”
“늘 뒷정리 사장님이 하시잖아요. 그거 좀 그랬어요.”
“그렇다니? 내가 사장인데.”
지우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채 답을 하자 준재는 입을 죽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거 싫어요.”
“야. 정준재.”
“케이크 먹어요.”
준재는 박수를 치고 테이블로 향했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일단 언제까지 할지 정했습니까?”
“아니요.”
태식의 딱딱한 물음에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장지우 씨가 언제까지 식당을 할지 정해야 제가 이 식당을 어떤 식으로 인수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네. 그렇죠.”
“에이 아저씨.”
준재는 입을 쭉 내밀었다.
“그런 딱딱한 얘기는.”
“해야지.”
“해야 해도요.”
“그거 안 하면 해결이 안 되니까.”
“맞아.”
지우는 준재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거야. 일단 그럼 이 달까지만 하는 거 어때요? 보름 넘게 남았으니까 괜찮을 거 같아요. 사람이 더 필요하면 구하기도 충분한 시간 같고. 안 구해지면 제가 아르바이트로 일을 할게요.”
“알겠습니다.”
태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쭉 내밀었다.
“하여간 두 사람 마음에 안 들어.”
“홍차 마시고 싶다.”
“갑자기 홍차는 왜요?”
“이런 케이크는 홍차가 딱인데.”
지우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기연 언니가 케이크를 사온 거 알았으면 아까 사올 걸.”
“제가 사올까요?”
“아니야.”
준재가 일어나려고 하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케이크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했다.
“더 달콤하길 바라는 거지.”
“그러니까요.”
“됐어. 이걸로도 충분히 달콤해.”
지우는 행복한 표정으로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달콤하다.”
인생이 조금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정말 그만 두시려고요?”
“어? 왜 갑자기.”
“아니요.”
지우개와 나란히 밖에 앉아있는데 준재가 따라와서 옆에 쪼그렸다.
“아직 사장님에게 아무런 답을 듣지 않은 거 같아서.”
“그건.”
“제대로 듣고 싶어요.”
대충 얼버무리려던 지우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사장님께서 제대로 정리를 해주지 않으시면 저도 제가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거 같거든요.”
“그래.”
준재의 말이 옳았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준재와 태식 두 사람에게 모두 미안한 거였다.
“미안해.”
“사과를 듣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래.”
준재의 지적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드물어서 그래.”
“누구라도 그래요.”
“누구라도 그럴까?”
“당연하죠.”
지우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다른 여자들이라면 이런 일을 한 두 번은 겪었을 것 같았다.
“모르지.”
“같아요.”
준재는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우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지우는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뭐 하는 거야?”
“착해서요.”
“뭐?”
“사장님 어머니도 이러고 싶었을 거야.”
준재는 씩 웃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지우개가 지우를 올려다봤다.
“너는 아니?”
지우개는 작게 짖었다.
“도대체 뭐야?”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이거요.”
늦은 밤 찾아온 태식은 지우에게 불쑥 종이가방을 건넸다.
“이게 무슨?”
“그냥 생각이 나서요.”
“네?”
태식은 그리고 돌아섰다. 지우는 종이가방을 열어봤다. 홍차가 종이가방에 여러 종류가 담겨 있었다.
“저기요!”
지우는 태식을 붙잡았다.
“이거 어디에서 났어요?”
“다른 컨설턴트 해준 곳은 티 카페였거든요.”
“이 시간에 다녀온 거예요? 어디를요?”
태식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건 몰라도 돼요.”
“어디인데요?”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지우를 쳐다봤다.
“대전이요.”
“네?”
지우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지금 대전을 다녀왔다고요?”
“네.”
지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태식의 말대로라면 식당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태식이 대전을 다녀왔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왜요?”
“아니.”
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을 위해서 이 늦은 시간에 대전을 다녀왔다는 말에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고마워서요.”
“장지우 씨는 내가 장지우 씨를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 그저 농담으로만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내가 정말로 장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를 보여줘야 했어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거. 내가 장지우 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거. 그게 바로 이거였어요. 이렇게 하는 거.”
“그래도. 이건.”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무 고마웠다. 너무 고마웠지만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러라고 한 게 아니에요.”
“뭐가요?”
“내가 그렇게 말한 거.”
“그러지 마요.”
지우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태식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힘들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케이크는 내일 같이 먹어요.”
“네?”
“늦은 시간에 홍차는 별로 좋지 않을 테니까요.”
“네.”
지우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웠다. 태식은 그리고 가볍게 손을 흔들고 멀어졌다.
“도대체 저 사람 뭐니?”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갑자기 이래?”
지우개가 옆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너는 저 사람 어떤 거 같아?”
뭔가 묘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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