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장. 두 사람이다.
“아저씨 어제 어디 다녀왔어요?”
“왜?”
“아니.”
태식이 까칠하게 반응하자 준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별 것 아닌 것을 물은 거였는데.
“뭐 그렇게 대답을 해요?”
“네가 마음에 안 들어.”
“네? 아저씨.”
형진이 부엌으로 오자 태식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왜 저래?”
“몰라.”
준재는 태식을 살피다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지우는 그런 준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너 왜 그래?”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뭔데?”
지우가 한 번 더 채근하자 준재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제 아저씨가 밤에 집에 들어왔다가 또 나가서 어디를 다녀온 건가. 그거 물었는데 대답이 없어서요.”
“아.”
“사장님은 아세요?”
“어?”
지우는 아차 싶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대전.”
“네? 대전이요?”
“어.”
“대전은 왜요?”
“나 홍차 준다고.”
“홍차요?”
그제야 준재는 지우가 케이크를 먹을 때 홍차가 마시고 싶다고 했단 사실을 기억했다. 준재는 박수를 치고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 정말 대단하네요.”
“그러게.”
“사장님 그러면 안 되는 거죠.”
“내가 뭐?”
“저도 간다고 했어요.”
“누가 뭐래?”
지우는 가볍게 준재의 어깨를 때리고 돌아섰다. 준재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저씨 도대체 뭐야?”
“생선은 제가 사올게요.”
“내가 가도 되는데.”
“어차피 이제 저돌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
준재는 밝게 웃으며 지우개와 시장으로 향했다. 대충 한 차례 손님이 나가고 정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홍차 마실래요?”
“네?”
태식의 갑작스러운 말에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왜 그런 반응이에요?”
“내가 뭐가요?”
“누가 보면 뭐 나쁜 말이라도 한 줄 알겠네.”
태식이 투정을 부리자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고마운 사람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마셔요.”
“이게 뭐야?”
“케이크요.”
“어?”
“아저씨는 홍차를 사오셨다면서요?”
준재는 일부러 태식이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태식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저도 사장님을 위해서 사왔죠.”
“아니.”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라고 그런 게 아니었는데. 도대체 두 사람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둘 다 왜 이래요?”
“장지우 씨를 좋아하니까요.”
“사장님을 좋아하니까요.”
두 남자가 동시에 고백을 하자 지우는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주방으로 달아났다. 준재는 태식을 노려봤다.
“치사해.”
“내가 뭘?”
“그 시간에 대전이라니.”
“그럼 너도 가지 그랬어?”
“저도 사오려고 했어요.”
“사온 건 나잖아.”
태식은 능글거리며 손님에게 향했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본은 상대하기 어려웠다.
“아저씨가 저렇게 나온단 말이지.”
“일단 식당은 크게 바꾸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장지우 씨가 그만 두게 되면 직원을 두 명 더 뽑을 생각이에요.”
“두 명이나요?”
“네. 지금은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았지만 앞으로 그럴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주말에 근무할 사람을 따로 뽑아야겠죠. 그리고 쉬는 날도 정할 계획입니다. 그게 장기적으로 나으니까요.”
“그렇겠네요.”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쉬는 것 같은 것을 제대로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뭐 쉬는 날이 많아지면 좋기는 하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많게 하지 않을 겁니다. 저야 뭐 하는 일도 없고 지금 근무 강도면 매일 하는 것도 문제는 없으니까요.”
“저도 그래요.”
케이크와 찻물을 들고 오며 준재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격주로 평일에 하루 쉬면 될 거 같아요. 쉬는 날은 정확히 공지를 해두면 나중에는 손님들도 알아서 하실 거고요.”
“그래요.”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가 홍차를 우리려고 하자 태식이 가져가서 자신이 직접 찻잎을 넣었다.
“누가 넣는다고 달라지나?”
“안 달라지지.”
“그런데요?”
“내가 사왔잖아.”
“헐.”
준재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네가 사오지 그랬어?”
“저는 케이크 사장님이 자르게 해드릴 건데요?”
준재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태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할게.”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접시에 나눠 담았다.
“그럼 메뉴는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 생선은 그 가게에서 가지고 오는 것이 크게 나쁘지 않으니까 그냥 그대로 유지를 해도 될 거 같아요. 굳이 한 번에 메뉴를 바꾸면 그걸 손님들이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거 같으니까. 가정식 카레도 그냥 두고 불고기도 그냥 두고. 제육을 하나 더 만들어볼까 해요. 매콤하게.”
“그거 좋죠.”
“그리고 하이라이스도 하루씩 해보려고요.”
“하이라이스요?”
지우는 손뼉을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학교 다닐 적에 그거 좋아했거든요.”
“그럼 해드릴까요?”
“네?”
“어렵지도 않은데요.”
“아니요.”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그래도 태식이 자신에 해주는 것이 너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미안하잖아요.”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어차피 식당에서 팔 메뉴이니까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게 나쁘지는 않죠.”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저씨 요리 참 잘 해요.”
“잘 하지.”
준재의 물음에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신보다 지우개 식당과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왜 식당을 안 하나 몰라.”
“이것저것 많이 하실 걸요?”
“그렇겠지. 비밀이 많아.”
지우는 눈을 찡긋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사장님은 결정하셨어요?”
“어?”
“저랑 아저씨 다 고백한 거 아니에요?”
갑자기 들어온 준재의 물음에 지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고백을 받은 것은 맞았다. 하지만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건지. 아니 어느 사람을 더 좋아하는지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양파를 가지고 나오던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너는 장지우 씨를 좋아한다는 애가.”
“좋아하니까 이러죠.”
“좋아하면 기다려. 꼬맹이.”
“아저씨도 초조하면서.”
태식이 내민 양파를 까며 준재는 입을 내밀었다. 지우는 두 사람의 대화가 지금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두 사람 이 상황으로 농담도 할 수 있는 거예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고통도 웃음으로 넘기는 거죠.”
멍한 지우를 두고 태식과 준재는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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