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장.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 1
“좋아한다.”
묘한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런 식의 고백을 해준다는 것은 분명히 고마운 거였다. 하지만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거였다.
“나를 도대체 왜 좋아해.”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꼬맹이. 네가 고백할 때 장지우 씨가 뭐라고 했어?”
“네?”
갑작스러운 태식의 질문에 준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장지우 씨가 너무 민감하게 느끼는 거 같아서.”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
준재는 조심스럽게 태식의 낯을 살피다 무슨 말을 하려곤 입을 달싹이다 그냥 다물었다. 그가 참견할 일이 아니었다.
“사장님도 곧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를 하겠죠.”
“그렇겠지.”
태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식당을 그만 둔다고?”
“네. 정확히 언제 그만 둘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제 식당을 그만 두어야 할 거 같아서요.”
“이런.”
생선 가게 아주머니는 혀를 차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 힘들지?”
“가게는 너무 재미있는데. 그냥 이대로 평생 식당에만 신경을 쓸 거 같아서요. 제가 하고 싶은 건 뭔지 일단 알아야 할 거 같아서요. 나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식당 일이라면 다시 하면 되는 거고요.”
“그렇지.”
채소 가게 아주머니가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맞아.”
“언니. 맞기는 뭐가 맞아?”
“그럼 안 맞아?”
“뭐가 맞는데?”
“자기는 이 생선 가게 좋아? 젊을 적부터 해서 여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한 번이라도 생각한 적 있어?”
채소 가게 아주머니의 말에 생선 가게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우리는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생각도 못하고 이거 했어. 그런데 지우한테 그거 막 하라고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렇지.”
“아니요.”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이렇게 걱정을 해준다는 것은 고마웠다.
“그래도 서운하네. 이렇게 우리 동네 새로 단골 가게 하나 더 생겼나 했더니. 이제 생선은 누가 사가나.”
“그래도 식당이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누가 맡기로 했어?”
“그렇게 될 거 같아요.”
“그럼 다행이지.”
지우는 혀를 살짝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생선을 받아들고 다시 돌아섰다. 기분이 묘했다.
“나를 위한 거.”
입 밖으로 내뱉고 보니 더 특별한 느낌이었다.
“나 정말로 뭘 하고 싶기는 한 건가?”
“장지우 씨. 끝나고 얘기 좀 하죠.”
태식이 이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는 거야?”
“네?”
“아니요.”
손님이 고개를 돌리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고 주문을 받았다.
“궁금했죠?”
“궁금하긴 뭐가 궁금해요?”
준재를 원종을 마중하라며 보낸 이후 태식은 가볍게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지우를 응시했다. 주방에서 나온 지우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겠죠.”
“그렇죠.”
태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지우 씨가 싫어하는 말을 해야죠.”
“내가 싫어하는 거 알면 안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요?”
“네?”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당연한 거잖아요.”
지우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태식은 입을 내밀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장지우 씨가 내가 그쪽을 좋아한다고 한 말을 그냥 장난으로만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게 그러면 안 되는 거거든요. 나도 고백이라는 거. 그렇게 즐겨하지 않고 되게 어려운 거거든요.”
“그럼 안 들은 척 할게요.”
“그게 안 된다고요.”
지우가 무시하고 지우개를 식당으로 들였다. 태식은 혀로 입술을 적시고 헛기침을 하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사람이 말하는데 무시할 겁니까?”
“말 같아야 대답을 하죠.”
“뭐가 말 같지가 않은데요?”
“나는 이미 주태식 씨를 거절했는데요.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건가요? 내가 주태식 씨가 불편하다고. 이미 그렇게 말을 했으면 물러나야죠.”
“왜 그런지 제대로 못 들어서요.”
“뭐라고요?”
지우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런 거 할 여유 없어요.”
“여유 같은 건 만드는 거예요.”
“아니요.”
지우는 힘을 주어 고개를 흔들었다. 태식은 지우의 눈을 물끄러미 보면서 입을 살짝 내밀었다.
“이거 단호하네.”
“당연하죠.”
“장지우 씨 좋아합니다.”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지우는 침을 삼켰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내가 우스워 보여요?”
“아니요.”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요?”
“좋아하니까요.”
“뭐라고요?”
태식의 간단한 대답에 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런 기분 도대체 뭐냐고.
“주태식 씨는 분명히.”
“어릴 적에 너무 뚱뚱했어요.”
태식은 입을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준재가 뚱뚱했다고 하는데 그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요.”
“그런데요?”
“다들 나를 싫어했죠.”
태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헛기침을 했다.
“내가 왜 식당 일을 돕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거야 식당을 갖기 위해서.”
“이 식당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뭐라고요?”
“나에겐 이거보다 큰 게 많거든요.”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태식의 집에 대해서 준재에게 이미 들은 적이 있으니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그럼 왜 이러는 건데요?”
“준재 녀석이 장지우 씨의 어머니에게 빚이 있어서 장지우 씨를 돕는 것처럼 나도 장지우 씨의 어머니에게 빚이 있거든요.”
“빚이요?”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는 저를 구해주셨어요.”
지우의 눈이 흔들렸다. 엄마가 그런 일까지 하고 다녔는지 몰랐다. 지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랑 상관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닿으면 무서워요.”
돌아서려던 지우는 멈칫했다.
“내가 그들의 몸에 닿으면 나를 때렸거든요.”
태식은 자신의 손을 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버릇이 사라지지 않아.”
“그러니까.”
“장지우 씨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
태식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이런 고백을 하는 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거. 장지우 씨도 알 거라고 믿어요. 정말로 장지우 씨를 좋아하니까. 믿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고백을 할 수가 있는 거라고요. 좋아합니다.”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고백을 해주는 건 정말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란 것이 아니었다.
“내가 부탁한 거 아니잖아요.”
“그렇죠.”
태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냥.”
“그냥.”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태식이 왜 그렇게 움찔했는지 생각을 해보니 머리가 멍해졌다.
“그러니까 나를 거절할 거라면 그 이유가 아니길 바란다는 겁니다. 적어도 나는 장지우 씨가 싫어서 피한 거 아니니까.”
“알았어요.”
지우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와 원종이 식당에 들어왔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맞았다.
“너 뭐야?”
“뭐가?”
“얼굴에 나 고민이 있어요. 이렇게 쓰여 있거든.”
“그래?”
원종의 말에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런 거 잘 숨길 줄 알았는데.”
“그러게. 장돼지. 네가 그런 거 잘 숨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너 별로 그런 거 못 숨기는 거 같아.”
“그러게.”
지우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단순할 줄 몰랐다.”
“너 원래 단순해.”
“뭐래?”
지우가 입을 쭉 내밀자 원종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 지금 되게 귀여운 거 알아?”
“너 정말.”
“친구로.”
원종은 곧바로 변명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너 제대로 생각을 하라는 거야. 네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네가 뭘 어떻게 할 건지 말이야.”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뭐. 그렇지.”
원종은 씩 웃으면서 장난스러운 눈으로 지우를 쳐다봤다.
“그래도 장돼지 대단해.”
“뭐가?”
“두 남자에게서 고백을 받고.”
“놀릴래?”
“주태식 씨도 좋은 사람인 거 같고 정준재도 좋은 사람 같아.”
“그렇지.”
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과연 자신이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궁금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무서워.”
“뭐가?”
“떠날까봐.”
“별 생각을 다 한다.”
“그러게.”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 별 생각이라는 게 나를 다 사로잡고 있는 거 같아. 그래서 너무 무섭고 겁이 나.”
지우의 말에 원종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소설 창고 > 지우개 식당[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60장. 두 사람이다.] (0) | 2017.05.01 |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9장.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 2] (0) | 2017.04.26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7장. 지우의 선택] (0) | 2017.04.22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6장. 지우의 고민 2] (0) | 2017.04.19 |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55장. 지우의 고민 1] (0) | 2017.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