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 온 더 비치]와 [에무시네마]
때로 자꾸만 극장에 가서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나름의 의미를 지닌 영화들인데 [비치 온 더 비치]라는 연애물이다. 고작 연애물이라고 무시하면서 보지 않으려고 했던 이 영화가 은근히 매력적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이십 대의 솔직한 연애를 담을 수 있을까 신기했다. 첫 눈에 이 영화를 보자마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다른 영화관에 가서 두 번째 관람을 하고도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 영화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비치 온 더 비치]는 너무나도 솔직했다. 망설이는 지점이 없었고 곧바로 앞을 향해서 나아가는 영화였다. 장면들도 꽤나 길게 진행되고 기존의 영화와는 다소 다른 호흡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는데 그 부분들까지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솔직함과 발칙함을 갖고 있는 영화였다. 자신의 감정들이 부딪치면서 영화는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비치 온 더 비치]가 특별한 지점은 바로 주인공 ‘가영’에 있었다. 그 동안 영화 좀 본다고 한국 영화를 봤지만 이토록 솔직한 여성 캐릭터는 없었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가서 ‘우리 한 번 하자.’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그 동안 있었을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남성에게 맞춰보라고 하지 않는 여성의 등장이라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여자가 이렇게 솔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새로운 본보기 같다고 해야 할까? 오늘날과 딱 어울리는 여성이었다. [비치 온 더 비치]는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는 영화였다.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는 ‘김최용준’ 배우가 연기한 ‘정훈’에게 더 당당히 요구한다. 한 번만 달라고. 이런 솔직하고 되바라진 설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이게 당연한 거다. 눈만 맞아도 잤다고 고백하는 20대 시절의 헤어진 연인이 이 정도 대화 정도는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거지. 물론 거기에 대해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수는 있겠으나, 애초에 이런 식의 대화도 없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당신들이 틀렸어! 라고 과감히 말해줄 수 있는 영화였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서 여전히 미련을 갖는 것 같은 대화를 하는 것도 좋았다. 누구나 다 겪어본 그런 연애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고 있으니까. 그 동안 수많은 연애물이 나왔지만 이토록 솔직하게 그 모든 감정에 대해서 고백하는 영화는 없었다.
그런데 이 [비치 온 더 비치]를 더욱 마음으로 다가오게 한 것은 바로 [에무시네마]였다. 사실 [비치 온 더 비치]가 아니었더라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을 극장이었지만 실제로 가보고 나서는 한 눈에 반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보통 영화관이 지하철역이나 커다란 쇼핑몰과 함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많이 걸어야 하고 도대체 이런 곳에 있나? 싶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극장에 앉아서 [비치 온 더 비치]를 기다리는 순간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대기하는 사람이 나 혼자였는데도 추울까 마음을 써주며 온풍기를 켜주는 직원을 보며 아, 이게 바로 작은 영화관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배우와 함께 하는 특별한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술자리라니. 이보다 더 낭만적으로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방법은 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낭만적인 경험은 영화에 대한 기억까지 더 반짝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다른 영화를 보기 위해서 다시 방문했을 때 관객의 얼굴을 기억해주고 어? 라고 반문해주는 순간. 아 이 영화관은 계속 와도 되는 거구나. 어떤 매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영화관이라는 것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영화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극장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영화의 경험을 바꿔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면 [에무시네마]에 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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