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34장. 긴장감 1]

권정선재 2017. 5. 25. 23:47

34. 긴장감 1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의 장인은 미간을 모았다. 그 동안 그 많은 것을 해줬지만 이런 불쾌한 부탁은 그에게 처음이었다.

 

자네가 지금 나에게 그런 것을 부탁을 할 수가 있는 상황인가? 내가 자네에게 누구인지 잊었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도리가 없습니다.”

도리라.”

 

장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건 결국 그를 무시하는 행위였고 그의 집안을 무시하는 일이었다. 그가 평생 동안 만들어왔던 그 모든 것이 망가지는 기분이었다.

 

자네가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겠군. 나는 더 이상 자네를 돕지 않겠네.”

장인어른.”

내가 자네 장인이기는 하나?”

 

장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네가 도대체 뭘 바라는 것인가?”

저의 아들을 찾기 바랍니다.”

자네의 아들?”

. 그러길 바랍니다.”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장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대통령을 응시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뭔가를 장인 어른께 부탁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딱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저의 말을 들어주세요. 부탁입니다.”

처음이군.”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턱을 어루만졌다. 대통령의 말은 옳았다. 늘 그에게 부탁을 하는 쪽은 그의 딸이었다. 장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답답했지만 뭘 할 수가 있는 것일까?

 

자네는 나에게 무얼 해주겠나?”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뭐든?”

 

장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자신은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졌다.

 

뭘 바라나?”

이혼을 하겠습니다.”

 

장인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은 몸을 뒤로 젖혔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내가 기분이 좋으면 안 되는 건가?”

당연하지.”

 

태욱의 물음에 도혁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기분이 좋으면 내가 역겹거든. 너 같은 새끼는 행복하면 안 되는 건데. 네가 기분이 좋으면 뭔가 일이 잘 되고 있는 것 같가. 네가 일이 잘 되는 건 너무 싫어. 나 그런 거 불쾌하거든.”

그래?”

 

태욱은 턱을 어루만지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다가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네가 아무리 나를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있겠어?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잖아.”

정태욱.”

그만 둬.”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가볍게 고개를 저은 후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

재미있는 이야기?”

. 그런데 너는 모를 이야기.”

그게 뭐야?”

그러게.”

 

태욱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너는 뭘 알고 있어?”

?”

나 혼자 뭔가를 다 알려주는 건 뭔가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정확히 거래를 해야 하는 거지.”

거래라니.”

 

도혁은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태욱이 왜 이리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야? 도대체 네가 알고 있는 게 뭐라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거야?”

궁금해?”

그래.”

그럼 계속 궁금해 해.”

 

태욱은 이를 드러내고 사납게 웃었다.

 

너는 알 자격이 없으니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가?”

네가 알고 있는 것. 그걸 공유해야 우리도 저 사람들처럼 뭉칠 수 있다는 거 모르는 거야?”

네가 정말 뭉칠 생각이 있는 거야?”

?”

없잖아.”

 

태욱의 여유로운 목소리에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이 상황을 반전시킬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네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없으면서 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나는 내 손에 있는 걸 나눌 생각이 없어.”

너 혼자 살겠다?”

.”

 

태욱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살 거야.”

정태욱. 도대체 너 왜 이렇게 된 거야? 너 원래 그런 녀석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제발 그러지 마.”

나 원래 이랬어. 그 동안 숨기고 산 거고. 이제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

 

태욱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물끄러미 도혁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눈빛을 바꾼 채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 손에 들린 것을 가지고 무조건 살아남을 거야.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나는 무조건 살 거야.”

그러니까 같이 살자는 거야. 너 혼자서 한다고 해서 뭐 하나 달라질 거 없어. 너도 알잖아.”

아니.”

 

도혁의 떨리는 음성에 태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수가 늘어날수록 살아날 가능성은 더 줄어드는 것이었다.

 

나는 살 거야. 무조건. 나 혼자서라도.”

 

돌아서는 태욱을 보며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그래서 뭐 어쩌자고?”

?”

 

병태의 반응에 도혁은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긁적인 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까지 그러면 어떻게 해?”

뭐가?”

우리 둘이라도 뭉쳐야지.”

?”

뭐라고?”

왜 그래야 하는 건데?”

 

병태는 물끄러미 도혁을 응시했다.

 

나는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병태야.”

너는 뭐가 달라?”

?”

 

병태의 물음에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태욱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것은 알았지만 병태는 아니어야만 했다.

 

네가 왜 그래?”

 

웃음으로 대충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지만 병태는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도혁은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우리 두 사람이라도 힘을 합쳐야 할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대로 밀릴 거라고.”

그래서?”

?”

그게 문제야?”

병태야.”

그거 아무 문제 아니야.”

 

병태는 벽에 기대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더니 물끄러미 도혁을 보더니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지금 차라리 속이 편해.”

뭐가?”

석구가 차라리 지른 거니까. 그리고 이제 석구가 얌전하니까. 사람들이 석구에 대해서 다 아니까.”

뭐라는 거야?”

더 안 할 거야.”

병태야.”

더는 안 할 거라고.”

 

병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짧게 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후 혀를 살짝 내밀었다.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달라지지 않아. 네가 뭐라고 하건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 그만 둬.”

도대체 뭐라는 거야? 왜 그러는 건데? 네가 왜 그러는 건지. 그건 나도 알아야 하는 거잖아. 아니야?”

?”

지금 네가 이러는 이유.”

없어.”

 

병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이래야만 한다는 생각. 그게 지금 이렇게 그를 움직이는 거였다.

 

나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그러니까 너도 뭘 할지. 네가 알아서 해. 나에게 맡기지 말고.”

병태야.”

 

도혁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병태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병태는 이미 멀어졌다.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무섭지 않아요?”

뭐가요?”

돌아갈지. 돌아가지 못할지.”

아무래도 괜찮아요.”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돌아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을 이제 약간은 알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

어차피 여기에 있으나 한국에 있으나. 별로 달라질 건 없다. 뭐 그런 말을 지금 하는 거죠.”

.”

 

윤태는 지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이내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지아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강지아 기자 사랑하는데.”

.”

 

지아는 가볍게 윤태를 밀어냈다.

 

나 냄새 나요.”

나도 나요.”

나 냄새 난다는 거죠?”

아뇨.”

 

지아가 눈을 크게 뜨자 윤태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당황한 윤태를 보며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요. 여기까지는 오케이.”

 

사랑한다는 말은 해주지 않아도 좋아한다는 말을 해주는 지아를 보며 윤태는 웃음을 터뜨렸다. 일단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좋다.”

좋아요?”

.”

 

윤태는 지아의 손을 잡았다. 지아도 그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온기. 이곳에서 위안이 되는 무언가였다.

 

이 모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어요.”

?”

그냥 그렇다고요.”

 

지아의 알 수 없는 말에 윤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나도 좋아요.”

 

이 여유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욱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