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36장. 긴장감 3]

권정선재 2017. 5. 29. 17:00

36. 긴장감 3

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사고가 난 여객기가 아니라 다른 항공사의 회장의 말에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씀 그대로입니다.”

 

회장은 덤덤히 대답했다.

 

제가 돕겠습니다.”

누가 뒤에 있습니까?”

글쎄요.”

 

회장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대통령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일단 그의 아들과 국민을 살려야 했다.

 

고맙소.”

그럼 발표를 하시죠.”

.”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고비가 넘어선 거였다. 이걸로 뭔가 다른 답이 나올 거였다.

 

저 대통령님.”

?”

 

나가려던 길에 항공사 회장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을 믿지 마십시오.”

그게 무슨?”

대통령님께서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의 편이라고 하던 이가 결국 당신의 편이 아니실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통령이 반문했지만 항공사 회장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빙긋 웃을 뿐이었다.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자격으로요?”

 

시안의 물음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당연히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지만 막상 나오니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차피 그 사람들도 우리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고, 언젠가 당연히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언제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굳이 이렇게 빠르게 만날 이유는 없는 거 아니에요?”

보름에 배가 뜰지도 몰라요.”

?”

 

처음 듣는 소식에 시안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도 아직 확인을 해봐야 하지만 이 섬에 있는 사람이 여기는 보름에 물이 나가는 방향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믿어요?”

믿어요.”

 

지아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시안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어쩌면 이게 지아의 특징이었다.

 

혹시라도 우리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을 해보려고 그러는 거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래도 해야죠.”

뭐라고요?”

만일 그믐이면요? 우리는 어차피 그믐에 준비를 할지도 몰라요. 정말 배가 나가보는 게 아니면 모를 테니까.”

그건.”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바다는 그저 해안가에서 구경을 하는 것처럼 보는 것과 전혀 다를 거였다.

 

일단 나갈 거예요. 우리는 여기에서 살려고 온 거니까. 그리고 우리가 문자를 확인을 했으니 한국에서도 뭔가 반응이 있을 거예요. 이 정도가 되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그건 그렇지만.”

가능할 거예요.”

 

지아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시안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시안의 손을 지아가 갑자기 잡았다.

 

, 뭐하는 거예요?”

 

시안은 놀랐지만 지아는 손을 놓지 않았다.

 

나 싫어하는 거 알아요.”

아니.”

알아요. 나 되게 나댄다고 생각을 하는 거. 그런데 나는 절실해서 이러는 거예요. 이 섬을 벗어나고 싶어서.”

, 나도 그래요.”

 

시안은 이렇게 말을 하며 억지로 손을 빼냈다.

 

아프네.”

미안해요.”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고 목을 가볍게 가다듬었다.

 

일단 이 섬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만나야 해요. 그래서 누가 우리 편인지, 아니면 적어도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지. 그거라도 확인을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러지 않으면 안 돼요.”

확인이라.”

 

지아의 말이 옳았다. 적어도 이 섬에서 누가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미리 파악해야 할 거였다.

 

이해하죠?”

알았다고요.”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을 뭐 이렇게 진지하게 해요?”

내가 주장하는 거니까요.”

뭐요?”

구지웅 씨도 별로 안 하고 싶어하거든요. 일단 그믐에 확인을 하고 보름에 나가면 되지 않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오래 있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계절이 또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지아의 말에 시안은 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질 거였다.

 

일단 내 생각은 이래요.”

알았다고요.”

 

시안의 대답에 지아는 씩 웃었다. 그래도 시안이 이전과 다르게 무작정 고집만 부리지 않는 것이 고마웠다.

 

 

 

괜찮은 거겠죠?”

그렇지.”

 

나라가 너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아도 나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었더라면 진작 나타났을 거야. 그러니까 그러지 마.”

그래도 제가 입을 함부로 놀려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점 하나를 주게 된 거잖아요. 그게 중요한 거였는데.”

아니.”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약점도 아니야.”

?”

아마 알고 있었을 겁니다.”

맞아.”

 

진아도 지웅의 말에 보태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길석 그 사람이 이미 무슨 말을 했을 수도 있는 거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 말 믿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

 

나라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진아는 나라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는 어색하게 웃었다.

 

무서워요.”

뭐가?”

제가 다 망친 걸까봐.”

그런 거 아니래도.”

맞습니다. 아니에요.”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망쳐질 거였다면 진작 망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였다.

 

그리고 그 사람도 뭔가 다른 생각을 하겠지. 우리에게 붙을지. 어떻게 할지. 그런 것도 말이야.”

그렇겠죠.”

그럼.”

 

나라는 이제야 겨우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거였다. 그게 그나마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돌아가려고 하는 거에요?”

?”

 

윤태의 물음에 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솔직히 말을 해서 우리 여기에서 사는 것도 아주 나쁘기만 한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요.”

나빠.”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섬에서의 상활은 정말 여성들에게 있어서 최악의 환경일 거였다.

 

속옷이 지금 얼마나 너덜너덜한지 아니? 나 와이어가 하도 가슴을 찔러서 와이어도 안 하고 있어.”

그럼 뭐해? 가슴이 이렇게 예쁜데.”

어머?”

 

윤태가 자신의 가슴을 응시하자 지아는 양손으로 가슴을 막고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씩 웃었다.

 

나도 이 섬이 좋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무작정 그렇게 나가야만 하는 상황으로만 가지 말자고요. 그렇게 하다가는 결국 지칠 테니까.”

알아요.”

 

윤태는 지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살짝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말은 잘 해.”

그걸로 제가 연예계를 버티죠.”

아 그러셨어요?”

몰랐어요?”

. 몰랐습니다.”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쿡쿡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좋다.”

우리 시간 되게 많이 보내는 거 알아요?”

그러게.”

그래서 좋아요.”

 

이 섬에 오고 나서 오히려 여유는 늘어난 것 같았다. 새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떤 이유일까?

 

그런데 이렇게 마음을 놓고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올 거예요.”

?”

우리랑 만나고 싶어할 거예요.”

그럴까?”

당연하죠.”

 

윤태의 힘이 들어간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근거 없는 맹신이냐고 말을 하고 싶으면서도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게 무작정 가능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고마웠다.

 

그러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죠?”

.”

 

지아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랑 마찬가지의 마음이라면 이 사람들도 마주하고 싶을 거였다.

 

일단 저 사람들은 하나의 리더가 없어요. 그래서 아마 우리랑 만나기가 마냥 쉽지는 않을 거야.”

그렇죠. 하지만 그 대신 각자의 뜻을 망가뜨릴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여자 이름이 뭐라고 했죠?”

강봄.”

그래요. 강봄.”

 

윤태는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은 기자님에게 호감이 있잖아요.”

그것도 이상하기는 해.”

뭐가요?”

아니 고작 내 물건 하나 나눠줬다고 해서 그렇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인다는 거니까 말이야.”

그럴 수도 있죠.”

그런가?”

당연하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거였다.

 

윤태 씨는 빨리 가고 싶지 않아?”

기자님 말씀 들으니 더 그래요?”

?”

가면 우리 이렇게 시간을 못 보낼 테니까.”

보내면 되지.”

 

지아는 윤태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어떻게 될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무조건 낭만적인 말을 하고 싶었다. 서로의 대화에 힘을 얻는 상황인데 지치는 이야기를 할 이유도 없었다. 서로는 부드러운 입맞춤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