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37장. 함께 하다. 1]

권정선재 2017. 5. 30. 00:13

37. 함께 하다. 1

어떻게 배 하나 안 지나가?”

그러게요.”

 

세라의 뾰루퉁한 말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원래 뭐가 안 다니는 곳인가봐요.”

미치겠네.”

 

세라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자신의 선택이기는 했지만 이 섬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괜찮아요?”

.”

 

세라가 숨을 가쁘게 쉬자 서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힘들면.”

괜찮아요.”

 

서준이 무슨 말을 더 붙이려고 하자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런 건 다 심리적인 문제였다.

 

우리가 이 섬에서 나갈 거라는 생각만 하면 이러지 않을 거야. 그런데 이 섬에서 언제 나갈지 모르잖아요.”

나가겠죠. 어제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그래요? 하루하루 여기에 있는 게 더 힘들어지고 그런 거예요?”

. 더 힘들어지고 그래요.”

 

세라는 애써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호흡을 하고 나니 답답한 것이 조금은 사라졌다.

 

도대체 언제 나가는 건데요?”

그건.”

나갈 수나 있어요?”

있겠죠.”

아니요.”

 

세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이 섬에서 나가는 것은 절대로 무리였다.

 

우리가 이 섬에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이 섬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가능성 하나 찾을 수 없는 거잖아요.”

그건.”

 

서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세라의 말이 옳았다. 누구 하나 이 섬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없었다.

 

비행기도 없죠?”

.”

그런데 도대체 뭐냐고.”

 

세라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평소의 항로와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난감했다.

 

얼른 나가고 싶다.”

그래요?”

. 나가고 싶어요.”

 

세라는 그래도 이제 조금은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세라는 서준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아니요.”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한 게 없잖아요.”

같이 있어주니까.”

?”

혼자였으면 죽었을 거야.”

에이.”

진짜요.”

 

서준이 말리려고 했지만 세라는 단호히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먼 바다를 응시하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미쳤을 거거든요.”

그럼 내가 있어서 다행인 거네요.”

매일 듣고 싶다면 매일 해주죠. . 그래요.”

 

서준은 씩 웃었다.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에게는 위안이 되는 거였다.

 

 

 

실험 같은 거 하는 곳 아니었을까?”

실험?”

 

재율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미국령에 이렇게 사람이 없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지도에도 제대로 안 나오는 거고.”

그거야.”

 

지웅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재율의 말에 대해서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저 말을 믿기에도 위험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동요하게 될 거였다.

 

그렇지 않을 거야.”

형이 어떻게 알아?”

?”

나는 불안해.”

 

재율은 팔짱을 끼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형도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아?”

그거야.”

하나도 없어.”

 

재율은 하늘을 가리키고 바다를 가리켰다.

 

어떻게 된 섬에 비행기 한 대가 안 지나가고 배 한 척이 안 지나가? 그런 섬이 있다는 말 들었어?”

아니.”

그리고 그런 섬이 하나가 아니야. 네 개잖아. 전의 섬에서도 우린 아무 것도 보지 못했어. 안 그래?”

일단 진정해.”

 

지웅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재율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흥분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럴 수 있는 가능성. 그런 것을 형이랑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전부니까.”

그래.”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형이 왜 미안해?”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거니까.”

아니.”

 

지웅의 자책이 담긴 말에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은 그 누구도 바라던 상황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진 건데 도대체 형이 왜 그 일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려고 하는 건데?”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제대로 생각을 했더라면. 내가 덜 멍청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앟았을 테니까.”

.”

버드스트라이크. 그 상황에서 무작정 착륙하려는 기장을 말렸어야 했어.”

 

지웅의 표정에 그늘이 지자 재율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웅을 안고 어깨에 턱을 얹었다.

 

그 누구도 형을 원망하지 않아.”

내가 말렸어야 해.”

.”

이제 기장님도 부기장님도 계시지 않아. 이 모든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오롯이 나야.”

아니.”

 

재율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물끄러미 지웅의 눈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형의 책임이 아니야.”

그럼?”

우리 모두의 책임이야. 우리 모두 각자의 목숨에 대해서 책임을 질 거야.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요. ?”

 

재율의 말에 지웅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지치는 날들이었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죄였다. 그 모든 죄의 무게. 그 죗값을 과연 언제나 치룰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이 드는 날들이었다.

 

절대로 형의 죄가 아니니까. 그 누구도 형의 죄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그래.”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다 그의 책임은 아닐 수도 있었지만 무조건 자유로울 건 아니었다.

 

 

 

저기.”

 

텐트로 돌아가려던 진아와 나라를 기쁨이 막아섰다.

 

할 얘기가 있어요.”

?”

 

진아와 나라는 서로를 쳐다봤다.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요?”

 

진아의 단호한 대답에 기쁨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아니요.”

 

기쁨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무리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의 시신을 다시 꺼내서 한국으로 가져가는 건 어렵죠.”

그렇죠.”

 

진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침을 삼켰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해요.”

아니요. 뭐가요?”

 

기쁨의 사과에 진아는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이건 한기쁨 씨가 당연히 궁금하게 생각을 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사실 아직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정부에서 뭐라고 할지. 그것부터 일단 들어야 뭐라도 답이 나올 테니까요.”

그렇겠죠.”

 

기쁨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는 혀로 이를 훑으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안 되는 거예요?”

?”

 

나라의 물음에 진아는 주위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야.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전염병 같은 문제도 있고. 아무래도 위험한 거야.”

전염병이요?”

그래.”

 

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진아의 말이 무슨 말인지 곧바로 이해가 가기에 더욱 당황스러운 그녀였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었다. 답답했다.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건지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밀어내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기회를 줘야 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

선배.”

그럴 수 없어.”

 

진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우리가 지금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여유 같은 것을 줬다가는 그냥 다 끝이 나는 거야. 그걸 몰라?”

그건.”

 

나라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래서 너무 답답했고 또 아픈 현실이었다. 피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어떤 것이었다.

 

 

 

아빠.”

재희야.”

 

영애의 부름에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야?”

괜찮으세요?”

그럼.”

 

대통령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않을 것이 뭐가 있니?”

엄마 믿지 마요.”

?”

엄마 믿지 말라고요.”

 

영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닌 거 아시잖아요.”

네 엄마야.”

그래도요.”

.”

믿지 마요. 아빠.”

 

영애는 대통령의 팔을 가볍게 한 번 두드렸다. 그리고 눈을 마주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