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장. 함께 하다. 2
“아빠가 뭐래요?”
“그냥 그러시지.”
“그래요?”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버지는 좀 그러시네. 그래도 당신에게 조금 더 좋은 이야기를 해주셔도 될 것 같은데.”
“그럴 이유가 있으신가?”
“왜요?”
영부인은 입을 내밀고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당신이 내 남편이니까. 당신을 아들처럼 생각을 하신다면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는 거잖아요.”
“아들 같다.”
대통령은 어색한 표정으로 묘하게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물끄러미 영부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밉죠?”
“왜요?”
“내 아들을 찾으니.”
“아니요.”
영부인은 대통령의 옷을 받아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어요?”
“부인.”
“그런 걱정 하지 말아요.”
영부인은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며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내밀었다.
“당신이 싫다면 포기하겠소.”
“네?”
“당신이 하지 말라면 안 하겠소.”
영부인은 손을 내려 물끄러미 대통령을 응시했다. 그의 뜻이 무엇인지 살피겠다는 듯 보던 영부인은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부인.”
“찾아야죠.”
영부인은 대통령의 어깨를 주무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아들이면 내 아들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영부인의 말에 대통령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영부인이 미는 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대통령이 욕실로 들어가자 영부인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뭐 하자는 거야?”
이런 식으로 밀릴 그녀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아버지에게서 본 것이 있는데 이렇게 밀릴 수는 없었다.
“내가 바보인 줄 아나?”
영부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있는 욕실을 노려봤다. 이대로 밀릴 수는 없었다.
“그 사람들을 만나자고요?”
“네.”
봄의 말에 우리와 누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무작정 그들과 접촉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막 만나요? 그러다가 우리를 위협이라도 하면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진영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거라면 진작 했을 거거든요.”
“하지만.”
누리는 우리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도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뭐가요?”
“만나자는 거.”
“진작 만나기로 했어요.”
“뭐라고요?”
봄의 말에 누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게 무슨?”
“그런데 그 살인이 나고 못 만나게 된 거죠. 그런데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 모두 다 정태욱 뜻대로 되요.”
봄의 대답에 우리와 누리는 손을 꼭 잡았다. 자매의 잡은 손을 보고 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자기 생리대도 거리낌 없이 나눴어요.”
자신의 물건이라고는 나누는 적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적어도 자기 물건을 누군가에게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말도 안 돼요.”
“그렇죠?”
“그러게요.”
우리와 누리는 서로를 응시했다.
“믿어도 될 것 같지 않아요?”
“그건.”
“그런 거 아무도 나누지 않잖아요.”
“그렇지.”
우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의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의 것을 나누는 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서로의 것을 가져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믿어도 되는 거죠?”
“네.”
봄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들을 우선 설득해야 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좋아요.”
망설이던 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날래요.”
“누리야.”
“만나자.”
우리가 망설이자 누리는 우리를 설득했다.
“우리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방법을 써야만 하는 거잖아. 어차피 이 사람들은 우리를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적어도 여자들끼리 뭉쳐야 하는 거니까. 안 그래? 그건 해야 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하자.”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할 것도 더 이상 없었다.
“그래.”
“진짜지?”
“응.”
우리는 망설이다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
“진짜지?”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봄과 진영도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들을 하는 거야?”
태욱의 능청스러운 들리자 봄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렇게 만나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요?”
“아니 이상해서.”
태욱은 턱을 만지며 씩 웃었다.
“당신들 뭐 하는 거야?”
“뭘 하건요.”
“뭐.”
봄의 도발적인 물음에 태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뭐라고 할 자격은 없지.”
“그러니까요.”
“그래도 궁금하잖아.”
진영은 봄의 앞에 섰다. 태욱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고 턱을 만졌다.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요?”
봄은 긴장되지만 전혀 긴장되지 않은 척 태욱을 마주했다. 하지만 태욱은 뱀처럼 그녀를 응시했다.
“뭔가 숨기고 있어.”
“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뭐.”
태욱은 턱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들을 건드린다고 해서 그가 얻을 것은 없을 거였다.
“뭐 일단 봐주지.”
“뭐라고요?”
“왜?”
봄이 반발하자 태욱은 갑자기 고개를 훅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뭐라도 해주기 바라는 거야?”
“그게 무슨.”
“그게 아니면 다물어.”
태욱에게서는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 봄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태욱에게서 눈을 데지 않았다. 이전과 다른 봄의 태도에 태욱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쭉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해.”
“뭐가요?”
“전에는 그렇게 빤히 보지 못했거든. 그런데 이제는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본단 말이야. 너무나도 신기하게.”
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진영의 손을 꼭 잡았다. 태욱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언제부터일까?”
“뭐가요?”
“네들이 까분 거.”
태욱은 미간을 모으다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들.”
태욱이 지아의 일행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봄은 침을 삼켰다. 이 사람은 자신만의 꿍꿍이가 있는 거였다.
“뭘 하려는 걸까?”
“그렇게 궁금해?”
“아니.”
태욱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은 너무 사소했다.
“나는 그저 살아남기를 바라는 거야. 그런데 이 섬의 인간들은 아무도 그런 진지한 생각을 하지 않거든.”
“아니.”
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들 생각해.”
“그래?”
“당신만 아니겠지.”
봄의 지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태욱의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아무 능력이 없어.”
“닥쳐.”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뭐라고?”
태욱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심호흡을 했다. 봄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하찮은 계집이 말이야.”
태욱의 말에 봄은 숨을 크게 쉬었다. 답답했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공연히 태욱을 자극해봐야 좋을 것도 없었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일단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조심해.”
태욱은 가볍게 봄의 얼굴을 때렸다. 봄은 침을 삼켰다. 화가 났지만 그녀에게 힘이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조심해.”
“당신이나 조심해. 나를 자극해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을 텐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재미?”
태욱의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를 보며 봄은 침을 삼켰다. 결국 태욱도 다를 것이 하나 없는 인간이었다.
“별로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그래?”
세연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살짝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이 정도는 괜찮아.”
“하지만.”
“우리 다 노력해야지.”
지아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다 휘청했다.
“언니!”
세연의 비명과 함께 지아는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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