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3장. 친구였던 사람들 3]

권정선재 2017. 6. 7. 00:00

43. 친구였던 사람들 3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러게 말일세.”

 

비서의 물음에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어.”

지금 대통령 님께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다른 이들도 흔들릴 거라는 것을 모르시는 겁니까?”

알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잘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너무나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무얼 하건 사람들이 내 말을 듣기라도 하겠는가? 전혀 듣지 않겠지.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님.”

겁이 나네.”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뭔가 이전보다 움직임이 적어.”

그런 거야.”

사람이 줄어든 거 아닌가?”

?”

 

대통령의 말에 비서는 미간을 모았다. 사람이 줄다니. 그런 일이 가능하거나 그럴 수는 없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아니지.”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사람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가능성을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조사가 가능한가?”

하지만.”

부탁일세.”

 

비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대가 할 수 있을 거야.”

일단 알아보겠습니다.”

고맙네.”

 

하나의 경우의 수라도 줄여야 하는 거였다. 그러지 않으면 구출은 실패할 거고 그건 좋은 먹잇감이 될 거였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거였다. 한 번에 성공해야 했다.

 

아들.”

 

단 한 번도 그가 아버지로 무언가를 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더 해야만 했다. 아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했다.

 

 

 

아직 말을 하지 않은 거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지웅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태욱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턱을 만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숨기기만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때로는 모두 말을 해도 좋을 텐데 말이죠.”

뭐가 말입니까?”

그렇게 비밀을 갖고 있는 거. 힘들지 않습니까?”

비밀 같은 거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태욱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도대체 몇 명이나 남겨둔 거죠?”

뭐라고요?”

아니 뭐.”

 

태욱은 이리저리 목을 풀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번에 내가 들었던 것이 바로 그런 종류의 이야기였으니까. 도대체 그 다른 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남겨둔 걸까?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뭘 하려고 하는 걸까? 그런 게 궁금해서 그러지.”

그런 거 없습니다.”

 

지웅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대답했다. 여기에 말려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되는 거였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쪽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생각을 그렇게 완성으로 밀고 가지 마시죠.”

뭐라고요?”

그쪽의 망상입니다.”

망상이라.”

 

태욱은 이를 세게 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가 망상?”

증거가 있습니까?”

뭐라고?”

그런 이야기를 나눈 증거가 없죠.”

내가 들었잖아.”

 

태욱은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증거가 또 필요한가?”

그럼요.”

뭐라고?”

그건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무슨?”

 

태욱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지웅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사람들은 이게 되는 거야. 자기들에게 위협이 될 거 같으면 완전히 뭉쳐서 하나가 되는 거.”

그런 게 되지 않는 상황이 이상한 것 아닙니까? 당신들은 왜 그렇게 모두 따로 행동하는 겁니까?”

그러게.”

 

태욱은 낮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인정을 하지 않으시는?”

인정할 게 없습니다.”

그러시겠지.”

 

태욱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웅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나를 데리고 가기나 할 건가?”

무슨 말입니까?”

알고 있잖아.”

 

지웅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태욱이 뭘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이러는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태욱은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 섬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이야. 그래서 당신들에게 유리한 것들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유리한 것들이요?”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아니. .”

 

태욱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지웅이 이런 식으로 뭉개면서 나오면 이쪽에서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나를 두고서는 이 섬을 나가지 못할 거야. 알아?”

왜죠?”

?”

왜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거죠?”

그게 무슨?”

 

태욱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보름이었다. 보름이 아니면 이들이 나갈 일은 없을 거였다.

 

한 달이나 더 이 섬에서 있겠다는 거야? 그거 말이 안 된다는 것은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으 텐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이봐.”

 

태욱은 곧바로 지웅의 멱살을 잡았다. 지웅은 이 상황에서도 전혀 겁 하나 내지 않고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왜 그러지?”

뭐라고?”

네가 내 멱살을 잡았는데 아직도 내가 네 말에 고분고분 대답을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게 무슨?”

 

태욱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지웅은 그를 거칠게 밀어냈다. 태욱은 옷을 털고 물끄러미 지웅을 노려봤다.

 

승무원이 이러면 안 되는 거지.”

승무원?”

 

지웅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기내인가?”

뭐라고?”

이미 우리는 조난을 당했어. 그런데 내가 도대체 왜 당신 비위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게 무슨?”

 

태욱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미간을 모았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다 공유할 생각은 없다? 그냥 당신들만 나가겠다는 건가? 그런 거야?”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 그리고 나는 모든 생존자들과 다 같이 움직이자는 쪽이고. 너랑은 다르지.”

나랑은 다르다.”

 

태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나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라고 생각을 하는 쪽이었다. 굳이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할 이유 같은 것은 그에게 없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

뭘 바라는 거지?”

뭐가?”

지금 표정이 이상해.”

.”

 

지웅의 지적에 태욱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닐지도.”

 

태욱의 서늘한 미소에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봐도 쉽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디에 다녀오는 거야?”

그게 궁금해?”

 

도혁의 물음에 태욱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그러면 내가 뭘 알고 있는지 너에게 모두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거든.”

뭐라고?”

나는 굳이 너희들하고 같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 같은 거. 아직 그런 것을 찾지 못하겠어서 말이야.”

 

태욱의 대답에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가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저들을 무조건 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쉽게 다가서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였어.”

그건.”

 

도혁은 침을 삼켰다. 태욱이 먼저 나서기 전에 자신이 접촉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였다. 허나 그럴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잘못하다가는 모든 것을 다 빼앗길 수도 있었을 거였다.

 

나는 우리 섬의 사람들을 지키려고 한 거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면 오히려 너무 위험한 거 잖아.”

그렇지.”

 

태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그들이 나쁜 듯을 가졌더라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거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잖아.”

?”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그거야.”

시끄러워.”

 

병태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거야?”

그러게.”

 

태욱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었다.

 

병태 너는 살고 싶지.”

?”

그럼 내 편을 들어.”

시끄러워.”

 

병태는 태욱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는 지금 태욱도 도혁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은 이 둘이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우리가 애초에 현명하게 행동했으면 된 거야. 우리가 현명하지 않으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거라고.”

현명이라.”

 

태욱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씩 웃었다.

 

그래서 이제 현명하게 행동하려고.”

?”

나는 그쪽 편을 들려고.”

 

태욱의 말에 도혁과 병태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지.”

 

태욱은 혀를 날름거리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