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2장. 친구였던 사람들 2]

권정선재 2017. 6. 6. 21:30

42. 친구였던 사람들 2

너 정말 이럴 거야?”

뭐가?”

태욱아.”

 

병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태욱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내 생각 그대로 할 거야. 너희 다 두고 가더라도 나는 무조건 나갈 거야.”

도대체 나가서 뭐할 건데? 너 한국에 가서 뭐라고 할 건데? 너 혼자서 살았다고 할 거야?”

.”

 

태욱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도혁은 혀를 차며 미간을 모았다.

 

저거 봐. 자기가 뭘 알고 있는지도 우리랑 공유 안 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저런 녀석을 어떻게 믿어? 안 그래?”

도혁이 너는 좀 조용히 해.”

?”

너도 잘한 거 없잖아.”

 

화살이 갑자기 자신에게로 날아오자 도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병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너도 마찬가지잖아. 너도 그냥 태욱이가 뭘 알고 있는 건지. 그게 궁금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아니야?”

그건.”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도 결국 그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였다. 결국 살기 위해서 이러는 거였다.

 

다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태욱이 너도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우리 친구잖아. 친구가 이러면 안 되는 거지.”

친구?”

 

태욱은 미간을 모으더니 입을 살짝 내밀고 씩 웃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친구라고 생각을 안 하는데?”

?”

이제는 친구가 아니잖아.”

 

태욱은 다시 한 번 강조하며 한숨을 토해냈다.

 

각자 살고자 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 도혁이도 결국 석구 그렇게 버린 거고. 나도 그렇게 한 거고.”

그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지.”

 

도혁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나운 도혁을 보며 태욱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

뭐라고?”

내가 왜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너 정말.”

너라고 뭐 달라?”

 

태욱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후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결국 너도 석구가 귀찮아서 병태에게 다 맡겼던 거잖아. 그래놓고 이제 와서 모두 다 내 탓을 하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나는 그저 우리들 모두 잘 살기 바란 거야.”

잘 살기는.”

내가 안 그랬으면 그들과 대화가 되었을 거 같아?”

 

태욱은 싸늘한 표정으로 모두를 노려봤다.

 

내가 먼저 그들을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을 이들이야. 그들에게 내가 먼저 나선 거라고.”

하지만 너의 방법은 모든 것을 다 망가뜨린 거야. 도대체 왜 멀쩡한 사람을 죽이게 한 거냐고.”

살인범이니까.”

?”

알잖아. 살인을 저지른 거.”

그건 그렇지만.”

 

병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임길석이 나쁜 놈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석구의 손을 타서는 안 되는 거였다.

 

너도 결국 마찬가지야. 아무 것도 모르는 석구를 잔인한 인간으로 만든 것은 바로 너니까. 알아?”

그래.”

 

태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것들까지 전혀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석구를 그렇게 만들었어.”

인정하는 거야.”

내가 인정하지 않은 적이 있나?”

 

도혁의 물음에 태욱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받아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건데? 달라질 거 하나 없어. 모든 건 다 석구가 결정한 거야.”

석구가 결정하다니.”

 

병태의 입가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피어올랐다.

 

석구 아무 것도 몰라. 지금 약도 못 먹고 있어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고. 그 녀석이 도대체 무슨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석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거.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너야 말로 왜 그래?”

?”

너도 귀찮았잖아.”

 

태욱의 간단한 말에 병태는 침을 삼켰다. 태욱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틀린 거야?”

뭐라고?”

너도 그러길 바랐잖아. 그 동안 석구 때문에 귀찮았다는 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을 하니?”

 

태욱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순간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서늘하게 빛나서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그저 너희들이 바라는 것을 대신 해준 게 전부야. 너희들도 바란 거잖아. 그래놓고서 무조건 내 탓을 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건데 그러는 거야?”

그건.”

나는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한 거야. 그리고 너희가 뭐가 달라? 너희가 석구를 꺼냈어?”

 

태욱의 질문에 도혁과 병태는 서로의 눈을 응시하다 시선을 피했다.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결국 다르지 않다는 거야. 내가 너희 두 사람하고 뭐가 다른지. 너희 둘도 말을 못하잖아.”

달라.”

 

도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르다고.”

뭐가?”

그건.”

뭐가 다른 건데?”

 

태욱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나서 목을 한 번 가다듬은 후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다를 거 하나 없어. 너희도 결국 거기에서 석구를 꺼낼 생각은 하지 않는 거니까. 그러니까 내 탓을 하지 말라고.”

 

태욱은 이 말을 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태욱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들도 할 말은 없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요.”

괜찮아요.”

 

시안의 걱정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한 번 쓰러지고 난 보람이 있는 것 같았다.

 

아프니 좋네.”

뭐가요?”

라시안 씨가 내 걱정도 해주고.”

누가 뭐래요?”

 

시안은 입을 내밀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시안의 옆구리를 찌르고 시안도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짓더니 그녀의 옆구리를 찔렀다.

 

하여간 이래서 틈을 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지금 잘 해준다고 나에게 지금 이렇게 구는 거죠?”

.”

 

지아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시안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아도 시안을 따라 웃었다.

 

고마워요.”

뭐가요?”

내 걱정을 해줘서.”

뭐 그럼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걱정을 안 해요?”

 

이러고 일어나는 시안을 보며 지아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툴툴거려도 속은 좋은 사람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됐어요. 그리고 일은 그만 해요.”

 

시안은 지아가 다듬던 생선을 가지고 해변으로 향했다. 지아는 옆에 떠놓은 민물에 손을 씻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해.”

 

지아는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더 뭉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였다.

 

 

 

배우면 하겠지만 아마 배우지 않고서는 잘 하지 못할 거예요. 우리는 아직 배랑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렇겠죠.”

 

봄의 말에 지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은 배를 익숙하게 다뤘지만 이 섬의 사람들은 달랐다.

 

그럼 어떻게 하죠?”

그러게요.”

 

진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마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배가 더 불안정해질 겁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들이 배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섞여야 한다는 건데. 그것도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죠?”

그렇죠.”

 

지웅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새로운 사람들을 보면 강봄과 하진영, 이우리와 이누리, 그리고 박은주까지. 이세훈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었다. 다른 사람인 성대명의 입장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도혁과 태욱 그리고 병태가 쉽게 그들의 편이 아닐 것을 알기에 여성의 수가 압도적인 것을 염두에 둬야만 했다. 그리고 이 상황은 그다지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여자가 많으면 힘들죠?”

그렇죠.”

그런 게 어디에 있어?”

 

봄의 물음에 지웅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영은 곧바로 나섰다. 하지만 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사실이야. 우리는 일단 근력이 딸리잖아. 그건 부정할 수 없어. 파도가 갑자기 거꾸로 치면 어떻게 할 건데?”

그건.”

그런 것들을 다 염두에 둬야 하는 거라고.”

 

지웅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보름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보름에 무조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또 허송세월을 보내고 그렇게 되면 탈출은 더욱 멀어질 거였다.

 

 

 

그 섬이 확실한 겁니까?”

?”

아니.”

 

대통령은 멍하니 사진을 응시했다.

 

이상해서 말입니다.”

뭐가요?”

뭔가 사람이 이곳에 없는 거 같아요.”

 

분명히 해안에는 SOS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있었다. 하지만 뭔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일단 이전의 위성 사진과 비교 같은 것을 해보면 이곳에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상해요.”

뭐가 이상하시다는 말씀입니까?”

 

관계자의 물음에 대통령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신다고요?”

. 그런데 어떤 위화감이 듭니다. 뭔가 우리가 잘못 짚고 있다. 뭐 그런 생각이 들고 있어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관계자는 대통령을 보며 미간을 모았다.

 

지금 대통령님이 이 일에 대해서 얼마나 속도를 내고 위험한 상황인지 아시는 겁니까? 이 상황에서 망설이시면 안 되는 거죠.”

그게 아니라.”

빠른 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빠른 판단.”

 

이 말이 옳을 거였다. 지금 여론이 다시 팽배해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 무조건 몰아붙여야 했다.

 

지금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파도가 여기에서 멈출 수도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통령이 더 망설이는 것이었다. 이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너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