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장. 어떻게 희망 1
“도대체 그 녀석이 뭘 알고 있는 거야?”
“모르겠어.”
도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태욱이 뭘 알고 있는지만 해결이 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텐데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들이 이렇게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태욱이 녀석이 그렇게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분명히 뭔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데 말이야.”
“그렇겠지.”
병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런 것을 가지고 싸우는 것도 너무 우스웠다.
“그런데 너는 뭐야?”
“뭐가?”
“석구 걱정은 안 해?”
“아니.”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니 도혁은 당황스러웠다. 사실 그는 더 이상 석구를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야.”
“친구지만.”
“문도혁.”
“알아.”
도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석구는 우리의 친구지. 우리가 같이 오자고 해서 온 거고. 그래서 그런 일을 당하는 거고. 다 알아.”
“너 한 번이라도 석구가 그렇게 되고 나서 찾아간 적 있어?”
“어?”
“없잖아.”
“그건.”
도혁은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일만 생각하느라 아직 석구도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아니요.”
“하지만.”
“안 돼요.”
지웅의 제안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한 달을 더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었다.
“여기에서 잘못하다가는 우리 모두 죽을 수도 있어요. 날이 점점 더 추워지는 거 모르는 거예요?”
“알죠.”
지웅은 머리를 헝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더 걱정이 되는 거였다.
“우리 마음대로 어떤 행동을 했다가 그게 도대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모르는 겁니까? 강지아 씨도 이미 알잖아요. 이 섬에서 나가는 거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래 있던 섬으로 돌아가면요? 그 섬의 상황은 우리 모두를 지켜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까?”
“그건.”
지아는 쉽게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원래 있던 섬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그들 모두 안전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래도 가야죠.”
“하지만.”
“됐어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웅은 자신의 말에 설득이 되지 않을 거였다.
“그러니까 지금 구지웅 사무장님의 말은 혹시라도 보름이 아닐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그 상황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거고요. 우리가 우리의 원래 섬으로 돌아가서 그 모든 것을 알게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말이죠.”
“맞습니다.”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지아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머릿속이 마구 뒤엉키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 모든 걸 어떻게 해결을 하려고요?”
“네?”
“그냥 저질러요.”
“하지만.”
“그거 말고 답이 있어요?”
지아의 진지한 물음에 지웅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지아의 말처럼 다른 방법 같은 것은 없을 거였다.
“어차피 우리도 그 누구도 이 상황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몰라요. 그런데 무조건 망설이기만 하고. 그렇게 해서 뭘 해결할 수가 있는 건데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거. 하나도 없어요. 알잖아요?”
“그렇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여기에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뭐 하나 나올 답은 없었다.
“그냥 마주하죠.”
“하지만.”
“다른 답이 있어요?”
“없습니다.”
“그럼 사람들에게 묻죠.”
지아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자 지웅은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좋습니다.”
“위험해요.”
시안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그들이 우리가 원래 섬에 뭔가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다들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섬에 계속 있을 수도 없잖아요.”
세연은 곧바로 시안의 말을 받았다.
“이 섬은 우리가 살기 좋은 섬이 아니에요. 물도 매일 증류를 해서 겨우 얻고 있는 거잖아요.”
“그거야. 더 노력하면 되죠.”
“노력이요?”
재율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여자들은 물을 구하지 않잖아요.”
“뭐라고요?”
“물을 구하는 거 쉽지 않다고요.”
시우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려고 했지만 이미 시안은 재율을 노려보며 사나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누나.”
“아니 누가 쉽다고 했어? 그렇다고 이 섬에서 나가면 답이 있어? 누가 구하게 와야 할 거잖아.”
“누가요?”
“뭐라고요?”
“누가 옵니까?”
재율의 차가운 목소리에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
“그게 무슨?”
“지금 여기에 우리가 지낸 게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누가 와야만 한다는 겁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헬기 하나라도 본 적 있어요? 그런 적도 없는 거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머니까.”
“아니요.”
지아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재율은 고개를 저었다.
“헬기로는 충분히 올 수 있어요. 만일 우리를 누가 구하려고 생각만 했더라면 당연히 올 겁니다.”
“그래도 일단 우리가 문자 수신을 한 건 다들 알 거 아니에요? 그 이야기는 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럴까요?”
재율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미간을 모았다. 재율의 냉담한 이야기에 모두 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가?”
“표재율.”
“사실이잖아.”
지웅의 말에 재율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형도 그렇게 세상 좋은 것만 있는 척 하지 마. 형도 결국 문제가 있을 거라는 거 알고 있는 거잖아.”
“무슨 문제?”
“아니야?”
“재율아.”
“나도 알고 있어. 누군가가 우리를 구하러 올 확률이 아주 적게라도 있을 수 있다는 거. 하지만 그건 없는 거랑 다름이 없는 거라고.”
“아니.”
재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그런 말도 안 되는 기회 같은 것. 그런 확률에 목숨을 걸 수 없었다.
“우리 더 이상 바보가 아니잖아.”
“하지만.”
“형 제발 현실을 보라고. 우리는 이 섬에 갇힌 거야.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을 거고. 우리는 그냥 이 섬에서 죽을 거야. 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그건.”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재율의 말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너무 어려웠다.
“나가기를 원하는 거죠?”
“네. 무조건.”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왜 그래요?”
“사실 확신이 없잖아요.”
“무슨 확신이요?”
지아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에서는 그냥 말도 안 되는 희망 같은 것이 필요했다.
“우리는 무조건 나갈 수 있다는 간절함. 그거 말고 없어요. 그런 거 없으면 절대로 못 나가요.”
“네?”
“그런 게 필요하다고요.”
“그렇겠죠.”
윤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아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지아는 그의 손을 피했다.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이윤태 씨도 확신이 없는 거잖아요.”
“그건.”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위험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저런 희망. 그런 거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아니에요?”
“희망이라도 없으면 뭐가 달라져?”
“그건.”
“희망도 없으면 변하는 건 없어.”
지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지금 지아의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반대로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지아는 너무나도 날이 선 태도였다.
“확실히 사람이 줄어든 거 같죠?”
“그렇습니다.”
전문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런 걸.”
“그냥 이상했습니다.”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그 섬에 사람들이 머무는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몇 사람이 머무는지 알 수 없는데. 뭔가 적어졌어요.”
“일단 생존자 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군요.”
“그렇죠.”
“그런데 수가 줄어들었다는 거. 이 섬에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니. 한 번 더 고민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군.”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지금 이 섬에 있는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그 위치.”
“네?”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건.”
비서는 다급한 대통령의 외침에 재빨리 서류를 확인했다.
“다른 곳입니다.”
“그래?”
결국 사람들이 두 무리로 나뉘었다는 건가.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복잡했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6장. 어떻게 희망 3] (0) | 2017.06.09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5장. 어떻게 희망 2] (0) | 2017.06.09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3장. 친구였던 사람들 3] (0) | 2017.06.07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2장. 친구였던 사람들 2] (0) | 2017.06.0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1장. 친구였던 사람들 1] (0) | 2017.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