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장. 어떻게 희망 3
“그 사람이 그렇게 나서는데 도대체 누구 하나 그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지금 밀이나 되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영부인이 화를 내자 그 누구도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영부인만 있으면 누구 하나 무슨 말이라도 하겠지만 영부인의 뒤에 그의 아버지가 나란히 있으니 누구도 쉽게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 딸이 그리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은 아닌 거 같은데. 도대체 왜 자네들은 내 딸의 말을 들어주지 못하나.”
“그것이.”
“그리 어렵나?”
“아닙니다.”
총리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대통령께서 너무 뜻이 강건하셔서 말입니다. 그 뜻을 쉽게 꺾지 않으시면 지금 이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당신들에게 부탁을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까지 모시고 이러는 건데요.”
“죄송합니다.”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의 뜻을 꺾어요. 내가 도대체 왜 그 사람이 아들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하고, 그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고군분투한다는 말까지 들어야 하는 거죠. 도대체 왜 그러는 거죠?”
“죄송합니다.”
“정말 싫다고요.”
영부인의 차가운 반응에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영부인은 주먹을 세게 쥐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는 그 사람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내 노력에 대한 대가가 고작 이런 거라면 나는 참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들도 우리 아버지에게 은혜를 ᅟᅡᇁ아야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잘 해요.”
“알겠습니다.”
총리는 고개를 숙였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역겨웠지만 적어도 더한 것을 당하는 것 보다는 나았을 테니까.
“간단하지 않을 거예요. 이윤태 씨의 말처럼 이 섬은 너무나도 멀어요. 그리고 이 너무나도 먼 섬은 사람들에게 어떤 조건으로 다가갈지 알 수도 없죠. 그건 당신도 알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위험하다고요.”
지아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자신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너무나도 답답했다.
“다들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
“그런 게 아니라.”
“구해주기는 누가 우리를 구해줘요? 누가 구해줄 거라면 진작 누군가가 우리에게 오지 않았겠어요?”
“그렇죠.”
윤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의 말처럼 누군가가 구해줄 거라면 진작 구해줄 거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들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무조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위험해요.”
“그 동안 안 위험했어요.”
“다치는 게 싫어요.”
“뭐라고요?”
“강지아 씨가 다치는 게 싫다고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런 이유를 가지고 여기에 머무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쓰러졌잖아요.”
“아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 정도를 가지고 여기에서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윤태 씨가 그런 이유로 나에게 그러는 거라면 나는 더 말이 안 된다고 하고 싶어요. 그거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이윤태 씨. 제발 정신 차려요.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도 피로가 쌓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기다려야죠.”
“아니요.”
지아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기다린다는 것은 그냥 죽기만을 기다리는 거였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윤태 씨도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여기에서 기다린다고 해서 어떤 답도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라고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윤태를 응시한 후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지금 당장 이 섬에서 나가지 않으면 모두 죽어요.”
“뭐라고요?”
“그게 사실이에요.”
지아는 이마를 짚으며 혀로 이를 훑었다.
“일단 이 섬에는 채소가 부족해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요?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요. 그리고 여성들의 비중도 엄청나게 높아졌죠? 생리는 어떻게 할 건데요?”
“그런 거야.”
“그런 게 아니에요.”
윤태가 간단히 넘기려고 하자 지아는 목소리를 키웠다.
“그런 것들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요. 이윤태 씨는 그런 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아니요. 그런 거 별 거라고요. 그렇게 간단하게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윤태를 응시했다.
“그러니 준비해요.”
“강지아 씨.”
“나라도 나갈래요.”
“뭐라고요?”
“누구라도 나가야죠.”
“아니요.”
윤태는 지아를 붙잡았다. 하지만 지아는 거칠게 윤태를 뿌리쳤다.
“이런 식으로 잡지 마요.”
“강지아 씨.”
“이런 식으로 잡는다고 해서 누구 하나 이윤태 씨의 말을 들어줄 거 같아요? 아니요. 나도 안 들어요. 지금 여기에 있으면 다 죽어요. 그건 이윤태 씨도 느끼고 있을 거 아니에요? 여기는 아니에요.”
지아는 이렇게 말하고 텐트로 들어갔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헝클었다. 이 상황이 그저 복잡하게 느껴졌다.
“무조건 간다고요?”
“그래요.”
“하지만.”
진영은 뭐라고 망설이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은 지겨웠다.
“그래요. 어차피 누군가가 우리를 구하러 올 거라면 진작 올 거였어. 그러니까 우리 이 섬을 나가요.”
“하지만 밖에 뭐가 있는지 알고요?”
“왜요?”
“아니.”
지아가 날카롭게 묻자 진영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위험하잖아요.”
“안 위험해요.”
“뭐라고요?”
“안 위험하다고요.”
지아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자 진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지아가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뭘 숨기는 걸까?”
“뭐가?”
지아가 가고 난 후 진영은 입을 내밀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니 뭔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면, 저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에이. 자기들이 온 섬이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바다에 나가보지 않았지만 저 사람들은 나가봤잖아.”
“그래도.”
진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지아의 태도는 이상할 정도였다.
“뭐든 다 아는 거 같아.”
“왜?”
“어?”
“왜 그러는 건데?”
“뭐가?”
봄이 갑자기 날을 세우자 진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강봄. 너 왜 그래?”
“나는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숨기는 게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 섬에서 나갈 수만 있게 해주면 따라갈 거야.”
“어?”
“나는 이 섬이 정말 싫어. 이 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너도 알잖아. 안 그래?”
“그건.”
진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 섬에서 그들의 입장 같은 것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섬을 나가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도와줘야 하는 거고.”
“그러다가 저 사람들이 우리를 배신하기라도 하면? 그때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그런 생각은 안 해?”
“안 해.”
“뭐라고?”
“그런 생각 안 한다고.”
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 섬에서 우리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그 미친 새끼들이 몰려다니는 거 끔찍하다고.”
“그렇다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무조건 따라가는 거.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너 왜 그래?”
“진영아. 제발.”
봄은 진영의 손을 곡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 좀 들어.”
“강봄.”
“이 섬에서 나갈 생각 아무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저 사람들은 그걸 게획을 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 가지 않으면 끝이야.”
“그건 모르지.”
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뭐 하나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나서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그리고 우리 섬의 사람들이 모두 다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게 아닌데. 이거 위험한 상황 아니야?”
“그럼 나는 두고 갈 거야.”
“뭐?”
봄의 대답에 진영의 눈이 커다래졌다.
“말도 안 돼.”
“왜?”
“봄아.”
“왜 안 되는 건데?”
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 망설이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뭘 알고 있어?”
“우리에게 더 가능성이 없다는 거.”
“그런 말 하지 마.”
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말로 하는 거지만 이런 대화를 듣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우리는 살 거야.”
“모르지.”
“강봄!”
진영은 목소리를 키우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봄이 어떤 감정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건 과한 감정이었다.
“그 인간들 나쁜 인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인간들하고 같아질 이유는 없어. 안 그래?”
“그래도 용서는 하기 싫어.”
“봄아.”
“싫다고.”
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 싫어.”
“알아.”
진영은 봄을 꼭 안았다. 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진영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진영은 더욱 꽉 안았고 곧 봄은 진정되었다. 진영은 한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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