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7장. 절망 1]

권정선재 2017. 6. 13. 23:21

47. 절망 1

안 됩니다.”

왜요?”

 

지웅의 대답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지금 이대로 우리가 나가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이미 사무장님도 다 아시는 거 아닌가요?”

모릅니다.”

사무장님.”

 

지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굳이 부딪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딪치기 싫어서 물러설 이유도 없었다.

 

지금 우리가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모든 걸 다 잃을 거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무장님은 아시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그렇게 우길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우리 뜻에 동조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요. 이 사실은 저보다 사무장님께서 더 잘 아시는 것 아닌가요?”

기회는 있을 겁니다. 반드시 그러니까 그렇게 겁을 내거나 무조건 앞으로만 가려고 하지 마요.”

뭐라고요?”

 

지웅의 말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지웅은 뭔가 자신하고 생각하는 지점이 달랐다. 이 섬은 그들에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많은 것을 희생해야지만 겨우 나갈 수 있는 장소였다.

 

알고 있으시잖아요. 사무장님. 우리 여기에서 나가지 않으면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요.”

그럴 수도 있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 그들을 구해준 이가 없으니 이제 그들이 뭔가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불안함을 느끼면서까지 우리랑 같은 생각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강지아 씨.”

 

지웅은 지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지금 강지아 씨가 뭘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때로는 아주 약간 여유를 가려도 좋습니다.”

여유요?”

. 여유요.”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하늘을 응시했다.

 

저도 불안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일은 저절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강지아 씨. 조금은 마음을 놓아요. 어차피 지금 강지아 씨가 나가자고 해서 나갈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설득해야죠.”

그게 틀린 거면요.”

?”

강지아 씨는 나가게 해줄게요.”

뭐라고요?”

 

지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지아는 침을 삼켰다. 지금 지웅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저만 다른 사람들 모르게 이 섬을 나가라. 뭐 그런 말이에요?”

강지아 씨가 원하면요.”

사무장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지금 자신은 혼자 살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살지 못한다면 이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였다. 하지만 지웅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데 나는 그 사람들에게 무작정 나가자고 설득할 수 없습니다. 그건 틀린 거니까요.”

하지만 우리 그렇게 나가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제가 왜 이러는 건지 사무장님은 아시잖아요.”

알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지아의 행동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건 다른 사람들이 불안하게 되는 거였다.

 

강지아 씨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사람들이 조금은 이 섬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안 되는 거죠. 우리는 이 섬에 휴양을 온 것이 아니잖아요. 무조건 이 섬을 나가야 하는 거라고요. 이 섬에서 그렇게 편안함을 느끼면서 아무 문제도 없다. 그렇게 느끼면 안 된다고요.”

왜요?”

?”

왜 안 되는 건데요?”

그건.”

 

지웅의 물음에 지아는 할 말이 없었다. 왜 그러는 거지? 지아는 당황했다.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강지아 씨의 말처럼 이건 정말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생각을 함께 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사무장님이.”

아니요.”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지아를 위해서 나설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저는 이 모든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그럴 수 없습니다.”

사무장님. 이세라 씨는요?”

그건 오히려 안전한 쪽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그건.”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웅을 설득해야 했지만 지웅도 쉽게 설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금 사무장님처럼 행동을 해서 우리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건 사무장님도 아시고 계시잖아요. 우리 모두에게 이 모든 것이 어떤 영향일지 이미 다 아시는 거 아니에요?”

다 알죠. 다 알고 잇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요. 그만 둬요.”

그러지 마요.”

 

지웅이 말을 마치려고 하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제 저도 아파요. 누군가 또 아프면요? 혹시 무슨 병이라도 이 섬에 돌면 어떻게 하려고요?”

죽는 거죠.”

뭐라고요?”

그럼 죽는 겁니다.”

 

지웅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대답했다.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렇게 간단하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것은 아니죠? 그랬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모르시는 거예요?”

압니다.”

아세요?”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저는 그런 확신 같은 것이 들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죠.”

 

지아는 숨을 크게 쉬었다. 지웅의 말도 옳았다. 오히려 나가서 무슨 일을 당할 가능성이 더 클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이 섬에 있을 수도 없었다. 이 섬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채소나 과일 같은 것도 부족하고. 물고기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거. 느끼시는 거 아니에요?”

전의 그 섬은 아예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죠.”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섬을 벗어난 거였다.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경우였다.

 

만일 이 섬에서도 원래 우리 섬처럼 갑자기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요? 그때는 어떻게 할 건데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해야죠.”

뭐라고요?”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건 어떤 방법도 될 수 없는 거였다. 하지만 지웅은 단호했다.

 

강지아 씨. 강지아 씨가 지금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지아 씨의 걱정이 현실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을 조심해야 하는 거죠.”

그건 그렇죠.”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냥 무서워요.”

뭐가요?”

우리가 여기에서 나가지 못할까봐.”

강지아 씨는 내가 나가게 해줄 겁니다.”

?”

무조건 그럴 겁니다.”

 

지웅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웅이라고 해서 별다른 수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 걸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건 두고 봐요.”

뭐야?”

 

지아는 겨우 웃음을 터뜨렸다.

 

제 말이 무스 말인지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지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 걱정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강지아 씨가 생각하는 그런 무서운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정말 괜찮을까요?”

그럼요.”

 

지웅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강지아 씨. 나를 믿어요. 이 섬의 사람들. 내가 사무장이에요. 그리고 내 비행기에 탔고요.”

믿음이 가네요.”

그래야죠.”

 

지웅은 이를 드러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칭찬을 할 수가 없어.”

그럼 안 하면 되는 거죠.”

. . 알겠습니다.”

 

지아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이 자신의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자 모든 게 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마음 좀 놓아요.”

고맙습니다.”

강지아 씨가 아픈 이유는 그 모든 것을 혼자서 다 걱정해서 그런 거였어요. 그러니까 혼자서 다 걱정하지 마요.”

.”

 

지아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혼자서 다 걱정해서 이렇다는 거. 그럴 수도 있었다.

 

조금은 다른 사람과 나눠요.”

. 그렇게 할게요.”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누군가와 걱정을 나눈다는 것. 그것은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눠야 했다. 그녀 자신을 위해서도 그래야만 했다. 그러지 않아서는 더 위험할 거였다.

 

 

 

너무 과한 것 같다.”

?”

 

부친의 말에 영부인은 미간을 모았다.

 

뭐가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니?”

알죠.”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물끄러미 부친을 응시했다.

 

그래서 그러셨어요?”

?”

그 사람을 위해서요.”

뭐라고?”

 

부친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냐?”

아버지께서 그 사람을 위해서 그 항공사 회장을 붙여주신 거잖아요. 최소한 그러면 깨끗한 사람이었어야 하죠.”

뭐라는 게야?”

 

영부인의 말에 부친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영부인은 화장을 고치고 다시 부친을 응시했다.

 

아버지 딸이에요.”

그만 둬.”

그 사람이 망가지길 바라요.”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영부인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