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48장. 절망 2]

권정선재 2017. 6. 14. 00:00

48. 절망 2

정말 독한 여자야.”

그렇습니다.”

 

총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남편을 왜 저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것인지.

 

우리야 지금 대통령하고 입장이 달라서 이런 것이지만. 사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아니 애 같은 거야.”

조심하게.”

그럼요.”

 

후배 의원에게 경고를 하면서도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실수는 다른 이들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다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미친 짓이지.”

그런데 언제까지 맞춰주실 겁니까? 이렇게 계속 맞춰주시기만 하다가는 우리 것을 챙길 수 없을 텐데요.”

어쩔 수 없지.”

 

총리라고 해서 다른 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영부인이 저렇게 나오는데 자신이 뭘 더 할 수 있을까? 일단 편하게 쓰는 것이 우선이었다. 대통령의 힘을 빼서 망가뜨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우리가 같이 하기는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 거지.”

그럴까요?”

그럼.”

 

총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대통령의 힘을 빼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개헌을 받아들이면 허락을 해주던가.”

?”

일단 봐주기는 해야 할 거야.”

그게 되겠습니까?”

되어야지.”

 

이대로 영부인의 말처럼 끝까지 가다가는 다시는 대통령과 편이 되지 못하고 완전한 적이 될 거였다.

 

그랬다가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거야. 결국 민심이라는 것은 파도랑 비슷하단 말이야. 다시 대통령에게 흐름이 오는 순간이 있을 거야. 그 순간 우리가 개헌으로 덮어버려야지.”

개헌이라.”

그게 우리의 유일한 살 도리일세.”

 

영부인의 부친이자 그들의 정치 스승 같은 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야 우리도 살 길이 생기는 걸세.”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더 이상 누군가에게 끌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총리는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자신의 총리 자리부터 지켜야만 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해변에 앉은 지아의 곁에 윤태가 나란히 앉았다.

 

미안해요.”

이윤태 씨가 왜요?”

그냥 미안해요.”

 

지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윤태가 미안하거나 그래야 할 것이 아니었다.

 

나만 나쁜 사람 만들고.”

?”

됐어요.”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윤태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알고 있어요. 내가 너무 우기기만 한다든 거.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같이 살기 바라요. 누구 하나 빼지 않고. 우리 모두가 같이 살아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그렇게 바라고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이 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말아요. 강 기자님이 생각하는 그런 무서운 일 같은 것은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맞아.”

 

지아는 손가락을 튕기고 윤태를 가리켰다.

 

그게 뭐예요?”

?”

그 호칭.”

호칭이요?”

 

유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 지아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상하잖아요. 강지아 씨. 강 기자. 강지아 기자. 그런 게 도대체 뭐예요? 이상하잖아요.”

그래요?”

 

윤태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냥 그게 편해요.”

편해요?”

. 전에도 말한 것처럼 무조건 좋아한다고 말을 할 수도 없는 거고. 자기라도 하기도 이상하잖아요.”

뭐가 이상해.”

?”

 

윤태는 곧바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자기라고 해요.”

아니요.”

 

지아는 볼을 부풀리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될 일이었다. 그런 낯뜨거운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누가 그러래요.”

.”

 

윤태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러 생각이 들어요.”

어떤 생각이요?”

그냥요.”

 

윤태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그대로 누웠다.

 

좋다.”

좋기는.”

여유를 좀 가져요.”

?”

그렇게 혼자 달려서 뭐가 돼.”

혼자 달린다.”

 

지아는 가만히 윤태의 말을 따라했다. 자신은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는 걸까?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강지아 씨랑 같이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이틀 남은 거죠?”

그렇죠.”

그 시간 안에 설득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무슨 가능성요?”

그냥 여러 가능성요.”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답답했다. 그냥 이 모든 상황을 다 바꾸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다들 태평해요.”

태평하지 않아요.”

그럼요?”

걱정을 하는 거죠.”

걱정이요?”

 

윤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걱정해서 새로운 일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게 어떤 일을 만들까. 그것을 걱정하는 거니까.”

그게 뭐야?”

 

지아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미련한 일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는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아요. 우리는 뭐라도 하나 달라지기를 바라는 거 아니에요.”

왜요?”

?”

왜 달라져야 하는 건데요?”

아니.”

 

지아는 멍해졌다. 왜 달라져야 하는 걸까? 윤태는 조심스럽게 지아의 손을 잡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럴 이유 없잖아요.”

하지만.”

강지아 씨 지금 자꾸만 하지만. 그러니까. 뭐 이런 말들만 하는 거 알아요? 아 답답해. 그런 건 어떤 답도 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이 뭘 느끼고 있는지. 그런 게 중요한 거 아니에요?”

뭘 느끼고 있는지요?”

.”

 

윤태의 말에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런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기에 뭔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믿어요.”

모두 다 노력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같은 모습인 것은 아니죠. 강지아 기자님도 다 알고 있잖아요. 지금 쓰러져서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걱정을 하시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그런 걱정하실 이유는 없어요.”

왜요?”

내가 믿으니까요.”

?”

나도 같이 갈 거예요.”

 

윤태의 말에 지아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그게 무슨?”

나도 같이 나갈 거라고요.”

이윤태 씨.”

어차피 배는 세 척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이 타고 간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아요.”

 

지아는 침을 삼켰다. 그러니까 이 섬을 나가는 것. 윤태는 자신과 함께 해준다는 거였다. 이전과 다른 태도였다.

 

왜요?”

왜라뇨?”

아니.”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섬에서 나가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이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입장이 달라진 건데요?”

강지아 씨를 좋아하니까요.”

?”

간단하잖아요.”

 

윤태는 정말 간단한 셈이라도 하는 것처럼 답했다. 지아는 침을 삼켰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고작 그런 이유로요?”

안 되나요?”

아니.”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이유를 가지고 그게 가능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안 되는 거죠. 말이 안 되잖아요. 도대체 왜요? 내가 뭐라고 그런 것을 도전해요?”

지금 나는 강지아 씨가 있어서 살았어요. 처음에. 기억하죠? 내가 절벽에서 떨어졌던 그 순간요.”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오랜 시간 전이었다.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해요.”

뭐야?”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고마웠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더 고마웠다.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내 말을 안 믿지?”

뭘 안 믿어요?”

내가 되게 좋아하는 거.”

 

윤태는 순간 지아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지아가 으왓 하는 소리를 하면서 그대로 윤태에게 안겼다.

 

뭐예요?”

그냥 좋아서요?”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지아를 꼭 안았다.

 

좋다.”

뭐야.”

 

지아는 투덜거리면서도 편안했다.

 

나는 무조건 강지아 씨랑 같이 할 거예요. 그러니까 무조건 다른 사람들까지 다 설득하지 않아도 돼요.”

고마워요.”

아니요. 내가 고마워요.”

 

지아는 가만히 윤태의 체온을 느꼈다. 누군가가 이렇게 무조건 자신의 편이라는 것. 이거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