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이십구 장. 흐르는 강물]

이십구 장. 흐르는 강물

“정말 오신 겁니까?”

 

춘향의 물음에 무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춘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사또께서 왜 그러시는 건지?”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무영의 미소에 춘향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지요.”

“사또를 위해서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아마 이몽룡. 그 사람에 대한 오해가 사라진다면 곧 이해를 하실 겁니다.”

“그렇겠죠.”

 

춘향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학도의 걱정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학도의 행동도 다소 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편하게 계시지요.”

“예. 고맙습니다.”

 

춘향은 무영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방자의 인사에 몽룡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식사는 챙겨 드십시오.”

 

방자는 한숨을 토해내며 걸음을 옮겼다.

 

 

 

“무영 그 분은 참 잘생기셨습니다.”

“되었다.”

 

향단의 말에 춘향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게야?”

“아니 뭐.”

“되었다.”

“예. 예.”

 

춘향은 입을 쭉 내밀었다. 향단은 팔짱을 끼고 기대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쪽 볼을 부풀렸다.

 

“참 좋으시겠습니다.”

“무엇이?”

“사또께서 이리도 신경을 써주시니까요.”

“다 사또 좋으려고 하는 거지 무슨.”

“뭐가요?”

“되었대도.”

 

향단은 입을 더욱 삐쭉 내밀었다.

 

“저 왔습니다.”

 

방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향단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향단은 그러다 춘향의 시선을 느끼고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누가 뭐라니?”

 

춘향은 웃음을 참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뉘십니까?”

“사또를 모시는 무영이라 합니다.”

“무영이요?”

 

낯선 사내의 모습에 방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라도 향단하고 무슨.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예는 왜 있습니까?”

“그쪽 도령 탓이오.”

“예?”

“그쪽 도령이 어제 여기에 와서 행패를 부린 탓에 우리 사또가 걱정이 되어서 지금 나를 이리로 보냈소.”

“그게 무슨?”

 

방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다 몽룡 탓에 일어나버린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리 오시지요.”

“예? 예.”

 

춘향이 방에서 나오자 방자는 멍한 표정을 고개를 끄덕였다.

 

“향단아 차 좀 내다오. 그리고 저기 무영에게도 좀 주고.”

“예. 예. 여부가 있을까요?”

 

향단의 밝은 목소리에 방자는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방에 들어가기 무섭게 나온 춘향의 말에 방자는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지금 향단이 걱정을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방자는 자신의 마음을 다 보인 것 같아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춘향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춘향은 자리에 앉았다. 방자는 헛기침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방을 둘러봤다. 방은 다행히 모두 정리가 된 모양이었다.

 

“도왔어야 하는데.”

“그대가 한 것이 아닌데요.”

“내가 모시는 분이 한 것이니 내가 한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러니까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가요?”

 

춘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춘향은 책을 펼치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향단이 넌지시 건넨 말에 무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또를 곁에서 모시는 것보다야 예서 이러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요. 사또는 은근히 귀찮게 하시거든요.”

“그렇습니까?”

 

향단의 눈이 초롱초롱 맑아졌다. 무영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기둥에 살짝 몸을 기대며 향단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찻물이 다 끓은 거 같은데.”

“아. 예.”

 

향단은 주전자에 손을 가져가다가 놓쳤다.

 

“괜찮소?”

“괘, 괜찮습니다.”

 

무영이 자신의 손을 잡자 향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러라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안 다치셨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향단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뿌리치듯 놓았다. 무영은 그제야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향단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전자 파편을 주우려고 하자 무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하겠소.”

“허나.”

“안에서 기다리지 않겠습니까?”

“예? 예. 그렇지요.”

 

향단이 당황해서 가는 모습을 보며 무영은 싱긋 웃었다. 귀여운 사람이었다. 무영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애 글 좀 봐줄 수 있겠소?”

“글이요?”

 

몽룡은 순간 당황했다. 동네 사람이 찾아왔다고 하여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이나 가르치라니.

 

“그것이.”

“돈은 제대로 드리겠소.”

“아니 돈 때문이 아니라.”

 

몽룡은 당황했다. 고작 돈 때문에 자신이 거절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돈 때문이 아니라.”

“그럼 돈을 드려도 싫소?”

“아이들 글을 가르칠 생각이 없습니다.”

“나 참 답답하오.”

“엄니. 가요.”

“그려.”

 

아이가 칭얼거리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미쳤다고 해도 이 댁 대감마님에게 은혜를 입은 것이 생각이 나 부러 찾아온 것이건만.”

“지금 나를 동정이라도 한다는 것이오?”

“동정하면 안 됩니까?”

“무, 무슨!”

 

몽룡은 발끈했지만 사내는 아이를 데리고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다. 몽룡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몽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련님은 좀 어떻소?”

“늘 그렇지요.”

“이런.”

 

춘향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몽룡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바라는데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대체 왜 그리 아둔하게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각을 하시면 될 거 같은데. 그러시면 될 것을. 왜 그리 아둔하게 자꾸만 뒤로 가시려는 건지.”

“평생을 그리 살았으니까요.”

“그래도요.”

 

춘향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자는 그런 춘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안타까웠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달라지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리 글을 배우러 와도 아무 소리도 안 하시고.”

“그렇겠지요.”

“아가씨.”

 

그때 문이 열리고 향단이 방으로 들어왔다. 향단은 두 사람에게 차를 놓고 떡을 내놓고 다시 일어났다.

 

“너도 같이 먹지.”

“밖에 무영님이 계시니.”

 

순간 방자의 표정이 묘하게 달라졌다 돌아왔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분도 오라고 하시지?”

“예?”

“해가 너무 강하다. 같이 드시자고 하자꾸나.”

 

 

 

“사또께서는 무얼 하십니까?”

“아마 글이나 읽겠지요. 도대체 매일 읽는 그 글이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매일 읽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

 

춘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이 되십니까?”

“그냥 걱정이 되지요. 평소에도 벗이 없어서 마음이 쓰이는 분이었는데. 제가 이렇게 무영님까지 빼앗았으니.”

“아닙니다. 본인이 보내신 겁니다. 아마 제가 돌아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또 물으려고 하시겠지요.”

“그렇습니까?”

 

춘향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요?”

 

방자의 말에 향단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무영님처럼 좋은 분이 또 어디에 있으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모르냐? 얼마나 좋은 분이데? 사또가 부탁을 하지 않는 일까지 다 해주신다. 얼마나 다정한 분이데? 아까 내가 찻물을 데우다가 다칠 뻔 하니 그것을 또 얼마나 걱정을 해주시는지. 정말 좋은 분이다.”

“뭐라냐?”

 

방자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향단은 그런 방자를 보고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흘기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다니?”

“무엇이?”

“하여간 내가 네 뭐라도 되니?”

“결혼을 하자고 하지 않았니?”

“아직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방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대로 나가는 그의 손을 향단이 붙잡았다.

 

“가서 먹어라.”

“되었다.”

“너 혼자 먹어라.”

 

향단은 그리고 방자를 놓아주었다. 방자는 입을 쭉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