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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이십육 장. 연모하는 마음 둘]

권정선재 2017. 6. 28. 00:20

이십육 장. 연모하는 마음 둘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냐?”

아닙니다.”

 

몽룡의 물음에 방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 도련님을 놀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어제의 도련님이 오늘의 도련님에게 이러는 것이지요.”

무어라?”

그러니 저는 가보겠습니다.”

어디를!”

글을 배우러 갑니다.”

, 저런.”

 

방자가 그대로 집을 나가자 몽룡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어찌 저러는 것이야?”

 

 

 

정말 내가 돕지 않아도 괜찮겠소?”

괜찮습니다.”

 

춘향은 종이를 한 아름 품에 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값은.”

되었네.”

허나 드려야 합니다.”

나 참.”

 

춘향의 말에 학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어찌 그대에게 종이 값을 받을 수야 있겠는가? 그대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충분하네.”

허나 이 돈이 그리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또께서도 그 사실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저 자네가 이것을 포기만 안 해도 좋아.”

고맙습니다.”

 

춘향은 혀를 내밀고 밝게 웃었다. 학도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짧게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저녁에 가겠네.”

?”

가면 안 되나?”

아닙니다.”

 

춘향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오셔도 됩니다.”

내가 그대의 집을 잘 관리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실제로 가본 적은 없네. 그래서 어떻게 관리가 된 것인지. 정말로 무영 그 사람이 잘 하고 있었는지. 내 그것을 먼저 확인을 좀 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춘향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님은 정말 집을 잘 관리하셨습니다.”

내가 보면 알지.”

. 그렇지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래.”

 

춘향은 한 아름의 책을 안고 마당으로 내려갔다. 순간 춘향이 휘청하자 학도의 미간이 모아졌다.

 

정말 괜찮은가?”

. 괜찮습니다.”

 

춘향의 목소리는 밝았다. 학도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검지로 이마를 가볍게 긁적였다.

 

하여간 왜 저러누.”

 

 

 

정말 그랬단 말이니?”

당연하지.”

잘 했구나.”

 

향단의 대답에 방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나는 네가 또 맹추처럼 당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네가 얻어야 하는 것을 제대로 얻었다고 하니 그 얼마나 다행이니? 네가 바보처럼 마냥 당하기만 하지 않았다는 거니까.”

내가 뭘 늘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는 사람이라니? 나도 도련님에게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다.”

그래.”

 

방자의 항변에 향단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헛기침을 했다.

 

너 언제 나에게 시집을 올래?”

?”

나에게 시집을 올 것 아니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 마라.”

 

방자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향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너에게 시집을 간다니?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너 정말 우스운 생각을 하는구나?”

너는 싫으니?”

당연하지.”

싫구나.”

 

방자가 바로 힘없이 고개를 숙이자 향단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사내놈이 이리도 맥아리가 없는 것인지.

 

그게 전부냐?”

 

무엇이?”

그게 전부냐고.”

그러니 무엇이.”

나 참.”

 

향단은 작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콩콩 두드렸다.

 

세상에 무슨 사내놈이 이렇게 유약할 수가 있단 말이니? 자신이 여인을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서 왜 좋은지. 나를 왜 네 마누라로 맞고 싶은지. 그런 거 말도 하나 하지 않을 수가 있니?”

?”

되었다.”

 

방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향단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방자에게 이런 일을 바라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었다.

 

네가 얼마나 맹추 같은 녀석인지 내가 다 알고 있는데 공연히 바보 같은 소리를 하였구나. 되었어.”

그게 무슨?”

되었대도.”

 

방자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향단아.”

아가씨.”

 

향단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집에 종이 뭉치가 걸어오는 것을 보다가 입을 벌렸다.

 

아가씨!”

얼른 받아라.”

. .”

 

향단은 재빨리 춘향에게서 종이를 받았다.

 

이게 다 무엇입니까?

필사할 것.”

?”

 

춘향의 말에 향단의 얼굴에 울상이 번졌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것을 다 필사를 해야 한다니.

 

이것을 어찌 한단 말입니까?”

돕겠다고 하지 않았니?”

허나.”

오셨군요.”

.”

 

춘향은 방자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럼 나는 옷을 입고 나오마.”

아가씨.”

 

향단은 입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정녕 싫은가?”

그렇습니다.”

나 참.”

 

사내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학도를 응시했다.

 

내가 지금 자네에게 주겠다는 기회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다른 이들이 바라는 것인지 모르는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어명을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압니다.”

 

학도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전하께서도 벗의 말을 경청하십시오.”

경청이라.”

 

왕이라 불린 사내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광해군 이혼. 자네 정말 이럴 것인가?”

 

혼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

왜 그러는가?”

이리도 내 이름을.”

그럼 나랑 벗을 그만 두게.”

나 참.”

 

혼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학도는 빙긋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남원 고을에서 작은 실험을 하고 있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야.”

그 결과가 실패로 끝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그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지.”

실험이라면 길동이 그 사람처럼.”

아니.”

 

학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길동처럼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것은 개혁의 시작이 아니었다.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야. 이 나라 안에서. 조선 안에서 해야 하는 것이지.”

자네를 견제하는 세력이 많아.”

알고 있네.”

나도 힘들어.”

 

혼의 간절한 말에 학도는 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혼이 얼마나 자신을 위해서 힘들게 막아주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한양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양에 가게 된다면 이곳에서의 모든 것을 다 놓고 가야만 하네. 그것은 내가 바라는 게 아니야.”

여인 탓인가?”

아닐세.”

 

학도는 얼굴 가득 만연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연모로군.”

이혼 자네.”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혼의 단호한 물음에 학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춘향이 아니라면 진작 떠났을 수도 있었다.

 

내가 자네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야.”

무슨?”

자네가 이리 있으면 또 서학을 믿는다고 사람들이 온갖 말을 할 것이야. 그래도 괜찮다는 말이야?”

내가 서학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내 소중한 벗이 알고 있잖나?”

허나.”

부탁이네.”

 

학도는 싱긋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소중한 벗이여.”

나 참.”

 

혼은 아랫입술을 물고 지그시 학도를 응시했다.

 

자네 참 미련해.”

알고 있네.”

멍청하단 말이야.”

그렇지.”

 

혼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리 말을 해도 학도가 넘어오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어명이어도 싫은가?”

더더욱 싫으네.”

나 참.”

 

혼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무영 자네 생각도 그러한가?”

저는 사또를 모시는 분입니다.”

임금보다 사또라니.”

 

혼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부러운 눈으로 학도를 봤다.

 

저리 훌륭한 벗이자 동료를 두다니.”

부러우십니까?”

부럽지. 부러워.”

 

혼은 갓을 다시 고쳐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내 말을 다시 한 번 생각이라도 해보게.”

알겠습니다.”

 

혼은 학도의 대답을 듣고도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