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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이십오 장. 연모하는 마음 하나]

권정선재 2017. 6. 26. 12:27

이십오 장. 연모하는 마음 하나

그리 몽룡 도련님이 궁금하시면 직접 가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리 궁금해하시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되었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매일 같이 몽룡의 집을 드나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간다고 하여 도련님이 나를 반길 리가 없는데 내가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하겠느냐? ?”

그렇지요.”

 

향단은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춘향의 이런 마음과 다르게 방자는 꽤나 냉정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가씨는 이리 지극정성이신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지?”

꽃이 예쁘구나.”

.”

 

춘향의 물음에 향단의 얼굴이 곧바로 붉어졌다.

 

그것은 방자 놈이.”

낭만적인 사내구나.”

낭만은 무슨.”

 

향단은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하나 쓰잘 데 없습니다. 낭만이라는 거. 할 일 없는 치들이나 찾는 것이지. 일 많은 이들이 어디 그런 것 찾습니까?”

그렇지.”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 책을 가져왔다.”

무슨 책입니까? 한자라.”

. 신대애라라는 책이다.”

신대애라요?”

그래. 원래 말은 아마 불란서나 영국이라서 다르게 읽힐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일단 이리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안 읽을 겁니다.”

 

향단은 입을 꾹 다물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언문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청어까지 배우라고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싫습니다. 아가씨.”

청어를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이 책을 읽어주면 네가 우리말로 받아쓰면 되는 것이다.”

? 받아써요?”

 

향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필서를 하라는 이야기 같기는 한데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어린 아이들에게 읽히는 거지.”

하지만.”

싫으냐?”

.”

 

향단은 검지를 입에 물었다. 싫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런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제가 정말로 잘 할 수 있을지를 모르겠습니다. 아가씨의 말씀을 들으니 너무 어려운 일 같습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을 거다.”

아가씨.”

향단아.”

 

춘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향단을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너를 믿는다. 그러니 너도 내 믿음에 대해서 어떤 보답이라도 해주기를 바라. 너는 할 수 있어. 내가 믿는 아이는 바로 너다. 네가 할 수 없다고 하면 나는 내 믿음이 모두 틀린 거야.”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찌합니까?”

 

향단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렇게 자신을 믿는다고 하는데 무조건 하지 못한다고 말을 하는 것도 우스웠다.

 

할 거지?”

안 할 수 있습니까?”

아니.”

그럼 해야지요.”

그래. 고맙다.”

 

춘향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향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을 쭉 내밀었다.

 

 

 

도련님. 다녀왔습니다.”

 

몽룡은 오늘도 아무 말이 없었다.

 

춘향 아가씨가 먹을 것을 챙겼습니다. 저녁을 하겠습니다.”

밥이 없다.”

 

들려온 몽룡의 말에 방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뭘 해먹으려는 시도를 한 모양이었다.

 

어찌.”

 

방자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보자기를 푸니 흰쌀밥으로 만든 주먹밥이 네 개, 그리고 짠지 반찬이 하나, 기름에 부친 것이 하나, 고기와 닭알을 넣고 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꽤 신경을 쓰셨구나.”

 

왜 공평이 나누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구 하나 먹을 것 없이 음식은 정확히 개수가 딱 나누기 좋았다.

 

 

 

식사 하시지요.”

국이 없느냐?”

 

몽룡의 말에 방자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몽룡은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방자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옆집으로 향했다.

 

저기.”

아이고. 이 시간에 어쩐 일이오?”

 

최 씨가 그를 반겼다.

 

국 좀 얻을 수 있겠소?”

국이요? 우리 집 사람이 안 갔소?”

. 이제 더 이상 저희를 위해서 일을 하시는 분이 아니니 어찌 유성댁 아주머니의 도움을 마냥 받겠습니까?”

이 사람이.”

 

최 씨는 바로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사내 둘이 뭘 해먹을 수가 있다고. 이 사람아!”

무슨 일이에요?”

 

밖으로 나온 유성댁은 미소를 지으며 애써 화를 눌렀다.

 

무슨 일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

이 댁에 지금 누구 하나 밥을 할 사람이 있단 말인가? 자네라도 이웃으로 신경을 쓰고 그래야지. 지금 이 시간에 국 동냥이나 하고 다니게 한다는 것이. 어찌 이웃으로 말이 되는 것인가?”

그것이.”

 

방자는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심하게 발끈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집에 국도 없소?”

제가 요즘 글을 배우러 다녀서.”

아이고. 자네도 배우는 군.”

.”

 

유성댁은 곧바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사람이 배워야지. 그런데 몽룡 도련님은 사람이 콱 막힌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건 허락을 해주었소?”

대가리 깨진 거 안 보이십니까?”

에구머니나. 이게 뭐야?”

글을 배우겠다고 하니 도련님이 이러셨습니다.”

이게 무슨?”

 

유성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최 씨를 쳐다보았다.

 

이게 말이 되오?”

내 지금이라도 사또를.”

아닙니다.”

 

최 씨가 소매를 걷자 방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공연히 문제를 만들 이유도 없었고 문제를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도련님이 일부러 그러시는 것도 아니고. 아직 달라진 이 남원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시는 겁니다. 그래도 천천히 이해를 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 도련님을 미워하지 마셔요.”

미워하기는.”

 

유성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저 방자 네 놈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그렇지.”

고맙습니다.”

그래. 기다리시게. 내 국을 가져올 터이니.”

자네가 내일부터.”

아닙니다.”

 

최 씨가 유성댁에 부탁을 하려고 하자 방자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곳 남원의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련님도 그 사실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정말 괜찮은가?”

.”

 

방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제가 소금국이라도 끓이렵니다.”

소금국을?”

. 쌀뜨물에 소금만 넣고 끓이는 것도 국이라고 내놓으면 도련님이 도대체 뭐라고 하실지 궁금합니다.”

그렇지.”

 

최 씨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귀한 대접만 받던 이가 이런 대접을 받으면 뭐라고 할지 기대가 되었다.

 

 

 

도련님.”

이제 왔느냐?”

 

방자는 밥상을 보고 멍해졌다. 자신의 몫까지 몽룡이 모두 먹은 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방자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무엇이?”

제 밥까지 다 드시면 어찌합니까?”

배가 고파 그랬다.”

 

몽룡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문제가 되느냐?”

도련님.”

어디 감히!”

 

몽룡이 발끈하자 방자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도련님은 지금 내일 아침 몫까지 드신 겁니다.”

뭐라고?”

내일 아침은 굶으십시오.”

, 저런!”

 

방자는 이 말을 남기고 국을 들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몽룡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놈이. 감히.”

 

몽룡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글을 배워서 그렇다. 이게 다 그 글 때문이야.”

 

몽룡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정말 양보를 할 줄 알고?”

 

방자는 정확히 아침으로 준비한 것 중에 절반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거였다.

 

남원 고을이 이리 달라졌는데 도련님은 도대체 언제 달라질는지. 나도 절대로 당하지만은 않을 거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방자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었다.

 

 

 

방자야. 아침을 내다오.”

없습니다.”

뭐라고?”

 

방자의 대답에 몽룡은 미간을 모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어제 분명히 꽤나 많이 가져오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어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뭐라고?”

저희 몫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게 무슨?”

 

몽룡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