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팔 장. 새 해가 뜬다.
“아침에 유성댁이 다녀갔습니다.”
“내가 그 집 아이를 도와준다고 해서.”
“글을 가르치십니까?”
“응.”
“아. 막돌이.”
방자는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자의 그 반응에 몽룡은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알고 있었느냐?”
“지금 듣고 나서 기억이 난 것이지 일부러 도련님에게 모르는 척 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오해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아니.”
방자가 미리 이렇게 말을 하자 몽룡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데 뭐라고 할 것은 없었다.
“되었다.”
“에이. 도련님.”
방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몽룡의 뒤를 쫓았다.
“신대애라 이야기가 우리나라 콩쥐팥쥐랑 비슷하지 않나요?”
“비슷하지.”
향단의 말에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 이리저리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 다른 점이 있지 않니?”
“예? 무엇이 다른가요?”
“콩쥐팥쥐보다 이쪽이 더 낭만적이란다.”
“낭만.”
춘향의 말에 향단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춘향의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기도 합니다.”
“그럼 내가 없는 소리를 하니?”
“아가씨는 조금만 아가씨를 칭찬을 하는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곧바로 이렇게 반응을 하시는 겁니까?”
“내가 그러니?”
“예. 그렇습니다.”
춘향은 쿡쿡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을 듣더라도 불쾌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그래도 내가 너에게 헛된 시간을 보내지는 않은 모양이야.”
“예? 무슨?”
“전에는 내가 이런 말을 하더라도 네가 제대로 들을 겨를이나 있었니? 그럴 시간도 없었었지.”
“에이. 또 그런 시절이 언제인데.”
“그러니 말이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오래 지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네가 그래도 네가 해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정말로 기특하단다.”
“기특이요?”
“응.”
춘향의 칭찬에 향단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칭찬은 묘한 기분이었다.
“제가 한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다 아가씨께서 하시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따름이죠.”
“그러니까. 그게 대단한 것이지.”
춘향은 책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한 책들을. 그 이야기들을 네가 잊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네가 무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니까.”
“그런 겁니까?”
“그럼.”
향단은 더욱 기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이전과 다른 존재라는 것이 신기한 기분이었다.
“참말로?”
“예. 그럼요.”
방자의 말을 들은 춘향의 얼굴이 밝아졌다. 몽룡이 전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는 거였다. 이 별 것이 아닌 행동도 정말 색다르게 다가오는 춘향이었다.
“도련님. 이렇게 도련님의 이야기를 하는데 왜 들리지 않으시는 척. 그렇게 시선을 피하시는 겁니까?”
“누가 뭐라고 했느냐?”
몽룡이 별 것 아닌 척. 관심을 갖지 않는 척. 대충 말하자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십니다.”
“무엇이?”
“아닙니다.”
몽룡이 여전히 모르는 척을 하자 춘향도 차를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막돌이 다른 아이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누구니?”
“제 동무입니다. 오늘부터 글을 배우겠다고 합니다.”
“그래?”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막돌과 그 옆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약과를 하나씩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름은 무어니?”
“이석인입니다.”
“그래? 석인이. 잘 왔다.”
춘향의 칭찬에 석인의 뺨이 곧바로 붉어졌다. 몽룡은 이것도 보기가 싫어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가서 공부를 하자.”
“하지만.”
“얼른.”
몽룡이 걸음을 빠르게 옮기자 아이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춘향에게 인사를 하고 빠르게 몽룡을 좇아갔다.
“도련님이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십니까?”
“응?”
방자의 반문에 춘향은 고개를 갸웃했다. 춘향이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을 짓자 방자는 미간을 모았다.
“아닙니다.”
“응?”
춘향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 질투인 것을 모르십니까?”
“질투?”
향단의 말에 춘향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가씨.”
“아니 도련님이 바보도 아니고 고작 나를 그 어린아이들 탓에 질투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니? 말도 안 되는 것이지.”
“왜 아닙니까? 도련님이 그렇게 갑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간 것이 도대체 뭔지 모르시는 겁니까?”
“응?”
춘향은 눈을 깜빡였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몽룡이 자신을 질투하다니 너무나도 이상한 말이었다.
“설마. 도련님이 뭐가 아쉬워서 나에게 이러실 이유가 있겠니? 그럴 리는 없어. 도련님이 왜?”
“좋아 하시니까요.”
“응? 나를?”
“그럼요.”
향단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춘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오늘은 사내가 둘로 늘었다고?”
“예. 그렇습니다.”
춘향이 학도를 만나러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따라온 몽룡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잘 가르치시는 모양입니다.”
“당연하지요.”
“뭐.”
학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몽룡을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대는 왜 따라오셨소?”
“당연히 와야지요.”
“왜요?”
“아니 나도 선생이니.”
“뭐.”
학도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춘향을 쳐다봤다. 춘향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몽룡을 응시했다.
“그것이.”
“무엇이냐?”
“그러니까. 도련님이 하시는 일은. 어. 제가 하는 일을 도와주시는. 그런 사람입니다. 어. 그러니까.”
“내가 네 밑이다?”
“뭐.”
춘향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몽룡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래도 이제 나를 인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아이가 둘로 늘어났으니 말입니다. 지금 춘향이가 가르치는 아이가 셋이니.”
“내일부터는 다시 많을 걸요?”
“응?”
몽룡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내일이 되면 아실 겁니다. 여기에서 잠시 계시겠습니까? 저랑 사또랑 따로 나눌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
춘향의 대답에 몽룡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내 체면에 무조건 쫓아간다고 할 수도 없었다.
“예서 기다리마.”
“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춘향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학도도 몽룡에게 가볍게 눈짓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멀어지고 몽룡은 입을 내밀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저 둘은 무슨 비밀이 저리 많아?”
몽룡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잘 가르치는가?”
“그럼요.”
춘향의 대답에 여전히 학도는 그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늘게 미간을 모았다. 춘향은 어색하게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나는 아직도 저 자를 믿지 못한다.”
“사또.”
“그대가 말을 하는 것을 외에는 듣지 못했으니. 그리고 사내가 늘어난 것이 정말로 저 자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그저 사내라서 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으냐? 그러니 그것은 조금 더 지켜봐야지.”
“계속 막돌이가 오는 것을 보시면 아셔야지요.”
“뭐.”
학도의 떨떠름한 대답에 춘향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바로 학도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으시지요?”
“어쩔 수 없지만 믿어야지.”
“다행입니다.”
춘향이 빙긋 웃자 학도도 춘향을 따라 웃었다.
“허나 저 자가 잘 하면 할수록 불안한 것 아닌가?”
“예?”
“내 제안은.”
“그렇지요.”
춘향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몽룡이 잘하면 잘할수록 자신이 이곳에 있을 이유는 점점 줄어들 수도 있었다.
“내가 한양에 가자고 하면 갈 것인가?”
“한양이요?”
“그래.”
춘향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양이라니. 그곳은 너무 먼 곳이었다.
'☆ 소설 창고 > 벚꽃 필적에[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사십 장. 흔들거리다.] (0) | 2017.07.31 |
---|---|
[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삼십구 장. 흔들리다.] (0) | 2017.07.29 |
[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삼십칠 장. 새 날이 온다.] (0) | 2017.07.24 |
[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삼십육 장. 선생 이몽룡 둘] (0) | 2017.07.24 |
[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삼십오 장. 선생 이몽룡 하나] (0) | 2017.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