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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덩케르크, 고수의 정식

권정선재 2017. 8. 23. 14:30

[맛있는 영화] 덩케르크, 고수의 정식

 

Good 새로운 영상 혁명을 기대하는 사람

Bad 명확한 스토리 라인을 기대하는 사람

평점 - ★★★★ (8)

 

사실 볼까 망설였던 영화 중 하나인 [덩케르크]는 보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영화였습니다. [아바타]를 통해서 3D 영화를 본 이후에 더 이상 영상으로 인해서 혁명을 느낄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덩케르크]는 이런 생각을 완벽하게 부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그 이상을 보여주면서 정말로 대단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를 그 현장의 한 가운데로 데리고 가는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세 개의 시간의 축이 하나로 모이는 그 순간. 정말 엄청난 영화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거구나.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이 왜 이걸 굳이 그 비싼 영상으로 만든 것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놀라운 경험은 이번에 새로 오픈한 용산 CGV 덕분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 엄청난 영화는 그 자체로 충격을 선사하지만 사실 스토리에 있어서는 새로운 어떤 것을 선사하지는 않습니다. 전쟁이라는 현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그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바로 [덩케르크]의 가장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터. 사람들이 막연히 상상만하는 공간을 제대로 그려내는 거죠. 모두 피해야만 하는 그 전쟁터는 고스란히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덩케르크]가 다른 그 어떤 영화보다도 특별한 점은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도주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우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오히려 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냅니다. 바로 높은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 가장 낮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면서 말이죠. 평범한 병사. 그리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평범한 국민들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이 [덩케르크]를 더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입니다. 보면서 특히나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하루를 책임지는 평범한 영국 시민들입니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군인들을 구하러 나가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배를 달라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았죠.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서 나섭니다. 그들이 자신의 아들이니까. 자신을 위해서 싸우고 있으니까. 어른들이 만든 전쟁에 더 이상 아이들이 희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사를 보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독은 적나라하게 그려내니까요. 전쟁이 미친 듯 일어나는 현장이 아닌 패잔병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그려냅니다. 적군을 보여주지 않는 전쟁을 통해서도 감독은 전쟁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지 그려냅니다.

 

[덩케르크]를 만들어내는 그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 영화를 보고 더욱 뭉클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영화들을 생각하면 결국 영웅을 만들게 됩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관객들은 명확한 스토리를 원하고. 자신들이 응원해야 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전쟁에서 패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은근히 서운함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덩케르크]는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명의 군인은 사실 너무 지질한 존재들입니다. 이렇게 지질하게 자신만이 살기 위해서 나서도 되는 건가? 싶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은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거죠. 위대한 누군가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인 그들을 보면서 부디 그들이 살아남기를. 그래서 부디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게 되는 겁니다. 그들이 친구니까. 그들을 위해서 당연히 그런 것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전쟁터에 있는 군인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그저 평범한 우리 주위의 존재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상을 통해서 또 한 번의 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덩케르크]였습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수많은 요트들이 덩케르크 해변으로 오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