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이름은 맛집인데 맛은 레토르트
Good – 설경구 연기 좋아하는 사람
Bad – 김영하 소설을 읽고 영화를 기다린 사람
평점 - ★★☆ (5점)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작을 기억한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아쉬운 영화입니다. 소설에서는 긴장감이 넘치던 부분이 영화에서는 그저 지루하게만 묘사됩니다. 게다가 감독의 말처럼 최대한 거리를 두려다가 일어난 일인지 전혀 원작과 관련이 없어보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달려나갑니다. 산으로 가는 것 같은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원작을 둔 채로 새롭게 만드는 영화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그렇게 새롭게 만든 영화는 흥행하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작을 사랑하던 팬들 같은 경우에는 원작과 괴리감을 느끼는 작품에 대해서 불호를 느끼게 마련이고, 원작에 대해서 모르던 관객의 경우에는 그 원작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 가운데에 정확히 있는 영화입니다. 자신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고, 뭘 그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영화죠. 그저 이런 소재가 되게 흥미롭지 않겠어? 라는 것 하나로 밀고 가는데 그나마도 후반으로 가면 지나치게 힘이 빠지게 됩니다. 원작과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길로 가고자 하는 영화는 결국 지루함이라는 늪에 빠져듭니다.
특히나 [살인자의 기억법]이 아쉬운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도 훌륭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배우와 실력을 의심하는 배우가 출연했는데 두 배우 모두 너무나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드라마와 전혀 다른 장르입니다.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다소 힘이 빠지고 각본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배우의 힘으로 모든 것을 끌고 가는 것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서 이해가 가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는 다릅니다. 영화는 조금 더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 편집을 통해서 그 모든 것을 보완할 수 있는 만큼 더 탄탄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만 남을 뿐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패턴이 몇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관객들이 충격을 받아야 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질 정도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비슷한 패턴에서 지루하게 다가오기만 하고요. 아무래도 중심 축의 배우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그 긴장 관계를 최대한 밀도를 높인 채 끝까지 몰고 갔어야 하는데 그것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소설과 다르게 이상하게 묘사가 된 결말을 보면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의 창작욕은 원작을 보고 기대한 관객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설경구’는 연쇄살인마였으나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알츠하이머 환자 ‘김병수’ 역을 맡았습니다.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구나. 하면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이전에 ‘박해일’과 함께 찍었던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도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그런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비록 지루하고 안이한 감독의 연출에 따라서 그의 엄청난 연기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한계가 뚜렷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오롯이 ‘설경구’라는 배우 그 자체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배우는 끝까지 자신이 믿는 것 그대로 연기하며 밀어붙입니다. 오직 ‘설경구’였기에 이 모든 것이 설득되고 이해가 가지 않나 싶습니다.
‘김남길’은 또 다른 살인마 ‘민태주’를 연기했습니다. 그를 사람들에게 알린 [선덕여왕]의 ‘비담’의 후반부 흑화한 모습을 보는 것처럼 그는 매혹적인 악마를 연기합니다. 앞에서 보이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이고, 평범한 순경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엄청난 살인마가 숨겨져 있는 거죠. ‘설경구’와 부딪치는 부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데요. 순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잔혹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게 표현합니다. 다만 후반으로 가게 되면 ‘민태주’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면적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존재가 무엇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밀고 가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 보니 배우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보입니다. 시나리오 탓에 계속 비슷한 변주를 계속하는 느낌입니다.
‘김병수’의 딸 ‘은희’역을 연기한 ‘설현’은 생각보다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무래도 아이돌이니 만큼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기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많이 아쉽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발성이나 발음에 있어서는 한계가 또렷하게 보이지만 크게 아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두 남성 캐릭터가 전면에 드러나는 캐릭터이니 만큼 ‘설현’이 활약을 펼칠 공간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소설과 영화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더 매력을 선보이기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좁은 공간 안에서도 ‘설현’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냅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묘한 불안함을 느끼면서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여성 역을 꽤 안정적으로 연기합니다.
소설을 읽고 워낙 기대가 되던 영화인지라 소설과 다른 결말에 당황한 영화였습니다. 물론 영화이니 만큼 새로운 결말을 만들 수 있는 것도 당연한 거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그러내는 것은 너무 아쉽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새로운 사건 없이 영화의 러닝타임을 채워 나가야 하다 보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후반에는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열연한 배우들 덕에 그 지루함을 어느 정도 덜어내기는 하지만, 관객에게 임팩트를 줘야 하는 부분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에서 이런 장르가 자주 나오지 않는 만큼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봐야 할 이유가 있나 싶을 영화입니다. 원작을 사랑한 독자라면 더욱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제목만 갖고 전혀 영화의 긴장감이나 내용은 다르니까요. ‘오달수’ 캐릭터를 차라리 더 살리던가 뭔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나 후반으로 가게 되면 감독이 너무 후다닥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하는 느낌이 들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조금 더 안정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을 갖고 자기 마음대로 요리하려다가 지나친 창작 요리가 되어버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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