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내 사랑, 달콤한 줄 알았더니 속에 술이 한 가득
Good – 한 여인의 거친 인생을 다룬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
Bad – 깊은 멜로를 기대한 사람
평점 - ★★★☆ (7점)
사전 정보를 많이 찾지 않는 편이라 [내 사랑]을 극장에서 보고 당황했습니다. 달콤하고 행복한 여름 멜로일 거라고 생각했던 [내 사랑]은 이게 사랑이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을 연신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사랑이라고 하기에 두 사람의 모습은 다소 걸리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죠. 특히나 ‘에단 호크’가 연기한 ‘에버렛 루이스’가 ‘샐리 호킨스’가 연기한 ‘모드 루이스’를 폭행하는 순간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로맨스 영화라고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영화는 분명히 아름다울 거 같은 순간도 있기는 하지만 그 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사랑을 원하는 ‘모드’와 그녀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에버랫’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따름입니다. 두 사람 사이가 그저 평행선으로 달려나가는 만큼 도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듭니다. 이 와중에서 츤츤 거리면서 ‘모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래 사랑이란 저런 것이야.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라잉란 그런 것이 아니고 특히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달콤한 멜로 영화를 생각하고 극장에 가는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 영화의 제목이 언제와 같은 [모드]로 알려졌더라면 덜 불편하고 이런 당황스러움도 느끼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모드’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극심한 관절염으로 인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여인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미 가족에게는 짐으로만 느껴지는 채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여인. ‘모드’의 오빠 ‘찰스’는 ‘모드’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녀를 ‘아이다’ 숙모에게 보내고, 엄마의 집은 혼자 팔아버리죠. 이런 상황에서 ‘모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녀는 홀로 식료품점에 갔다가 가정부를 구한다는 말을 보고 ‘에버랫’을 위해 일하게 되죠.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서서히 ‘에버랫’과 연인이 되어간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의 사이는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큰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하더라도 사회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존재라니.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우기만 하는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존재입니다. 이 상황에서도 ‘모드’는 사랑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하죠. [내 사랑]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보다는 장애 여성인 ‘모드’의 일생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관절염에 걸린 채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만 자신만의 시선을 가진 그림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드’ 역은 ‘샐리 호킨스’가 연기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샐리 호킨스’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모드’를 그려내는데요. 세월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다 그려지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것이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모드’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이것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죠. 얼굴의 깊은 주름살부터 그 느린 걸음까지. 그 어느 부분도 빈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연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신체적으로 불편한 것을 연기하는 것과 동시에 심리적인 변화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에게 버림을 받고, 주인이라는 남자에게까지 모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를 사랑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모드’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녀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그림이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다정한. 다른 사람들은 쉽게 보지 못하지만 오롯이 그녀는 보는 그녀만의 세상을 제대로 그려내기 때문이죠. ‘모드’라는 실존 인물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에단 호크’가 연기한 ‘에버렛 루이스’는 뭐 이런 인간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개차반인 인간입니다. 아무리 고아로 자라났다고 하더라도 이토록 이기적이기만 한 인간이 가능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제멋대로의 인간인데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못한 주제에 겸손하지도 못한 채 자기 멋대로만 행동하는 인간입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그리고 자신의 말로 인해서 상대방이 어떤 기분을 느낄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을 할지 아무 것도 모르는 존재죠. 정말 안하무인의 쓰레기인데, ‘에단 호크’는 이 역할을 너무나도 제대로 선보입니다. 그 동안 다정한 남성 역을 잘 맡았던 그였기에 이런 연기가 놀랍게 느껴지는데요. 그러면서도 그의 차분한 연기력에 ‘에버랫’을 더 미워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주 조금씩.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모드’를 위해서 변화하고 있다고 하기는 하지만 이건 전혀 변화가 아니에요. 여전히 그는 안하무인이고 그저 자신의 필요로 인해서 ‘모드’를 이용하는 느낌이 들죠. 이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인데 말이죠. 물론 그가 조금씩 더 ‘모드’에 대한 마음을 알아가고 그녀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간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에버렛’은 이기적인 남성의 끝판왕으로 너무나도 차갑고 냉정하게 다가옵니다.
[내 사랑]이라는 제목과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모드’라는 여인으로 인해서 ‘에버랫’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이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꽤나 집중한 영화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해서 불편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두 사람의 사이를 긍정적으로 그려주려고 하더라도 ‘에버랫’의 행동 그 자체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죠. 이건 로맨스로 그릴 수 없어요. 차라리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는 이후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그의 변화가 어떤 계기로 이뤄지는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극적인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앞의 모든 이야기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보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내가 도대체 여기에 왜 앉아있는 것일까? 그리고 저게 정말 ‘모드’가 원하던 것일까? 식구 중 그 누구도 ‘모드’를 다시 받아줄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이 상황에서 ‘모드’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기분 좋은 멜로 영화를 보기 원하시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서 그 어떤 멜로 욕구도 달래실 수 없을 거 같습니다. 한 여인의 거친 인생과 그녀의 삶의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영화 [내 사랑]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처음 그림을 팔게 된 ‘모드’
둘 - ‘모드’와 ‘에버렛’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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