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육 장. 한양을 바꾸다.
“누구나 우물을 팔 수 있다고요?”
“더 이상 자신들에게 오지 않으니 한양에 누가 물을 파거나 말거나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지.”
춘향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들을 억지로 누르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장하오.”
“아닙니다.”
학도의 칭찬에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지었다. 이것은 그저 자신의 작은 생각이었다. 이것을 실제로 행동한 전하가 대단한 분이었다. 전하가 아니었더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거였다.
“저의 별 것 아닌 제안을 전하께서 받아주신 것인지. 전하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표해야 합니다.”
“응?”
“갈 것은 아닙니다.”
학도가 놀란 표정을 짓자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학도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 아니라.”
“아무튼 제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그래 보시게.”
학도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 무엇을 드리려고요?”
“그러게나 말이다.”
향단의 물음에 춘향은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내밀었다. 이 나라의 임금에게 없는 것이 무엇일까?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계신 분일 텐데 내가 도대체 뭘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너는 무슨 생각이 없니?”
“제가 생각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향단이 학도가 사준 인형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자 춘향은 고개를 저었다.
“그 인형이 마음에 드니?”
“처음입니다.”
“응?”
“저의 것이 처음입니다.”
“아 그렇구나.”
춘향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향단에게 그 동안 많은 것을 해줬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그 동안 너에게 제대로 뭔가를 해주지 못했구나. 나는 너에게 뭐든 다 해주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오늘은 나갈까?”
“예?”
“장에 말이다.”
“참말이죠?”
향단의 눈이 반짝였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향단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
“그럼 얼른 가요.”
“준비는 해야지.”
춘향은 자신을 이끄는 향단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찬.”
“에?”
“반찬을 하자.”
“아가씨.”
향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양 장을 다 보고 나서 춘향이 하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곳에서 구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황매실이 없다.”
“예? 황매실이요?”
춘향의 눈이 반짝였다. 향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무엇이오?”
“황매실 장아찌와 보리굴비입니다.”
“아니 왜 이런 것을?”
학도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춘향이 지금 자신에게 들려준 것을 쳐다봤다. 하지만 춘향은 단호했다.
“전하께 가져다 드리십시오.”
“뭐라?”
학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저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예?”
“부탁입니다.”
학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춘향이 부탁이라고 하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마냥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그러니.”
권 내관은 학도가 건네는 것을 살피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황매실 장아찌와 보리굴비입니다.”
“뭐라?”
혼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이게 무슨?”
“전하께서 자신의 생각을 들어주어서 한양 도성에 물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한 것입니다.”
“그러한가?”
혼은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동안 자신에게 수많은 선물을 해도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나를 도대체 무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나는 한 나라의 임금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이런 것 하나 제대로 구해서 먹지 못할 것이라고.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겐가?”
“뭐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
혼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더 크게 웃었다. 권 내관은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결심에 찬 듯 입을 열었다.
“버릴까요?”
“버리긴!”
혼은 곧바로 웃음을 지웠다.
“벗의 여인이 준 것이다.”
“허나.”
“먹을 것이다.”
“안 됩니다.”
권 내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위험했다. 도대체 무슨 음식인지 알고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안 되다니?”
혼의 눈썹이 묘하게 움직였다. 권 내관은 알맞은 말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런 말은 없을 터였다.
“그러니까.”
“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학도의 대답에 혼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독?”
“그것이 바로 전하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일 아닙니까? 조심하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습니다.”
권 내관도 이제 다행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혼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미간을 모았다.
“나는 그 사람을 믿네. 자네가 아끼는 여인인데 그럴 일이 있는가? 그러면 권 내관 그대가 먼저 먹게.”
“예?”
“싫은가?”
“아니.”
권 내관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먹겠습니다.”
“응?”
“저부터 먹겠습니다.”
“농일세.”
혼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상궁이 들어오고 혼은 밥을 청했다. 곧 진수성찬이 들어왔다. 혼은 학도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 이 장아찌는 어떻게 먹는지 기억을 하고 있으나 보리굴비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그것이.”
“괜찮네. 나도 기억은 하는데 잘 모르겠어. 그대의 손으로 주는 것이라면 나도 먹을 수 있네.”
“그럼.”
학도는 곁에 놓인 깨끗한 천에 손을 닦았다. 그리고 굴비를 직접 손으로 발라서 혼의 그릇에 놓았다. 권 내관과 상궁이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혼은 오히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렇게 먹는 것이었지.”
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전에도 이렇게 먹은 기억이 있는 음식이었다. 그 때도 맛있었다.
“그대의 어머니 솜씨와 같네.”
“그렇습니까?”
학도는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혼이 이전에 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좋은 여인이군.”
“예?”
“아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성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니 고맙다고. 꼭 고맙다고 전하라.”
“전하.”
“부탁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혼은 남은 굴비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발랐다. 상궁과 내관이 옆에서 발라주겠다고 해도 거절하고 직접 발랐다.
“맛있구나.”
“고맙습니다.”
학도는 마음이 놓였다. 혼이 자신을 위해서 이러는 것인지 정말 맛있어서 이러는 것인지 몰랐지만 무엇이건 고마웠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답니까?”
“그렇다니까요.”
상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전하가 무슨 거지도 아니고 도대체 왜 직접 굴비 살을 발라서 드셔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고작 황매실 장아찌라니. 그런 것은 이곳 궐에서도 더 좋은 것을 마련할 텐데 말입니다.”
“나 참.”
영의정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왕의 옆에 있는 이지만 이것을 빌미로 밀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고맙소.”
“고맙기는.”
영의정은 상궁에게 직접 주머니를 건넸다. 상궁은 가볍게 주머니를 만지고 묵직함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또?”
“예. 그렇소.”
몽룡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사또가 남원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가기가 무섭게 내려온 교지였다.
“허나 나는.”
“이미 장원 급제를 한 적이 있지 않소? 그래서 전하께서 특별히 신경을 쓰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몽룡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이런 것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너무 큰 자리여서 겁이 났다.
“정말 제 것입니까?”
“그럼요.”
몽룡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이제 인정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제 더 이 고을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에게 고마워할 것은 없고.”
한양서 온 사내는 몽룡의 손을 뿌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혀를 차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특이하긴 하지.”
“예?”
“아마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몽룡은 더 물었지만 한양에서 온 사내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몽룡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자신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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