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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육십이 장. 선생 성춘향 둘]

권정선재 2017. 9. 21. 00:19

육십이 장. 선생 성춘향 둘

아쉽습니다. 선생님께서 사내로 태어나셨으면 더 많은 일을 하셨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말입니다.”

그러면 너도 안 될 걸?”

?”

 

사내아이의 물음에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내가 너에게 글을 가르칠 수도 없지 않니? 그러면 네가 그런 문자나 할 수 있겠니?”

.”

나는 여인이라 다행이다.”

죄송합니다.”

 

사내아이는 깨달은 바가 있는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책방 주인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책을 대 주시는 것만 해도 내가 감사하다 말을 해야 하는데 고맙긴 뭐가 고맙습니까?”

그래도 이리 어려운 책들을 다 구해주시고. 한양에서도 이런 책들은 쉬이 구할 수 없을 텐데요.”

그러니 다 내가 잘나서 그렇지요.”

 

책방 주인이 자기 자랑에 빠지자 춘향은 미소를 지은 채로 모두 맞장구를 쳤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책이 이리나 많습니까?”

그럼.”

어찌.”

 

아이들을 가르치고 방으로 들어온 향단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 이 모든 것은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하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

?”

네가 있잖니.”

아니요.”

 

향단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춘향이 번역한 것을 필사하는 것만으로도 지칠 지경이었다.

 

어찌 그러십니까?”

?”

아니.”

 

향단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많은 글들을 다 번역을 하다니. 안 될 것이었다.

 

그리 어려운 글이 아니다. 너도 쉽게 번역할 수 있는 것이야. 이제 너도 해야 하지 않겠니?”

안 됩니다.”

향단아.”

제가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

 

춘향은 입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이제 살림이야. 무주댁 아주머니께서 다 해주시고. 간단한 일은 삼월이가 하는데 네가 뭐가 힘드니?”

아가씨.”

안다. 알아.”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많은 일들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향단이 하는 일은 많았다.

 

너도 지친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내가 지금 의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오롯이 너인 걸 어떻게 하니?”

그래도 이건.”

부탁한다.”

 

춘향이 눈을 찡긋하고 두 손을 모으자 향단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

그러니 말이다.”

 

향단의 투정에 방자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향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나도 내 일이 있는데.”

그러게.”

정말 미치겠다.”

만날 시간도 안 주고.”

?”

?”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 밥.”

, 그래.”

 

두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우스운 꼴이었다.

 

어찌 이러누.”

그러게 말이다.”

 

방자는 향단의 머리를 넘겨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만히 향단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똑똑해서 좋다.”

참말이냐?”

그럼.”

 

향단은 조심스럽게 방자의 허리를 안았다. 두 사람 사이에 여유로운 시간이 편안하게 흘렀다.

 

 

 

대단하시오.”

아닙니다.”

 

한양에서 온 사내의 칭찬에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무슨.”

그래도 다른 이들이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닙니까? 전하께서도 지금 이 결과물에 대해서 기뻐하십니다.”

그렇습니까?”

 

춘향의 얼굴이 곧바로 밝아졌다.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다행이었다.

 

고맙습니다.”

혹 다시 한양에 오실 생각이 있소?”

?”

이제 전과 다를 것이오?”

아니요.”

 

춘향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한 번 실패한 것이었다. 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저와 어울리지 않는 곳입니다.”

허나.”

고맙습니다.”

 

춘향의 단호한 인사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는 이만 가보겠소.”

하루 묵고 가시지.”

전하께서 그대의 책을 가져오기 아주 고대하십니다. 이토록 누군가의 글을 기다리신 것이 처음입니다.”

그렇습니까?”

 

춘향은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았다.

 

선생이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시오.”

?”

이제 선생 성춘향 아니겠습니까?”

선생 성춘향이요.”

 

기생이었다. 그렇게 지낸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 누군가가 자신을 선생이라고 불렀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고되지 않으십니까?”

괜찮다.”

 

춘향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몽룡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너야 말로 힘이 들지 않으냐? 한양에서 네가 번역한 책을 가지러 한 번씩 사람이 온다던데.”

그렇지요.”

그게 힘들 것인데?”

힘들지 않습니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것은 하나 힘들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증명하는 기분이었다.

 

전하께서 그래도 저를 인정을 해주시니 다행이지요.”

그렇지.”

 

학도는 차를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다.”

대단하기는요.”

 

춘향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시간을 보낼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춘향이 목소리를 낮추자 몽룡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춘향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무슨?”

그러니까.”

 

춘향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몽룡은 괜히 자신이 긴장이 되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이냐?”

그게.”

어서.”

방자와 향단 말입니다.”

?”

 

잠시 멍하니 있던 몽룡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그래야지.”

무슨 생각을 하셨소?”

뭐가?”

도련님.”

아무 생각도 아니다.”

 

몽룡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춘향은 입을 쭉 내밀다가 이내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몽룡의 팔을 때렸다.

 

어찌 그리 망측한 생각을 하셨소?”

무엇이?”

내가 모를 줄 압니까?”

다 아느냐?”

그럼요.”

알면 좀 잘 하지.”

?”

 

몽룡이 갑자기 느물스럽게 굴자 춘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몽룡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리.”

우리는 이미 파혼한 사이입니다.”

그럼 다시 약혼을 하면 되겠구나.”

?”

그게 그리 어려우냐?”

도련님.”

나는 네가 좋다.”

 

몽룡의 간단한 고백에 춘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 간단한 고백이었다. 그리고 심장이 뛰게 하는 고백이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을 하건. 그런 것은 내가 모른다. 허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네가 좋다.”

도련님.”

너는 어떠하냐?”

그것이.”

 

춘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자신의 마음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어서 대답을 하래도.”

그것이.”

선생님.”

 

그때 들린 목소리에 춘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월이었다. 몽룡은 미간을 모으며 뒤로 물러났다.

 

어디 다녀오니?”

장에 다녀옵니다.”

 

향단은 몽룡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입을 살짝 내밀었다.

 

도련님은 예서 뭐하시는 겁니까?”

도련님이라니 사또지.”

사또는.”

 

향단은 입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몽룡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들어가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춘향이 돌아서자 향단은 곧바로 춘향의 팔짱을 꼈다.

 

아가씨를 좀 귀하게 여기세요.”

?”

 

향단은 춘향의 팔을 끌었다.

 

.”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