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벚꽃 필적에[완]

[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육십삼 장. 몽룡의 마음 하나]

권정선재 2017. 9. 27. 10:53

육십삼 장. 몽룡의 마음 하나

네가 없어도 될 것 같다.”

?”

 

갑작스러운 몽룡의 말에 방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가들라고.”

?”

 

방자의 멍한 표정에 몽룡은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방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내가 할 일은 이제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너랑 향단이도 더 이상 그리 둘 수 없으니 말이다.”

싫습니다.”

?”

 

방자의 대답에 몽룡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자라면 당연히 좋다고 하고 무조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찌?”

도련님도 아직 이리 시간을 보내시는데 저 혼자 잘 살겠다고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싫습니다.”

되었다.”

 

몽룡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네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아니다. 내가 알아서 할 것이고. 그저 너는 네 일만 신경을 쓰면 된다.”

하지만.”

네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아니니 너만 결정하면 된다. 네가 향단이가 좋다고 하면 그렇게 하면 돼.”

그래도.”

 

방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향단이에게도 좀 물어보고 그래라.”

? . 알겠습니다.”

 

방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몽룡은 그런 방자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방자가 좋으니?”

?”

 

책을 읽다가 갑자가 춘향이 묻자 향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춘향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으십니까?”

그러게.”

 

춘향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럴까?”

아가씨.”

둘이 혼례를 치루지 않을래?”

혼례요?”

 

향단의 눈이 커다래졌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아니 아가씨를 제가 모셔야 하는 상황인데 제가 어떻게 다른 이를 함부로 만날 수 있단 말입니까?”

무슨.”

 

춘향은 미소를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이 해야 하는 것. 더 이상 자신과 몽룡의 일로 미룰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해야지.”

싫습니다.”

?”

아가씨만 예 두고 갈 수 없습니다.”

두고 가기는.”

 

춘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자신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 더 현명한 일을 하는 거였다.

 

그 동안 고마웠어.”

아가씨.”

이미 도련님과 이야기를 마쳤다.”

싫어요.”

 

향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먼저 싫다고 말을 한 적이 없는 향단이기에 춘향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아가씨를 두고 갈 수 없습니다. 저는 아가씨가 몽룡 도련님과 결혼하지 않으면 혼례를 치루지 않을 것입니다.”

뭐라니?”

 

춘향은 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쳤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그리고 아직 몽룡 도련님의 생각도 모른다. 이곳 사또 일에 얼마나 재미를 붙이셨는데. 알지 않니?”

그건 그렇죠.”

 

춘향의 말이 옳았다. 몽룡은 어느 순간 어진 사또가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는 중이었다.

 

이전 사또도 내 품에 들여서 한양으로 보내고 말았는데, 새 사또도 그러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곱게 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느냐? 당연히 모두 다 나를 안 좋게 보고 그러지 않겠니?”

하지만.”

나는 괜찮아.”

 

춘향은 손을 뻗어 향단의 손을 꼭 잡았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

아가씨.”

 

향단은 침을 꿀꺽 삼키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게 왜 우리 도련님 탓이냐?”

미적거리니 그러지.”

 

향단의 투정에 방자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무슨 말이라고 한들 그 어른들이 우리 말을 들을 리가 있느냐? 너는 무슨 말을 하는 게야?”

그래도 도련님을 조금이라도 더 설득이라도 하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너처럼 그냥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뭘 그냥 있다고.”

 

이리 말을 하면서도 방자는 괜히 마음이 찔렸다.

 

그래서 뭐라도 했니?”

하면 되지.”

이거 봐.”

 

향단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리 미련한 이에게 도대체 무슨.”

뭐가?”

어찌 시집을 가느냐?”

?”

 

방자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이미 두 사람의 사이가 대충 정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말을 듣는 것은 너무 민망했다.

 

너는 계집이.”

무어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니?”

아무렇지도 않다.”

 

향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여간 미련해.”

알았다. 내 물어보마.”

참말이지?”

그래.”

이래야 뭐 데리고 살맛이라도 나지.”

 

향단의 이런 말에 방자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향단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네가 옆에 있어서 좋다.”

뭐라니?”

부끄러우냐?”

부끄럽기는.”

 

향단은 입을 내밀면서 얼굴을 붉혔다. 방자도 그런 향단을 가만히 보며 얼굴을 붉혔다. 이리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춘향이.”

. 이제 다시 아가씨도 돌아오셨고 두 분 사이가 이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되었다.”

 

몽룡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이미 그 사람에게 몹쓸 일을 했는데 이제 와서 또 무엇을 하려고 한단 말이냐? 안 될 일이다.”

허나.”

어허.”

 

방자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몽룡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방자는 입을 쭉 내밀었다.

 

이건 나와 춘향. 우리 두 사람의 일이다. 네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니 관심을 끄거라.”

싫습니다.”

뭐라?”

향단이가 궁금해 합니다.”

 

방자의 대답에 잠시 멍하니 있던 몽룡이 웃음을 터뜨렸다. 전에는 감히 그에게 아무 말도 못하던 방자가 이리 달라진 거였다.

 

여인이 그리도 좋으냐?”

?”

향단이 말을 그리 듣는 게야?”

그런 게 아니라.”

 

몽룡이 자신을 놀리는 줄 알고 방자가 변명하려고 하자 몽룡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사람이다.”

춘향 아가씨요?”

그래.”

 

몽룡은 달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그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겨우 찾았어. 내가 그 아이에게 뭘 더 하겠느냐? 아니 그러냐?”

허나 춘향 아가씨는 도련님을 오랜 시간 기다리셨습니다. 변 사또가 찾아도 수청을 들지 않았고요.”

그렇지.”

 

몽룡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자신은 아니었다. 이미 기생을 품었고 자신은 깨끗하지 않았다. 정절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춘향에게 그리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다.”

도련님이 춘향 아가씨에게 돌아가시지 않으면 향단이가 저를 받아주지 않는다 하지 않습니까?”

그래?”

 

몽룡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몽룡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향단이를 만나보마.”

? 도련님이요?”

그래서 설득하마.”

도련님. 허나 그러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나는 춘향이와 아니다.”

 

몽룡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괜히 마음을 표현해서 춘향을 불편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한 때 그래도 정혼자였는데. 그 정도 예의는 내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것도 있는 법이다.”

예의요?”

그래. 예의.”

 

몽룡의 말에 방자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몽룡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향단이를 직접 만나서 필요한 이야기를 하면 별다른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그리 걱정은 하지 말거라. 네가 걱정한다고 해서 이 일이 쉽게 해결이 되지는 않을 것이니.”

그럼 도련님이 나서시면 됩니까?”

그럼.”

 

몽룡의 대답에 방자는 여전히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 나만 믿어라.”

그게 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뭐라는 거냐?”

 

몽룡이 툴툴거리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이기에 방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웠다.

 

 

 

들었나?”

. 들었습니다.”

 

혼은 물끄러미 학도를 바라봤다.

 

나를 원망하나?”

아닙니다.”

 

학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춘향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혹 남원에 갈 수 있으면 갈 것인가?”

 

혼의 물음에 학도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 겨우 마음을 정리했다. 그런데 다시 남원이라니. 학도는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