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3장. 비밀을 안 소녀]

권정선재 2017. 11. 2. 13:14

3. 비밀을 안 소녀

윤아정. 너 또 내 사진 가지갔냐?”

뭐가?”

서정의 짜증에 아정은 입을 쭉 내밀었다.

너는 오빠가 되어서 고작 그 사진 하나 가지고 그 난리를 치는 거야? 그거 지수가 달라고 해서 준 거거든.”

그거 프로필이거든.”

그런데?”

뭐가 그런데야?”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프로필 찍는 게 얼마나 비싼 건 줄 알아? 너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해도 그거 되게 중요한 거거든.”

그렇게 중요한 건데 도대체 왜 그렇게 대충 관리를 하는 거니?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뭐라고?”

서정이 미간을 모으자 아정은 재빨리 방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문을 닫고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오빠라는 게.”

아정은 미간을 모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성실해.”

고맙습니다.”

선재는 크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원희를 보면서 가볍게 어꺠를 으쓱하고는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너처럼 일을 잘 하는 애가 그 동안 필요했었던 건데 말이야. 네가 그렇게 일을 해주니까 되게 고맙다.”

아니요.”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어제 음식은 고마웠습니다.”

에이. 그 정도야 뭐.”

선재는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알아야 사람들에게 추천을 할 수 있어서 그런 거야. 고객들이 와서. 여기에 뭐가 맛있어요?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할 건데? 이거 매운가야? 짠가요? 그런 거 다 물어볼 거야.”

돈은 제 월급에서.”

뭐라는 거야?”

원희의 말에 선재는 곧바로 얼굴을 구겼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따.

원희 군. 그건 내가 준 거야. 그런데 네가 그거에 대해서 돈을 낸다고 하면 되게 이상한 거지. 안 그래?”

저는 여기에 일을 하러 온 거지 동정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가 내야 할 건 내야죠.”

뭐라는 거야?”

선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했잖아. 네가 너에게 준 건 다 그런 의미라고. 네가 일을 더 잘 하라고 한 거야. 사람들이 나에게 컴플레인을 걸면 안 되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일 땡땡이나 치지 말고.”

알겠습니다.”

선재의 말에 원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온다.”

 

. 이거.”

이게 무슨?”

원희는 선재가 봉투를 내밀자 고개를 갸웃했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꺠를 으쓱했다.

너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월급의 절반은 일단 일당처럼 주기로 했어.”

아니요.”

원희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뭔가 묘한 기분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그렇게 궁한 티가 나는 건가 싶었다.

이러실 이유 없어요. 저 이렇게 급한 것도 아니고. 사장님이 이러면 저야 말로 너무 민망해요.”

아니야. 나야 말로 지금 사람이 너무 급한데 네가 바로 와서 다행이야. 그러니까 이 돈 받아.”

하지만.”

그냥 주는 거 아니야.”

선재는 원희의 손을 끌어서 돈을 건넸다.

미리 받는 거야.”

고맙습니다.”

원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 그리고 이거.”

음식은 이제.”

원래 우리 식사 제공이야.”

선재의 말에 원희는 가게 앞에 붙어있던 전단지가 떠올랐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는 일찍 가서 나랑 같이 식사를 못 하니까 주는 거야.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을 하지 말고. 동정 아니야.”

고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걸 그냥 받아야 하는 순간도 있어. 나처럼 멋있는 어른은 잘 없거든. 안 그래?”

선재가 코아래를 비비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자 원희는 자신도 모르게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가 표정을 지웠다. 선재는 그런 원희를 어색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일 보자.”

. 들어가보겠습니다.”

원희는 가게를 나서다가 우뚝 섰다.

?”

.”

원희는 아정을 피해서 돌아가려고 했지만 아정은 원희의 앞을 가로막더니 이내 씩 웃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 여기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거지?”

?”

여기 술집인데?”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술도 파는 식당이었다. 그래서 원희는 일찍 퇴근하는 거였지만 그걸 아정이 알 리가 없었다.

나는 윤아정.”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원희는 그 손을 볼 뿐 잡지 않았다. 이내 아정은 손을 거뒀다.

너 뭐냐?”

비켜.”

.”

비키라고.”

원희가 돌아서려고 하자 아정은 원희의 손을 붙들었다. 그러다가 원희의 손에 있던 음식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아니. 이건. 미안.”

너 정말.”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고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준 음식이 모두 못 쓰게 되어버렸다.

미안해. 내가 사줄게.”

됐어.”

아니. 그건.”

원희야. 무슨 일이야?”

선재가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가 아정과 원희를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치울게. 너는 가.”

하지만 이거.”

형이 할게.”

원희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씩 웃었다.

이모한테 안부 부탁하고.”

?”

얼른 가.”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아정은 멍하니 있다가 그런 원희를 쫓아갔다.

사랑 싸움인가?”

선재는 볼을 부풀리고 가볍게 어꺠를 으쓱했다.

 

미안해.”

됐어.”

미안하다고.”

아정의 사과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너는 그냥 그렇게 사과를 하면 되는 거야? 너는 그런 식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사과. 그게 전부야?”

뭐라고?”

원희의 반응에 아정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 정도 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해야 하는 거였다.

너야 말로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 왜 그렇게 날을 세우고 그래? 내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다고? 음식? 그거 내가 돈으로 줄게. 그거 얼마면 되는 건데? 그런 거 돈 떄문에 그러는 거야?”

뭐라고?”

내가 돈을 줄게.”

아정이 지갑을 꺼내자 원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인데. 나는 너랑 다시는 얽히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 그러니까 나를 아는 척 하지 말아줄래?”

뭐라고?”

아정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모두가 아정과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아정을 밀어내려고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처음이었다.

너 도대체 뭐야?”

뭐가?”

아니 사람이 말을 걸어도 그냥 가고. 그런 식의 태도 도대체 뭐 하자는 거냐고. 그래도 우리가 한 반이라서. 같은 반이니까 조금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건데.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거야?”

.”

뭐라고?”

실수 한 거야. .”

원희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고개를 저었다.

여태까지 네가 알던 사람들이 모두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랑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 아니. 이 학교의 그 누구랑도 친하게 지낼 생각 없어. 어차피 이제 수능을 보면 모두 헤어질 사이니까.”

아니.”

아정은 숨이 턱 하니 막히는 기분이었다. 원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말이 돼? 한 반에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거야? 말이 안 되는 거잖아.”

너에게는 그렇겠지.”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뜨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너랑 더 할 말은 없을 거 같은데? 너는 세상이 모두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거든. 그러니까 비켜줄래? 나는 너랑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으니까.”

이 봐.”

뭐가?”

너무하잖아.”

아정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심호흡을 한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이러면 내가 너 아르바이트 하는 거 담임한테 말할 거야. 내가 그거 다 말을 해버릴 거라고.”

.”

뭐라고?”

하라고.”

원희의 단호한 태도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왜 자꾸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그냥 너랑 잘 지내고 싶다. 지금 그 말을 하는 거잖아.”

아니. 너 그거 아니야.”

뭐라고?”

네 마음대로 하려는 거잖아.”

원희의 지적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거. 그런 게 아니었다. 절대로 아니었다.

그런 거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아정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야?”

너는 그 동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이러는 거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그런 애가 아니야. 그냥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래서 그러는 거라고.”

나는 아니야. 나는 너랑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어. 절대로. 그러니까 제발 이러지 말아줘.”

원희의 단호한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원희는 아정을 한 번 더 보고 그대로 피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