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자꾸 보이는 전학생
“너 전학생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없어?”
“있을 게 뭐 있어?”
“엄마한테 물어봐.”
아정의 반응에 지수는 입을 내밀었다. 평소에 다른 이들에게 이렇게 관심이 없는 아정이기에 이상한 기분이었다.
“윤아정 너 뭐야?”
“뭐가 뭐야?”
“너 전학생 좋아하냐?”
“미쳤냐?”
아정이 유난히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자 지수는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아정과 몸을 가까이 붙였다.
“윤아정 너 지금 되게 이상해. 네가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진 적 없잖아. 아니야?”
“너 사람 이상하게 본다?”
“뭐가?”
“됐어.”
아정은 다시 문제를 풀면서 펜을 돌렸다. 지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이내 씩 웃었다.
“서정 오빠 사진. 바꿀래?”
“너는 그 망할 새끼가 왜 좋냐?”
“서정 오빠 잘 생겼잖아.”
지수가 깍지까지 끼면서 낭만에 찬 표정을 짓자 아정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윤서정 그 인간은 사람이 아닌 게 분명한데 지수도 미친 게 분명했다.
“좋아.”
“진짜지?”
“그래.”
“너네 공부 안 하냐?”
“한다. 해.”
반장의 지적에 아정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쭉 내밀었다.
“고등학생?”
“네.”
선재는 안경을 살짝 내리고 원희를 빤히 쳐다봤다. 원희는 이런 시선이 뭔가 묘하게 느껴져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
“고 3이잖아.”
“그렇죠?”
“흠. 그래?”
선재의 반응을 보고 원희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왜?”
“네?”
“나 안 뽑는다고 안 했는데?”
“아니.”
선재는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뭐가?”
“일 하라고.”
“정말로요?”
“응.”
선재는 너무나도 쉬운 것을 말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일이라서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요?”
“싫어?”
“아니. 싫은 게 아니라.”
싫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뭔가 너무 쉬운 것 같아서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 고 3인데요?”
“그래서?”
“네?”
“그래서 일을 안 할 거라면 뭐 애초에 여기 아르바이트 구한다고 오지도 않았을 거고. 이제 수능을 봐야 하는 건데 여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거고. 그리고 그거 다 밝힌 거면 사정이 있는 걸 거고. 아니야?”
“뭐. 그렇죠.”
선재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정곡을 찌르는 거라 난처했다.
“신기하네요.”
“뭐가?”
“아니.”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너무 다 아는 거 같아서?”
“내 나이가 되면 다 가능할 걸? 서른아홉 쯤 되면. 원래 모든 것이 그렇게 다 궁예처럼 보이는 법이다.”
“궁예요?”
원희의 반응에 선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손뼉을 한 번 치고 씩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내일부터 출근 가능하지?”
“그럼요.”
“그럼 잘 부탁해.”
“네. 잘 부탁드립니다.”
원희는 손바닥을 바지에 쓱쓱 문질러 닦고는 그런 선재의 손을 꽉 잡았다. 온기가 느껴졌다.
“이게 다 뭐야?”
“그러게.”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엄마 앞에 음식들을 내려놓았다. 엄마는 음식들을 살피며 미간을 모았다.
“이런 걸 왜 사와?”
“사온 거 아니에요.”
“그럼?”
“내일부터 아르바이트 하기로 했는데. 거기 사장님이 메뉴들 먹어봐야 제대로 손님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면서 이걸 다 싸줬네.”
“아르바이트?”
엄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고는 엄마의 뒤에 가서 꼭 안았다.
“괜찮아.”
“미안해.”
엄마의 목소리가 곧바로 무거워졌다.
“정말 미안해.”
“에이.”
“내가 다 부족해서 그래.”
엄마는 한숨을 깊이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그런 엄마의 체온을 느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요. 그리고 나 이제 어린애 아닌 걸.”
“너 어려.”
“그런가?”
“그래.”
원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이죠. 식당이니까. 뭐 이상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사장님이 내가 고등학생인 거 알고 양해를 해준다고 했으니까. 그거만 해도 되게 다행인 거 같고. 좋은 곳 같아.”
“장소는?”
“연남동요.”
“먼 거 아니야?”
엄마가 인상을 찌푸리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동선이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내가 미안해.”
“에이.”
엄마가 또 사과하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 씻어요.”
“그래.”
원희는 애써 더 밝은 표정을 짓고 욕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겨우 미소를 지었다.
“안 알려준대.”
“뭐라고?”
지수의 말에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이지수. 네가 제대로 안 물어본 거 아니야? 제대로 물어봤는데 그런 반응이 나올 리가 있어?”
“뭐래?”
“진짜 실망이다.”
아정이 꺼내놨던 서정의 사진을 다시 넣자 아정은 손을 모았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무명 배우야.”
“배우님이지.”
“미친.”
“왜?”
“아니다.”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전학생 뭐야?”
“너 되게 이상해.”
“뭐가?”
“타인에게 너무 관심을 갖잖아.”
지수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에도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아니었나?”
“그럼.”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쭉 내밀고 시선을 돌렸다.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었다.
“그랬구나.”
“우리 원래 안 되는 거 알지?”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원희가 곧바로 사과하자 담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다른 애들 모르게 하라고.”
“아. 네.”
“미안하다.”
“아니요.”
담임의 사과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선생님께서는 제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데 도대체 저에게 왜 사과를 하시는 거예요? 괜찮아요.”
“그래도. 내가 뭔가 더 도움이 되어야 하는 건데.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교복이랑 체육복이 다네.”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고맙습니다.”
“그래.”
담임이 한 번 어깨를 두드렸고 원희는 고개를 숙이고 교무실을 나섰다. 담임은 그런 원희를 보고 안쓰러운 듯 시선을 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너는 뭔데 가?”
가방을 챙겨서 교실을 나가던 원희가 멈칫했다.
“너 뭐니?”
“비켜줄래?”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입을 쭉 내밀었다.
“내가 왜?”
“나는 집에 가야 하니까.”
원희는 덤덤하게 대답하며 비켜났다. 하지만 아정은 그런 원희를 계속 따라가면서 미간을 모았다.
“너는 뭔데 그렇게 특별 대우를 받는 건데? 이상하니까 그러는 거잖아. 도대체 네가 뭐라고 그러는 건데?”
“그러게.”
“뭐라고?”
“내가 뭘까?”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켜줄래.”
“야.”
“아정아. 너 뭐해?”
지수가 재빨리 아정에게 와서 팔을 잡았다.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쟤 뭐야?”
“너야 말로 뭘 하는 거야?”
“뭐가?”
“왜 그렇게 관심을 가져?”
“아니.”
아정은 그제야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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