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실타래
“너 왜 그랬어?”
“아니.”
지수까지 자신을 타박하려고 하자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너무 지끈거렸다.
“자꾸만 걔가 나를 무시하잖아. 내가 무슨 말을 걸어도 피하고. 그래서 그냥 말을 하려다가 이렇게 된 거지.”
“너 잘못한 거야.”
“알아.”
지수가 굳이 짚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두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아정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미치겠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에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수업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교복이라도 줄까?”
빈정거리는 목소리에 원희는 고개를 돌렸다. 맨 뒤에 앉는 동급생의 말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지. 그러면.”
“아. 그냥 받아?”
“응.”
원희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했잖아. 나는 굳이 반 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복을 사고 싶지 않아. 네가 준다면 감사히 받을게.”
“여름 것도.”
“물론.”
원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석이 무슨 말을 하면서 끼어들려고 하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일 봐.”
원희는 그대로 교실을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은 계속 따라왔다.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네?”
“표정이 안 좋아.”
“죄송합니다.”
선재는 원희가 곧바로 사과를 하자 미간을 모았다.
“왜 사과를 해?”
“네? 그거야 일을 하는데.”
“아니.”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희에게 알게 모르게 느끼던 위화감이 뭔지 이제야 깨달았다.
“너 너무 어른이다.”
“어른이요?”
“응. 어른.”
선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꼬맹이. 너는 왜 그렇게 혼자서 어른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냥 어른이 그런 걸 물으면 자기 이야기를 해도 돼.”
“괜찮아요.”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괜찮다고 하는데 자신이 뭐라고 더 할 말도 없었다.
“밥 먹을래?”
“아뇨. 아직 손님도 있는데.”
“비도 오잖아.”
선재는 창밖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어차피 오늘 손님 더 오지 않을 거야.”
확실히 다른 날에 비해서 테이블이 비었다. 선재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원희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왜 그랬니?”
“그게.”
담임의 물음에 아정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원희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모두에게 말했을 거야. 하지만 원희가 말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정이 네가 왜 그런 건지 선생님은 잘 모르겠어.”
“죄송해요.”
“아니.”
아정이 사과하자 담임은 고개를 저었다.
“아정이 네가 나에게 사과를 할 일이 아니야. 이건 네가 나에게 잘못한 일이 아닌 걸? 안 그러니?”
“그래요?”
“그럼.”
아정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차라리 자신을 혼을 내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거 같았다.
“원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힘든 일이 많을 텐데. 너까지 그럴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러네요.”
아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거였따. 다 자신의 문제였다.
“이미 학교에서 다 알아버린 거니까 더 이상은 숨길 수 없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아정이 네가 원희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건 네 실수야. 네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냥 말한 거니까.”
“하지만 이건 원희 탓도 있어요.”
“응?”
아정의 반응에 담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정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담임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를 무시했어요.”
“무시?”
“네. 무시했다고요.”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제가 말을 하면 다 무시하고 지나갔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니. 그래서 그런 거라고요.”
“그건 네 잘못이지.”
“선생님.”
“아정이 네 탓이야.”
담임의 단호한 말에 아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담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잘못한 거야.”
“선생님. 그게 무슨?”
“사실이잖니?”
“하지만”
아정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지금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거였다.
“원희에게 사과해.”
“싫어요!”
아정이 곧바로 대답하자 담임은 미간을 모았다.
“윤아정.”
“아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말을 건 거였어요. 그런데 제 말은 듣지도 않고 혼자서 막 그런 거였다고요. 그렇게 제 말도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는데. 그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 하는 건데요? 그래도 사과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도 무조건 미안하다고. 내가 실수했다고 해야 하는 거예요?”
“응.”
담임의 너무나도 간단한 말에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공부하러 갈래요.”
“아정아.”
“선생님 자꾸 이러면 엄마께 말씀 드릴 거예요.”
아정의 대답에 담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정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겨우 담임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그대로 돌아서 교무실을 나섰다.
“담임이 뭐래?”
“아. 몰라.”
지수의 물음에도 아정은 입을 쭉 내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 도대체 왜 다들 그 망할 녀석 편만 드는 건지.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해가 안 가.”
“뭐가?”
“아니.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없는 것을 말한 것도 아니고. 그게 사실이었잖아. 사실을 말한 게 잘못이야?”
“그래도 좀 그렇지?”
“뭐?”
지수까지 이렇게 말하자 아정은 곧바로 미간을 모으며 돌아봤다.
“뭐가?”
“아니.”
“야. 이지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너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여기에서 내 편을 들지 않을 수가 있어? 지금 내가 담임에게 깨지고 온 거 너도 알잖아.”
“그래도.”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정의 눈을 가만히 보더니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됐다.”
“뭐가 돼?”
“윤아정. 너 지금 내가 하는 말 들을 생각 없잖아.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고깝게 들을 거잖아.”
“고까운 말이니까 고깝게 듣는 거지. 그런 말이 아니면 내가 굳이 그렇게 들을 이유가 있어?”
“아니.”
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지수의 태도에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이지수. 네가 내 친구면 이러면 안 되는 거지. 어떻게 내 친구가 되어서 지금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담임이 나를 괴롭혔어. 우리 엄마가 학교에 얼마나 돈을 가지고 오는데.”
“그게 네 문제야.”
“무슨.”
아정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한 번도 지수가 한 적이 없는 그런 단호한 태도에 아정은 주먹을 쥐었다.
“이지수. 너 말 제대로 해야 할 거야. 그러지 않으면 나 정말 화를 낼 거야. 네가 뭐라고 하건 화를 낼 거라고.”
“너랑 말하고 싶지 않아.”
지수는 이 말을 하고 그대로 돌아섰다. 아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는데 다들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행동하는 중이었다.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누구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실수인 거잖아!”
하지만 아정의 이런 말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지수!”
아정이 더 크게 불렀지만 지수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지수. 네가 그렇게 나오면 너만 손해인 거지.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내가 윤서정 사인이라도 한 장 받아줄 줄 알아? 절대로. 그럴 일 없지. 그래.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러는 거야.”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뭐?”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서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뭐가?”
“정말.”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서정의 반응에 아정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담탱이 벌써 오빠한테 말했니? 진짜 싫다. 그거 오빠한테 말해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데? 뭐래?”
“너는 할 말이 그게 다야?”
“뭐라고?”
“내 교복을 왜 팔아?”
“어?”
“그걸 왜 파냐고.”
“아니.”
서정의 반응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서정의 반응을 보아하니 서정이 아는 건 이게 전부인 것 같기도 했다.
“담임이 뭐 다른 말은 안 해?”
“너 그거 말고 또 사고 쳤어?”
“아니.”
아정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서정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재빨리 방으로 들어왔다.
“뭐야?”
아정은 입을 꾹 다물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자신이 잘못한 거 같았다. 엄청난 잘못이었다. 이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별 거 아닌 일인 줄 알았는데 너무 큰 문제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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