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소녀, 소년을 만나다.
“짜증나.”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요 며칠, 대놓고 왕따는 아니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은따였다. 그렇게 오래 알던 친구들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아정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너 요즘 이상해?”
“뭐가?”
서정의 물음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런 아정의 태도에 서정은 묘한 표정을 짓다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짜증나.”
아정은 이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쟤 왜 저러니?”
“그러게.”
엄마의 물음에 서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 오늘 나가요.”
“일 가니?”
“오디션.”
“그래.”
엄마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자 서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뭐야.”
그 누구도 아정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정도 먼저 그들에게 가서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아정은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쟤 왜 저래?”
“어?”
원희의 물음에 지석이 고개를 돌리다가 아,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냥?”
“뭐가 그냥이야.”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너랑 싸운 거?”
“뭐라고?”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최소한의 정의 같은 것은 가지고 있다는 거 아닐까? 너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미안함 같은 게 그렇게 발현되는 거지.”
“미친 거 아니야?”
원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너도 그래?”
“어?”
“너도 그러냐고?”
“뭐가?”
지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혀로 입술을 적신 후 머리를 살짝 헝큰 후 한숨을 토해냈다.
“너도 내가 불쌍해서 이래?”
“뭐라고?”
원희의 말에 지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아니야.”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아니었다. 정말로 원희에게 호감이 가고 호기심이 가서 먼저 손을 내민 거였다.
“내가 너를 그렇게 본 거라면 네가 진작 느꼈을 거라는 생각 안 들어?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야.”
“그러게.”
원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왜 그래?”
“네? 아니요.”
선재의 물음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오늘은 손님도 있는데 왜 그래?”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원희가 사과를 하자 선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애가 없어서 그래. 그래서 내가 애들한테 말을 좀 재미있게 못 붙여. 그냥 너 걱정이 있는 거 같아서.”
“아니.”
“뭔데?”
“아니요.”
원희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선재에게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너 어른일 필요가 없다고.”
선재는 원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동정하지 마세요.”
“뭐?”
“저 어른이 되어야 하거든요.”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손님이 와서 원희가 가버렸다.
“저 녀석 뭐야?”
선재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이지수. 너 정말 이럴 거야?”
“뭐가?”
아정의 물음에 지수는 권태로운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돌아봤다. 아정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지수랑 자신이 얼마나 친구였는데 고작 이런 일로 자신을 외면한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너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한 건데?”
“아니.”
“할 말 없으면 갈게.”
지수가 돌아서는 순간 아정이 지수의 손목을 잡았다.
“이지수!”
“이거 놔.”
지수는 거칠게 아정의 손을 뿌리쳤다. 아정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 지수를 응시했다.
“너 어떻게 나한테 이래?”
“왜? 나는 너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야? 그 동안 네 비위 다 맞추면서 그렇게 무수리처럼 살았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니?”
“그런 게 아니라.”
“너 되게 이기적이야.”
“뭐라고?”
아정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이기적이라니.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지수랑 있는 게 좋았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럼 아니야?”
“뭐가 무수리인데?”
“늘 그랬지!”
지수는 큰 소리로 대답하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너는 늘 그랬어.”
“아니.”
지수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런 적 없었다. 자신은 지수를 자신의 무수리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나는 너를 정말로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너무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해? 나는 안 그랬는데. 나는 너에게 그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왜 그래?”
“너 그랬어.”
“뭐라고?”
“너 늘 그랬다고.”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항상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했잖아. 나는 늘 너를 따라다니기만 했고. 윤아정. 네가 언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물은 적 있어? 나에게 뭘 할 건지 물은 적 있어? 늘 뭘 하자고 했잖아. 그래놓고서 지금 내가 네 무수리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어? 너 정말 그럴 수 있어?”
“그럼 그때 말하지.”
아정은 주먹을 세게 쥐고 침을 삼켰다. 당황스러웠다. 지수가 갑자기 이러는 게 너무나도 낯설었다.
“왜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 이러는 건데. 다른 애들도 나를 거지같이 보는 지금이 되어서야 이러는 건데? 이지수. 너 되게 비겁해. 너도 하나도 잘난 거 없어.”
“알아.”
지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는 지금 누가 옆에 있네.”
“뭐라고?”
“너는 없잖아.”
아정은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곁에 정말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이 상황에 아정의 편을 들지 않았다.
“정말.”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되게 이상해.”
“너 그리고 전학생에게도 그래.”
“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전학생에게 그렇게 온갖 소리 다 한 거잖아. 온 학교가 전학생에 대해서 알아. 네가 얼마나 나쁜 애인지. 그것만 봐도 아는 거 아니야? 네 오빠 교복도 나에게 팔았잖아. 나는 그런 것도 몰랐어. 나만 나쁜 년이 된 거 같잖아. 너는 도대체 왜 그렇게 이기적이고 너만 아는 거야?”
“그건.”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괜히 서정에게 골이 나서 그런 거였다.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다한 거야?”
“아니. 다 안 했어.”
“그럼 다 해.”
“너 전학생에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사과하는 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너 같은 애랑 친구 못 해. 아니. 안 해. 너 정말 싫어. 너 정말 너무 이기적이야.”
“유치하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아정과 지수가 고개를 돌렸다. 원희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 다 뭐하는 거야?”
“너는 뭔데?”
“나 윤아정 안 싫어.”
원희의 말에 아정의 눈동자가 더욱 거칠게 흔들렸다.
“그러니까 너 내 핑계 대지 마.”
원희가 자신을 보자 지수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게 무슨?”
“너랑 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야. 도대체 거기에 나를 끌어들이는 이유가 뭐야? 너희들이 싸우는 거라면. 그냥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 나는 그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
“뭐라고?”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쏠렸다.
“너 되게 웃긴다.”
“뭐가?”
“아니. 내가 네 편을 들어주는 건데 왜 이래?”
“편?”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지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너를 위해서 하는 걸 가지고 내 핑계 좀 대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말. 그냥 있으면 그대로 해. 다만 그 이유를 나를 가지고 하지 마. 네가 얘한테 평소에 쌓인 게 많아서 그런 거면 그냥 직접 말해.”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아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술을 한 번 닫았다가 연 후 한숨을 토해냈다.
“너 왜 그래?”
“너는 몰라.”
“뭐라고?”
“윤아정 너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늘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던 애니까. 너는 아무 것도 몰라.”
지수의 말에 아정은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숨이 가빠오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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