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외톨이 소녀
“그래. 네 말대로 내일은 메뉴를 좀 정리는 해야겠네.”
“그래도 사장님이 이것저것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아니.”
원희의 물음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것저것 하다 보니 늘어난 거였다.
“일단 덮밥들은 네가 말 한대로 해야겠다. 토핑 가격을 그냥 따로 적어서 하는 게 더 낫겠네. 그런데 너 안 귀찮겠어?”
“괜찮습니다.”
원희의 시원시원한 대답에 선재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너 나랑 일하자.”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너 나중에 대학 가지 마라. 내가 지점 하나 내줄게. 너 진짜 아이디어가 좋구나. 손님들에게도 잘 하고.”
“고맙습니다. 칭찬.”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음식을 다시 원희에게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서 먹어.”
“정말 괜찮아요.”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아니요.”
원희는 곧바로 얼굴에서 미소를 지은 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이 이러시면 저 여기에서 일 더 못 해요.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거예요. 누군가의 동정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런데 사장님이 자꾸만 이러면 저 자존심이 상해서 못 해요.”
“자존심 있어?”
“당연하죠.”
원희는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돈이 없으면 자존심이라도 있어야 하거든요. 돈도 없고 자존심도 없으면 그거 정말 아니거든요.”
“그래.”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원희의 자존심까지 건드리면서 뭔가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이건 가져가.”
“하지만.”
“어차피 포장한 거잖아. 안 그래?”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한 번 훑고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내일 보자.”
“네. 들어가 보겠습니다.”
원희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가게를 나섰다.
“사장님이 되게 고마운 분이네.”
“오늘까지야.”
“그래도.”
엄마는 음식을 그릇에 옮겨 담고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원희가 대신 싱크대에 섰다.
“내가 할게요.”
“됐어.”
“내가 할게.”
“너는 가서 씻어. 땀 냄새. 더 늦으면 너무 늦어서 시끄러워. 다른 집에 민폐 끼치지 말고 지금 씻어. 어차피 그릇 두 개야.”
엄마의 말에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엄마를 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슬픈 표정을 짓다가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거 다시 받아.”
“싫어.”
서정의 말에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래?”
“윤아정.”
“오빠. 오빠도 좀 동생 좋은 일 좀 해라. 내가 얼마나 쪼들려서 사는지 오빠는 모르지? 그래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네가?”
아정의 말에 서정은 코웃음을 치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후 입을 내밀었다.
“너 그거 어떻게 쓰일 걸 줄 알아? 그거 너희 학교에 교복이 필요한 애한테 줄 거였어. 그런데 그거 네가 그냥 판 거야.”
“그럼 하나 더 사주면 되는 거 아니야?”
“뭐라고?”
“구질구질해.”
“딸!”
아정은 뒤에서 들린 엄마의 목소리에 몸을 움츠렀다. 엄마는 가운 끈을 꼭 매고 아정의 앞에 섰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 그게 아니라.”
“그 동안 엄마가 혼자서 키워서 그렇지. 너희를 키우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어. 부족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너희가 나쁜 아이라는 평을 듣지 않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이야? 필요한 게 있는 사람에게 그걸 주라는데 그냥 사주면 된다고?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할 수가 있어? 딸 그러면 안 되는 거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알아요.”
아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리고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한 건지.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냥 오빠랑 말을 하다가 조금 흥분해서 그런 거야.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거나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정말 판 거야?”
“어?”
“미치겠다.”
엄마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입술을 꼭 물더니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들고 나왔다.
“아침 먹어야지.”
“됐어.”
아정은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들. 쟤 왜 저러니?”
“사춘기지.”
“사춘기?”
서정의 말에 엄마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들 키울 때는 그런 거 하나 없었는데. 쟤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 먹고 사는 것도 더 나아졌는데. 도대체 왜 저렇게 나에게 어긋나기만 하는 건지. 나는 쟤가 이해가 안 가.”
“엄마가 엄마 딸을 이해를 못 한다고 하니까 아정이가 그러는 거야. 이거 엄마 잘못도 있어요.”
서정의 덤덤한 말에 엄마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다들 나한테만 그래.”
아정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건 나만 잘못한 게 아니잖아. 그 녀석도 조금만 더 나에게 제대로 말을 해줬으면 되는 거였다고.”
물론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원희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마음에 안 들어.”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멀리 지수가 보였다. 아정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지수에게 다가갔다.
“이지수.”
“어? 왔어.”
“어?”
지수의 반응이 전과 다르자 아정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바빠서.”
“어? 이지수.”
지수는 아정을 두고 그대로 달려갔다.
“뭐야?”
자리에 남겨진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지수가 왜 저런 태도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얘들아 안녕?”
“어? 왔어.”
네 명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지만 그 중 한 사람만 대답을 하고 모두 아정을 두고 피해버렸다. 아정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이런 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아정은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펼쳤다. 지금 자신이 할 것은 이거였다.
“지수야. 우리 매점 갈래?”
“아니.”
아정의 물음에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안 갈래.”
“왜?”
“안 먹고 싶어.”
지수의 반응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누구보다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지수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아정은 기분이 묘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
“어? 어.”
지석의 물음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별 것 아니었다.
“어차피 다들 알게 될 거였어. 그런 식이 아니었더라도 누구라도 소문을 낼 수 있는 거였으니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지석은 입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원래 아정이가 조금 그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정이가 나쁜 애라는 건 아니야. 아정이 성격이 원래 그래.”
“너는 좋은 애네.”
“어?”
“그런 애 편도 들어주고.”
“아니.”
지석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시선을 피했다. 원희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이내 씩 웃으면서 그런 지석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너 윤아정 좋아하는 거지?”
“아니.”
지석이 갑자기 단호하게 정색을 하면서 말하자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런 타입 별로야. 혼자서 잘난 것처럼 말하는 그런 애 비위를 도대체 어떻게 맞추라고?”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네가 그러니까 내가 무슨 심각한 잘못이라도 한 거 같잖아.”
“한 거야.”
“그렇다면 미안.”
원희가 손을 들고 사과의 말을 건네자 지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그거 뭐야?”
“뭐가?”
“그렇다면 미안?”
“아. 이거.”
원희는 다시 손을 선서하듯 들고 씩 웃었다.
“그렇다면 미안.”
“너 재미있는 애구나.”
“몰랐어?”
“어. 몰랐어.”
원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새 학교에 오면 모든 것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교복은 어떻게 할래?”
“뭐 사거나. 중고로 맞추거나. 어떻게든 해야지.”
“나라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닙니다.”
지석의 말에 원희는 어깨동무를 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을 가지고 친구에게까지 도움을 바라고 싶지 않았다.
“네가 그러면 나 너 못 봐.”
“알았어.”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지석에 어깨동무를 했다.
“고마워.”
“뭐가?”
“먼저 말 걸어줘서.”
“뭐래?”
원희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지석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석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는 순간 원희는 먼저 휙 돌아선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들었고, 지석도 그런 원희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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