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30장. 어색한 순간]

권정선재 2017. 12. 12. 07:53

30. 어색한 순간

이거 정리하면 되는 거지?”

. 그렇지.”

아정은 그대로 소리가 나게 책을 덮고 책상에 엎드렸다.

싫다.”

왜 그래?”

아니 과제라니.”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진짜 공부할 팔자는 아닌 모양이다.”

세상에 공부가 좋은 사람이 어디에 있니?”

?”

지석이 고개를 돌리자 아정은 손을 저었다.

됐다.”

하여간 윤아정. 너도 빨리 일어나서 제대로 해. 네가 해야 우리가 해야 하는 거 다 끝나는 거 아니야.”

이원희는?”

아정은 볼을 부풀린 채 울상을 지었다.

넷이 한 조잖아.”

전학생 아르바이트 하러 간 거 알면서 이래. 너 도대체 왜 이래?”

그러게.”

아정은 숨을 한 번 크게 쉰 후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자신이 왜 이렇게 유치하게 해옹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문제집 같은 건 안 가지고 오는 거야?”

가방에 있죠.”

그럼 풀어.”

?”

멍하니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던 원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

왜라니?”

아니.”

선재의 말에 원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신이 고 3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뭔가는 지킬 줄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

?”

선재는 볼을 부풀리고 씩 웃었다.

어차피 손님이 없잖아.”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아니에요. 저 여기에 일을 하러 온 거예요. 사장님이 그러면 저 여기에서 일을 못해요.”

뭐래?”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도 소설 쓸 거야.”

?”

그러니까 너도 공부해.”

선재는 정말 이렇게 말을 하고 노트북을 꺼냈다. 원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본점인 건데도 이상하게 사람들이 여기에 잘 안 오더라고. 많이 오는 날은 오지만. 그래서 안 오는 날은 이렇게 소설을 쓰라고. 너보고 꿈을 가지라고 해놓고는 나는 꿈을 버렸더라.”

그게 사장님 꿈이에요?”

. 내 꿈.”

선재는 노트북을 만지며 씩 웃었다.

그러니까 너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손님이 오면 일을 하고. 아니면 다른 거 하는 게 무슨 문제야?”

정말로요?”

그래. 정말.”

원희는 입술을 내밀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문제집을 꺼냈다.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노트북을 쳐다봤다.

 

이거.”

이게 뭐예요?”

너 우리 알지?”

. 알죠.”

선재의 여동생이라고 오해를 할 정도로 자주 오는 손님이었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너 고 3이라고 하니까 주래.”

아니.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서 나온대.”

? 하지만.”

문화상품권 10만원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이건.”

어차피 어른들은 이런 거 아니어도 다 쓸 수 있어. 카드 사용하면 영화나 책 할인도 더 많이 되고.”

그래도 그냥 받기가 좀 그렇잖아요. 그 분이 저를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거 받기에는.”

왜 잘 몰라?”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건 원희에게 유쾌하지 않았다.

제가 돈이 없어서 주시는 거 같잖아요. 아니 그게 맞잖아요. 저 이런 돈은 받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주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서 주는 거였다면 그냥 줬을 거야. 이런 걸로 주지 않고 돈으로 줄 거라고. 그러니까 그냥 받아. 네가 여기에서 열심히 일하는 거 예뻐서 주는 거 같으니까.”

선재의 말에 원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꾸만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존재인 거 같았다.

제가 싫어요.”

?”

갑작스러운 원희의 고백에 선재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요.”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받아도 그냥 좋게 느껴지지 않아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한 번 더 고민하게 되죠.”

그러지 마.”

그러게요.”

원희는 침을 삼킨 후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 이거 되게 이상하죠? 전에는 이렇게 소심한 적이 없거든요.”

누구나 상황이 달라지면 그러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그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자신감을 좀 가져.”

아무튼 이건.”

받아.”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그런 선재를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니.”

선재는 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예뻐서 그래.”

?”

네가 예쁘고 다 해주고 싶어서. 그러니 받아도 돼. 이건 네가 가지고 있는 그 마음 덕분에 가능한 거니까.”

원희는 알 수 없는 선재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그런 원희에게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어깨를 두드렸다.

 

사장님에게 자꾸 이런 거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니?”

사장님이 준 거 아니에요.”

엄마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에게 자주 오는 여동생 같은 분이 준 거야. 회사원은 그런 거 별로 필요 없다고 하면서요.”

그래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있었다. 엄마는 이런 것에 있어서 자존심이 있는 살마이었다.

내가 모자라서 그래.”

왜 또 그런 소리를 하세요?”

내가 돈이 있었으면.”

엄마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네 아버지가 그럴 때 말렸을 거야.”

잘 하려고 한 거니까.”

그래도.”

괜찮아요.”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아요.”

 

내가 너무 도움이 안 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원희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원희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조별 과제인데 너희 셋이 다 하고 있는 거니까. 내가 뭐라도 더 해야 하는 건데.”

너 그런 상황이라는 거 알고 지수도 같이 하자고 한 거야. 아정이도 뭐 그런 마음일 거고.”

미안하네.”

진심이었다. 안 그래도 냉정하게 거절을 해서 미안한 상황에 너무 많은 양해를 구하는 중이었다.

잘 되고는 있어?”

?”

이지수.”

됐어.”

언희의 물음에 지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희는 팔짱을 끼고 입을 내밀었다.

?”

3이야.”

그런데?”

너도 같은 이유 아니야?”

?”

지석의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윤아정에게 호기심이 있으면서 거절을 한 거. 그거 고 3이라서 그러는 거잖아. 아니야? 나도 마찬가지야. 뭐 이쪽은 내가 짝사랑을 하고 이지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게 다른 거지만 말이지.”

아니.”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고 3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고백이 이상한 거 아니야?”

?”

아니. 잘 모르잖아.”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누군가에게 고백을 할 때는 그 사람을 잘 알아아 하는 거 아니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백을 하는 거. 그거 이상한 거 아닌가? 나는 윤아정을 잘 몰라. 그리고 윤아정도 나를 잘 모르잖아.”

그래도 좋아하면 할 수가 있지. 상대가 호감이 간다는 거. 뭐 이런 것들. 그런 마음 같은 거 있잖아.”

아니.”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그저 이상한 호기심일 거였다. 자신이 보던 아이들과 다른.

내가 못 살아서 그래.”

왜 그러냐?”

지석은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무슨 말이 그래?”

사실이잖아.”

원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적였다.

윤아정은 나 같은 애는 본 적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나 같은 애에게 호기심이 가는 거라고. 신기한 거. 그래. 그게 맞는 말이겠다.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나를 신기하게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닐 거야.”

지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괜찮아.”

?”

그래도 고백을 해준 거니까.”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고 씩 웃었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내 자유지.”

그래도 너무 차가운 거 아니야?”

나를 동정하는 사람은 별로야.”

동정 아니었어.”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원희는 고개를 돌렸다.

동정 아니야.”

윤아정.”

그거 동정 아니라고.”

아정은 원희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원희는 혀로 이를 훑으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