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8장. 무력감]

권정선재 2017. 12. 7. 14:56

28. 무력감

바보처럼.”

원희는 머리를 감싸쥐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 순간 왜 제대로 된 말 하나 하지 못했던 걸까? 제대로 주문을 받았던 거라고. 그러니까 음식을 드리겠다고 .그런 말을 왜 하지 못한 걸까?

이원희 정말.”

안 그래도 선재에게 너무 미안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배려해주는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런 피해까지 준 거였다. 정말로 인터넷에 올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싫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들 무슨 일 있어?”

?”

엄마의 물음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은?”

얼굴이 안 좋아.”

그래?”

원희는 얼굴을 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엄마는 입술을 꾹 다물고 그런 원희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아들 일이 너무 힘들고 그런 거면 그만 둬. 엄마가 이모에게 다 말을 했어. 이모도 돈을 좀 줬고.”

알아요.”

늘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데. 그리고 지금 가게 얼마나 바쁜 줄 알아요? 내가 갑자기 그만 두면 사장님 혼자서 못할 정도로 바빠. 그런데 내가 지금 그만 두는 거 좀 그런 일이잖아.”

지금 네가 몸이 축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신경을 쓸 여유가 있어? 엄마는 너만 보이는데.”

그래요?”

그럼.”

엄마의 말에 원희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씩 웃었다. 엄마는 자신만 생각을 해준다는 말이 참 고마웠다.

엄마가 그러지 않아도 다 잘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엄마 너무 그러지 마요. 나 잘 하고 있어.”

잘 하는 거 알지. 우리 아들이 얼마나 좋은 아들인지. 엄마는 다 알고 있는데. 그냥 걱정이 되어서 그래. 너무 무리를 하는 건 아닌가. 그러다가 몸이 탈이라도 나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거 다 신경을 쓰면서 하고 있어. 나 운동해서 그런 거 정도는 할 줄 아는 거 알잖아요.”

그래도.”

원희의 대답에 엄마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한다고 해서 원희가 다른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들. 엄마가 걱정하니까 너무 그러지 마. 알았지?”

.”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갈 걸.”

아니야.”

원희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듣고 지석은 주먹을 쥐었다.

아니 뭐 그런 미친 것들이 다 있어. 도대체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너에게 그러는 건데?”

그러게.”

원희는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꿇을 뻔 했어.”

?”

무릎.”

?”

모르겠어.”

원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도대체 왜 그런 걸까? 평소에 그런 영상을 보거나 하면 그럴 이유 하나 없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으면서도 결국에 그랬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서라도 모면하고 피하고 싶더라고. 사장님이 알지 않았으면 싶었고.”

하긴.”

아 진짜 싫어.”

원희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혹시라도 인터넷에 올라오기라도 하면 나는 사장님에게 너무나도 큰 피해를 드리는 거잖아.”

그 사람들이 잘못한 건데 그러겠어?”

사람들은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기는 하네.”

지석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인터넷을 시끄럽게 하는 일들은 가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곤 했었다.

내 잘못이야.”

아니야.”

원희의 자책이 섞인 말에 지석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 말을 해?”

사실이니까.”

아니래도.”

지석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 지석의 반응에 원희는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그냥 너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닌 걸 가지고 죄책감을 가지지 말란 거야.”

고마워.”

하여간.”

지석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원희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왜 나에게 하는 건데?”

너 인터넷 잘 하잖아.”

지석의 말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그런데?”

혹시라도 그런 일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좀 알려달라고. 너 서핑도 많이 하니까 알 거 아니야.”

네가 해.”

부탁이야.”

지석의 말에 지수는 침을 삼켰다. 부탁이라니.

그렇게 부탁을 할 사람이 왜 내가 한 부탁은 안 들어줬어? 아정이 사과 네가 도와주면 된 거였잖아.”

그러게.”

지석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 순간에는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원희가 사과를 받고 싶어할지 아닐지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도 나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게 원희를 위해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좋은 친구네.”

지수는 한쪽 볼을 부풀린 채 미간을 모았다.

그래서?”

?”

그걸 알면?”

내려달라고 해야지.”

미친.”

지수는 낮은 목소리로 욕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 아는 사람이라면 올리지 않을 거였다.

내가 알아서 할게.”

무슨?”

아무튼 알았어.”

고마워.”

지석의 인사에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돌아섰다. 지석은 그런 지수의 뒷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어제는 죄송했어요.”

네가 왜?”

?”

선재의 반응에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왜 사과를 해?”

그래도.”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은 자신이었다.

제가 어른이었더라면. 그리고 이런 경험이 많았더라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아니.”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가 얼마나 노련하거나 그런 거 중요하지 않아. 그 사람들이 잘못인 거야.”

사장님.”

너 왜 그래?”

선재는 원희의 눈을 보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원희. 네가 잘못한 거 하나 없어. 너는 그 순간에 제대로 한 거야.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왔다고 말을 한 거라고. 그런데 도대체 왜 네가 나에게 와서 사과를 해야 하는 건데?”

하지만.”

도대체 왜 사과를 해야 하는 걸까? 선재가 이렇게 물으니 도대체 왜 자신이 사과를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꼬맹이. 너는 사과를 할 이유가 없어.”

그래도 혹시라도 그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릴 수 있잖아요.”

아니.”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주문을 받으면 다시 물어봐. 그런데 그 상황에서 아니었잖아. 그거 단순한 변덕이었던 거야.”

변덕이요?”

. 주문하고 다른 게 먹고 싶었던 거지. 그러니까 괜히 너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고.”

정말 그럴까요?”

그럼.”

선재는 원희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원희의 눈을 보고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내가 너 일 잘 하는 거 몰라? 그리고 너 얼마나 꼼꼼한지도 다 알고 있고. 이원희. 너 잘 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를 의심을 한다거나. 그런 순간에 대해서 어떤 불안함 같은 거 하나 느끼지 마.”

고맙습니다.”

.”

선재는 순간 검지를 들고 인상을 찌푸렸다.

무릎은 꿇지 마.”

?”

양해는 구하되 사과는 하지 마.”

하지만.”

우리 가게 룰이야.”

선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와 다르게 짐짓 엄하게 말하는 선재의 모습에 원희는 침을 삼켰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가게의 직원들을 함부로 하는 거 싫어.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니까. 알아?”

그래봐야 저 하나잖아요.”

앞으로 모르잖냐.”

선재는 원희의 팔을 한 번 툭 치며 씩 웃었다.

앞으로 직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런 식으로 진상 하나하나 다 비위를 맞춰줄 수 없어. 그건 내가 싫어.”

원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해주셔도 저는 제가 무슨 사고라도 쳤다는 거 부정할 수 없거든요.”

?”

아니.”

하여간.”

선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원희. 너 잘못 없어.”

사장님.”

손님 온다.”

선재는 원희의 어깨에 손을 얹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무슨 행동을 하건 나는 네 편이야. 내가 아는 사람 편을 들어야지. 내가 모르는 사람 편을 들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가 이렇게 말을 해주니 고마웠다.

고맙습니다.”

아니.”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원희의 눈을 보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씩 웃으면서 손님을 맞으러 갔다. 선재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저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건지.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서 원희가 안쓰러운 선재였다.